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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총액 78억원짜리 FA의 사나이. 2020년 김재환 이후 4년만에 나온 '잠실 30홈런' 토종 거포.

두산 베어스 양석환(33)의 존재감이다. FA 계약 첫해인 올시즌은 두산 캡틴의 무게까지 짊어졌다.

프로야구 역사상 잠실을 홈구장으로 쓰면서 30홈런 이상을 친 국내 선수는 양석환 이전까지 4명 뿐이었다. 심정수 김동주 김재환(이상 두산) 이병규(LG)가 전부다. 그것도 김재환이 4번(2016 2017 2018 2020)이고, 심정수 이병규(이상 1999) 김동주(2000)는 각 1번 씩이다.

그리고 2024년 양석환이 역대 5번째로 '잠실-30홈런-토종' 조건을 만족시킨 주인공이 됐다. 양석환은 16일 잠실 키움전, 17일 잠실 삼성전에서 잇따라 홈런포를 가동하며 30홈런 고지에 올라섰다.

그렇다면 양석환은 6년 78억 계약의 첫해를 성공적으로 보냈다고 할 수 있을까. 생각 외로 그를 바라보는 시선이 엇갈린다.

두산 팀내에선 김재환(26홈런 83타점) 양의지(16홈런 92타점) 등과 더불어 타선의 중심이다.

30홈런은 이미 달성했다. 오스틴 딘(LG) 구자욱(삼성)과 함께 31홈런으로 이 부문 공동 5위(1위 데이비슨 44개, 2위 김도영 37개)다.

지난해 홈런 1위 노시환이 31개였음을 감안하면, 리그 전반의 홈런 페이스가 작년보다 크게 올라왔음은 자명하다. 그렇다고는 하나 올해도 30홈런을 넘긴 선수는 단 7명 뿐이다. 30홈런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거포들이 받는 흔한 오해 중 하나인 '영양가가 없다'는 비판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100타점이 눈앞이다. 97타점으로 최정(SSG) 송성문(키움)과 함께 이부문 공동 9위다. 올해 100타점을 넘긴 선수는 현재까지 8명. 90타점을 넘긴 선수도 양석환을 포함해 14명 뿐이다.

올시즌 두산의 주장을 맡아 팀을 이끄는 가치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누적기록은 눈부신 반면 비율 기록은 상대적으로 빈약하다. LG 시절에도 타율이 높은 선수는 아니었지만, 두산 이적 후 '모 아니면 도' 느낌의 홈런 타자로 변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지난해까지 3년 연속 20홈런을 돌파(총 69개)했지만, 동기간 중 평균 OPS(출루율+장타율)가 0.788로 0.8을 밑돈다.

올시즌은 더욱 심각하다. 0.794로 지난 시즌(0.787) 대비 조금 끌어올렸지만, 올시즌은 리그 평균 OPS가 무려 0.771에 달하는 역대급 타고투저 시즌이다. 30홈런 100타점을 치고도 OPS만 보면 평균보다 조금 나은 레벨의 타자인 셈이다.

뜨거운 7월을 보냈지만, 8월 이후 부진이 기록을 많이 깎아놓은 원인이 됐다. 8월에는 그래도 타율 2할3푼9리에 6홈런을 쏘아올리며 제 역할을 했지만, 9월 들어 타율 1할2푼1리의 슬럼프를 겪고 있다. 지난 2경기 연속 홈런이 강렬한 터닝포인트였다.

올해 타율은 2할4푼6리로, 지난 시즌(2할8푼1리) 대비 크게 떨어졌다. 리그에서 손꼽히는 홈런타자답지 않게 출루율도 3할1푼5리에 불과하다. 장타 개수 대비 상대 투수들이 특별히 양석환과의 승부를 피하진 않는 셈.

그만큼 양석환의 선구안이 아쉽다고도 볼수 있다. 두산에는 삼진 6위 양석환(126개) 외에 삼진 공동 1위(158개) 강승호-김재환도 있다.

양석환은 지난 겨울 두산과 4+2년, 65+13억원의 계약을 맺었다. 4년간 65억원의 계약이 먼저 발동되며, 이후 2028년부터 2년간 13억원 짜리 상호 옵션 계약이 덧붙여진 형태다.

두산은 올시즌 18일까지 리그 4위를 달리며 포스트시즌 진출이 유력한 상황. 양석환이 가을야구 임팩트로 자신을 향한 저평가의 시선을 바꿔놓을 수 있을까.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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