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뉴스
[24-09-06 00:06:49]
일본 남자배구대표팀을 세계랭킹 2위까지 이끌었던 필립 블랑(프랑스) 감독이 본격적으로 현대캐피탈 지휘봉을 잡고 2024-25시즌 V-리그 대비에 나섰다.
블랑 감독은 2024 파리올림픽을 마친 뒤 지난달 17일 한국 땅을 밟았다.
그는 2017년 일본 남자배구대표팀 어시스턴트 코치로 합류했고, 2022년 감독으로 승격해 파리올림픽 무대까지 밟았다. 3년 전 도쿄올림픽 때부터 황금멤버들과 함께 꾸준히 성장세를 보인 일본이다. 올해는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결승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했지만, 프랑스에 가로막혀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동시에 세계랭킹 2위 도약에 성공했다.
일본은 내친김에 52년 만의 올림픽 금메달 획득을 노렸다. 하지만 조별예선부터 독일에 패하면서 아쉬움을 남겼고, 우여곡절 끝에 8강 토너먼트 진출에 성공했지만 이탈리아와 풀세트 접전 끝에 역전패를 당하며 올림픽 여정을 마무리 지었다. 기대가 컸기에 아쉬움도 컸다. 블랑 감독을 포함해 이시카와 유키, 니시다 유지, 타카하시 란 등 선수단 모두 눈물을 쏟아냈다.
지난 4일 캐슬오브스카이워커스에서 만난 블랑 감독은 “일본 대표팀에서는 8년 정도 함께 시간을 보냈다. 처음 봤던 선수단 그리고 파리올림픽에서의 마지막 모습은 달랐다. 결국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선수 기량 발전을 위해 중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시간을 많이 투자해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 외국인 지도자로서 중요한 것은 각 나라의 문화를 빨리 파악하는 것이다. 이는 의사 결정을 내리는 데 있어 더 중요할 것 같다고 생각을 했다”며 지난 기억을 떠올렸다.
이어 세계랭킹 2위 등극에 대해 “일단 현 위치를 잘 파악하고, 어떻게 정상으로 올려놓을지 단계적으로 고려를 하고 접근을 했다. 매년 1, 2개 혹은 많게는 3개의 목표를 설정했다. 작은 것부터 단계적으로 하나씩 발전을 위해 노력을 했다. 한 번에 모든 것을 바꿀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블랑 감독은 한국행을 택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 당시 프랑스 국가대표로 한국을 방문한 바 있다. 블랑 감독은 선수 시절 아웃사이드 히터 출신으로 활약한 바 있다. 그 이후로는 한국 방문이 처음이다.
블랑 감독은 “지도자로 일본팀을 맡았을 때 한국과 경기를 하기도 했지만,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 만났었다. 이후 접점이 없었다. 한 번 정도 서울에 다녀왔고, 선수단에 집중하며 아름다운 캐슬에만 머물고 있다”면서 한국에 대해서는 “프랑스에도 요즘 K-POP 인기가 높아지고 있고, 프랑스의 많은 학생들도 한국의 명소를 잘 알고 찾아온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현대캐피탈의 첫 인상은 어땠을까. 블랑 감독은 “캐슬 시설은 세계에서 손에 꼽을 수 있는 시설이라고 생각한다. 선수들이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게 특화된 시설들이 있다. 여러 나라를 돌아다녀봤지만 이 같은 시설은 많이 보지 못했다. 여기서 같이 운동할 수 있다는 것이 기쁘고 영광스럽다”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보였다.
블랑 감독이 자리를 비운 사이 이탈리아 출신의 파비오 스토르티 코치가 감독과 조율 하에 선수들과 훈련을 진행해왔다. 블랑 감독과 선수들이 직접 마주한 시간은 3주도 되지 않는다. 블랑 감독 역시 “아짓 서로 알아가야할 시간이 필요하다. 어떤 부분을 더 발전시켜야 하고, 어떤 시스템을 정착시킬지 서로 많은 얘기를 나누면서 고민하고 있다”며 “특히 선수들 기량 발전을 위해서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 한 번에 바뀔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선수들에게 어떤 능력이 더 필요한지 더 많은 시간을 들여 파악하고자 한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블랑 감독의 커리어 안에 일본 대표팀은 있었지만 아시아 클럽팀은 없었다. 그에게도 새로운 도전이나 다름없다. 한국행을 결정하기까지 고민도 했다. 그는 “현대캐피탈 사무국 직원과 만났을 때 정상을 탈환하고자 하는 장기 프로젝트를 내게 설명을 해줬다. 그 부분에 매료가 됐다. 일본 대표팀에서 했듯이 단계적으로 정상에 올려놓겠다는 프로젝트가 매력적이었다. 물론 대표팀과 클럽팀 차이가 있겠지만 내가 해왔던 것처럼 단계적 절차를 통해 현대캐피탈을 리그 정상에 올려놓는다면 재미겠다고 생각을 했다”며 한국행을 결정한 배경에 대해 밝혔다.
가족들의 지지도 힘이 됐다. 블랑 감독은 “사실 한국행을 결정하기까지 가족들의 응원과 지지가 절대적 비중을 차지했다. 이것이 없었다면 어려웠을 결정이었다. 일본 대표팀과도 많은 얘기를 나눴다. 일본에서는 다시 돌아왔으면 한다는 얘기를 가끔 듣고 있지만, 이미 결정을 내렸으니 전적으로 이 곳에 집중을 해야 한다. 내 프로젝트에 더 집중하고 있다. 아쉬움과 미련, 후회를 내려놓고 떠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힘줘 말했다.
알고 지낸 V-리그 사령탑들도 있다. 블랑 감독은 우리카드의 마우리시오 파에스(브라질) 감독과 KB손해보험의 미겔 리베라(스페인) 감독을 언급했다. 그는 “파에스, 리베라와 일면식이 있다”고 밝혔다.
남자 프로배구 팀들은 오는 21일부터 통영에서 한국배구연맹(KOVO) 컵대회에 참가한다. 리그 개막은 10월 19일이다.
블랑 감독은 한국의 V-리그에 대해 “10월부터 4월까지 경기 수가 많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선수들 체력, 전체적 분위기가 떨어지지 않게 잘 관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 남자배구대표팀도 다시 한 번 높은 곳을 올라가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안다. 클럽팀 역시 대표팀 선수, 미래의 선수들을 위해 젊은 선수들이 코트 위에서 뛸 수 있게 노력해야 한다. 대표팀의 좋은 성적은 결국 클럽팀에도 긍정적인 영향으로 돌아온다. 상호 협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현대캐피탈 사령탑으로 한국 V-리그 데뷔를 앞둔 블랑 감독이다. 현대캐피탈에서의 새 프로젝트에도 시선이 집중된다.
사진_천안/이보미 기자, 현대캐피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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