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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추석 당일에 전화를 받았어요. 구단 입장도 이해하지만…“

목소리가 생각만큼 어둡진 않았다. 하지만 힘빠진 기색을 지울순 없었다.

롯데 자이언츠는 로스터 정리에 나섰다. 베테랑 투수 신정락부터 유망주로 꼽히던 박명현까지 방출의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

인천고-인하대 출신 민성우는 2022년 육성선수로 롯데에 입단한 선수다.

데뷔 첫해 퓨처스(2군)리그에서 타율 2할8푼1리 3홈런 16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726을 기록했다. '의외로 타격이 괜찮다'는 평가 속 보다 많은 타석을 부여하기 위해 3루수로 출전하는 등 코치진의 주목을 받았다. 경우진, 김승준 등 함께 입단한 육성 동료들은 떠나갔지만, 그는 살아남았다.

작년 시범경기 때는 1군에 올라와 함께 훈련에 참여했다. 덕분에 사직구장 그라운드에도 서봤다.

2년차에 출전횟수가 줄어들자 군문제부터 해결하기로 했다. 지난해 6월 입소,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했다. 내년 3월 소집해제를 앞두고 퇴근 후엔 연신 땀방울을 쏟아내는 나날이었다.

하지만 롯데와의 인연은 채 3년을 채우지 못했다. 명절 당일에 울린 전화벨은 그와 롯데의 작별을 알리는 소리였다.

민성우는 입대 당시에 대해 “갔다와서 다시 하자는 뉘앙스의 이야기가 있었고, 방출되지 않고 군보류로 묶였으니까 제대날만 기다렸죠. 합류할 준비가 거의 다 됐거든요“라며 속상해했다.

“방출 통보 받고 2~3일은 정말 많이 힘들었어요. 내가 뭔가 더 보여줄 수 있었다면 달랐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고. 사실 야구선수라는게 온 가족이 저한테 올인한 거잖아요. 믿어주는 만큼 보답하고 싶어요. 기사 보고 롯데팬분들이 DM으로 격려 메시지를 엄청 많이 보내주셨어요. 솔직히 울컥했죠. 1군에선 뛴 적도 없는 선수인데…“

그도 구단의 입장은 이해한다. 프로세계는 냉정하다. 야구단의 자리는 정해져있다. 1년에 신인 선수만 11명이 입단한다. 그외 추가 영입 선수도 있고, 차후 전력보강을 위해 비워둘 필요도 있다. 보통은 육성선수가 가장 먼저 정리대상이 된다.

민성우는 어린시절 스케이트로 운동을 시작했다. 선수로도 가능성 있다는 평을 받았다고. 초등학교 때까지 야구와 병행했지만, 결국 그의 선택은 야구였다.

“어릴 때부터 TV에 야구만 나오면 정신없이 봤대요. 아버지랑 형도 야구 좋아하고, 아버지는 원래 야구선수 꿈꾸던 분이었거든요. 초등학교 때 야구부원 모집 공고를 보고, 거기서 하성진(전 SSG 랜더스) 형을 만나면서 본격적으로 야구에 발을 들였죠. 인천고에서도 같이 뛰었고요.“

아마추어 시절만 해도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하는 만능 선수였지만, 프로의 벽은 높았다. 두 번의 드래프트에서 좌절을 맛봤고, 어렵게 몸담은 프로에서도 결국 외면당했다.

하지만 민성우는 제대 후에도 다시 프로구단 테스트에 도전할 생각이다. 장종훈을 시작으로 박경완 손시헌 김현수 서건창 채은성 정훈 등 육성선수(연습생)으로 시작해 리그를 주름잡는 스타로 성장한 케이스는 결코 적지 않다. 당장 가까운 인천고 선배중에도 눈물젖은 빵을 먹으며 성장해 1군 한자리를 꿰찬 '육성선수 신화' 신민재(LG 트윈스)가 있다.

“전 포수니까, 필요한 팀이 있지 않을까요. 남은 6개월 충실히 잘 보내고, 다시 도전하겠습니다. 롯데도 다시 테스트 불러주시면 기꺼이 갈 겁니다. 기회를 가장 먼저 준 팀이 롯데 아닙니까. 부산에도 애정이 엄청 커졌거든요. 지금을 밑거름삼아 더 좋은 선수가 되겠습니다. 야구로 꼭 성공하겠다는 오기가 생겼습니다. “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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