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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여름이 끝나고 드디어 가을이 왔어. 그건 곧 NBA 개막이 다가왔다는 걸 의미하지.


10월 23일이면 2024-2025 NBA 정규시즌이 막을 열어. 보스턴과 덴버가 조금 더 빨리 트레이닝 캠프를 시작했고 10월 1일부터는 나머지 28개 팀도 훈련을 소집했어.


시즌 개막이 다가왔으니, 30개 팀을 미리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봐야겠지?


8번째 시간의 주인공은 리빌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유타 재즈야.











23-24 유타 REVIEW
정규시즌 : 31승 51패, 서부 12위
플레이오프: 진출 실패
공격효율지수: 114.5(18위)
수비효율지수: 119.6(30위)
공수효율마진: -5.1(23위)


지난 2022년 여름, 유타는 큰 변화를 경험했어. 6년 연속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위닝 로스터를 갈아엎었지.


그 중심엔 2021년 12월에 구단 CEO로 부임한 '장사왕' 대니 에인지가 있었어.


당시 30살이었던 루디 고베어, 25살에 불과했던 도노반 미첼을 미네소타와 클리블랜드에 팔아버렸지.


유타의 선택은 꽤 현실적으로 보이긴 했어. 미첼-고베어 원투 펀치로는 플레이오프에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게 매년 확인되고 있었거든.


미첼, 고베어가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비싼 값을 받고 팔아버리는 게 팬들에겐 너무 냉정해보일지 몰라도, 경영적인 관점에서는 굉장히 영리한 선택이었지.


실제로 고베어의 대가로는 선수 5명과 1라운드 지명권 4장, 1라운드 지명권 교환 권리 1장을 받아왔어.


도노반 미첼의 대가로는 선수 3명과 1라운드 지명권 3장, 2026년과 2028년 지명권 교환 권리 2장을 받아왔어.


합하면 고베어-미첼을 팔아서 선수 8명과 1라운드 지명권 7장, 지명권 교환 권리 3장을 얻은 거야. 그리고 선수 8명 중에는 라우리 마카넨, 워커 케슬러, 콜린 섹스턴, 오차이 아바지 같은 젊은 선수들이 포함돼 있었고.


보스턴에서 악마 같은 모습을 보여줬던 에인지답게 훌륭한 딜을 해냈다는 평가를 받았지.











에인지의 칼날에 사라진 것은 고베어, 미첼만이 아니야.


8년 동안 유타를 이끌어온 퀸 스나이더 감독도 에인지 부임 후 반년 만에 사임했어.


그리고 새 감독이 된 인물은 당시 만 34살에 불과했던 윌 하디였지.


샌안토니오와 보스턴을 거치면서 뛰어난 지도자감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었지만, 나이가 워낙 어려서 과감한 선택이라는 평이 많았어. 아무튼 유타는 이때를 기점으로 대수술에 들어간 거야.


2년이 지난 지금 유타의 행보는 조금 애매해.


일단 윌 하디 체제로 치른 첫 시즌부터 37승으로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뒀거든.


고베어, 미첼을 팔았지만 조던 클락슨 같은 좋은 베테랑들이 팀에 남아 있었던 덕분이야. 라우리 마카넨은 유타에서 잠재력이 제대로 터져버렸고. 여기에 루키 빅맨 워커 케슬러도 놀라운 활약을 보냈어.


2022-2023시즌, 유타의 공격효율지수는 리그 전체 9위였어. 막강한 화력으로 시즌 첫 13경기에서 10승을 챙겼고 '웸반야마 레이스'에서는 조기 탈락해버렸지. 뒤늦게 패배를 쌓으며 플레이오프권에서 멀어졌지만, 이미 늦었었지.


2023년 여름, 유타는 또 하나의 굵직한 무브를 가져갔어. 베테랑 루디 게이와 2라운드 지명권 한 장을 활용해 존 콜린스를 영입한 거야.


2022-2023시즌에 돌풍을 일으킨 주요 멤버도 그대로 남아 있었기 때문에 유타가 새 시즌 서부의 다크호스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지.


하지만 2023-2024시즌 유타의 성적은 오히려 추락했어. 고작 31승 51패. 트레이드 데드라인까지 5할에 가까운 승률을 유지하기도 했지만, 후반기 들어 귀신 같이 13연패에 빠지면서 성적이 곤두박질쳤지.


2년째 제대로 된 탱킹을 하는 것도, 플레이오프를 노리며 진지하게 승리를 쌓는 것도 아닌 어설픈 모습을 보여준 거야.








일단 지난 2년 동안 유타는 공격에서는 리그 평균 이상의 팀이었어.


스페이싱을 중시하는 윌 하디 감독이 만든 공격 시스템이 라우리 마카넨 같은 선수들과 좋은 시너지를 냈지.


많은 오프 더 볼 무브와 적극적인 스크린 세팅은 윌 하디의 스승인 그렉 포포비치의 농구를 연상케 했어. 공격만큼은 이미 색깔이 확실한 매력적인 팀이라고 해도 될 것 같아.


유타의 최근 2년 간 주요 공격 관련 지표
22-23: 공격효율지수 9위, 스크린 어시스트 득점 생산 3위
23-24: 공격효율지수 18위, 스크린 어시스트 득점 생산 12위


문제는 수비야. 수비효율지수가 윌 하디 부임 첫 해엔 23위, 두 번째 해엔 리그 30위로 계속 바닥을 기고 있거든.


루디 고베어라는 철옹성을 페인트존에 두고 있었던 과거와 지금의 유타는 확실히 달라. 라우리 마카넨을 비롯한 주축 선수들의 대인 수비력이 떨어지기도 하고, 인상적인 루키 시즌을 보낸 워커 케슬러는 트레이드 블록에 이름이 오르내릴 정도로 소포모어 징크스를 겪고 있지.


유타의 방향성은 당분간은 '윈 나우'는 절대 아닐 것 같아. 오늘 열린 미디어데이에서도 리빌딩 얘기가 노골적으로 나왔거든.


위닝 팀이 되려면 결국 시간이 필요할 것 같은데, 그동안에 수비 조직력이나 시스템이라도 제대로 구축하는 과정을 거쳐야 할 것 같아. 수비가 안 되는 팀이 높은 곳으로 가는 건 불가능에 가까우니 말이야.











2024 여름요약: 리빌딩의 숲일까, 리빌딩의 늪일까
- 드래프트: 코디 윌리엄스(전체 10순위), 아이재아 콜리어(전체 29순위), 카일 필리포스키(전체 32순위)
- FA: 스비 미카일루크(4년 1,505만 달러), 패티 밀스(1년 208만 달러), 조니 주앙(4년 1,143만 달러)
- 연장계약: 라우리 마카넨(4년 1억 9,580만 달러)
- 주요 이탈: 크리스 던


올여름 유타의 최대 이슈는 당연히 라우리 마카넨 트레이드였어.


계약 기간이 1년 남아 있었던 마카넨을 유타가 트레이드하려고 한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돌았고, 리툴링을 노리던 골든스테이트가 관심을 보이면서 루머가 계속 확대됐지.


하지만 유타와 골든스테이트 간에 제대로 된 협상은 진행되지 못했던 걸로 보여. 양측의 입장 차가 너무 컸거든.


유타는 대니 에인지의 팀답게 마카넨으로 많은 걸 받고 싶어 했어. 유망주에 픽까지 말이야.


하지만 골드스테이트는 마카넨을 데려오려고 너무 많은 걸 잃을 수 없다는 입장이었지. 브랜딘 포지엠스키, 조나단 쿠밍가 같은 유망주들을 지키길 원했던 거지.


결국 협상은 진전이 없었고 시간만 흘러갔어. 현지 보도에 따르면 7월 초 이후에 양측이 제대로 된 협상을 한 적은 아예 없었다고 해. 서로 눈치만 보다가 여름이 지나가버린 거지.


결국 유타는 트레이드 없이 마카넨과 4년 연장계약을 맺었고, 루머는 일단락됐어.


연장계약을 맺은 선수는 6개월 동안 트레이드될 수 없다는 규정이 있었거든. 그런데 마카넨이 연장계약을 맺은 날짜의 6개월 후는 트레이드 데드라인이 지난 날짜야. 즉 타팀이 추후라도 마카넨을 영입하려면 내년 오프시즌이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거지. 그래서 마카넨은 적어도 2024-2025시즌까지는 유타 소속으로 뛸 수밖에 없어.


연장계약 후 마카넨의 계약 구조
24-25: 4,217만 달러
25-26: 4,639만 달러
26-27: 4,611만 달러
27-28: 4,982만 달러
28-29: 5,353만 달러


그 외에는 유타는 별다른 움직임을 가져가진 않았어. 스비 미카일루크, 조니 주앙과 4년 계약을 맺었는데 롤 플레이어 계약 정도로 봐야겠지. 1년 계약을 맺은 베테랑 패티 밀스는 젊은 선수들의 멘토가 되어줄 거고.











이런 상황에서 루키는 3명 입단했어. 일단 10순위 유망주인 코디 윌리엄스는 오클라호마시티의 제일런 윌리엄스의 동생으로도 유명한 선수야.


그 형에 그 동생답게 코디 윌리엄스도 좋은 사이즈를 가지고 있어. 201cm의 신장에 윙스팬이 무려 216cm에 육박하지.


좋은 스피드를 활용한 사이드 스텝, 트랜지션 공격 전개 능력이 훌륭해서 유타의 에너자이저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란 전망이야.


볼 핸들링을 활용한 공격은 특별히 돋보이진 않지만, 볼을 받아서 3점을 던지거나 간결하게 치러하는 능력이 좋아서 팀내 간판 3&D가 될 잠재력은 충분해. 유타에 부족했던 스타일을 딱 수급했기 때문에, 만족할 만한 픽이라고 할 수 있지.











29순위 신인인 아이재아 콜리어는 대학 시절 USC에서 브로니 제임스와 함께 뛰면서 더 화제를 모았던 선수야. 브로니 때문에 USC 경기가 큰 주목을 받았는데, 정작 좋은 평가를 받은 쪽은 브로니가 아닌 콜리어였지.


189cm의 콜리어는 강하고 두꺼운 몸을 활용해 상대 수비를 무너뜨리는 '불리 볼'을 펼칠 수 있는 공격형 가드야.


볼 핸들링이 상당히 좋은데 돌파 과정에서 범핑을 활용해 수비수를 밀어내고 림을 어택하곤 하지. 서머리그에서는 풀업 3점으로 득점을 쏟아부을 수 있다는 것도 보여줬어. 장기적으로 콜린 섹스턴, 조던 클락슨을 밀어낼 수 있는 타입의 선수야.








듀크 출신의 32순위 신인 카일 필리포스키는 211cm의 빅맨이야. 그런데 스타일이 완전 유타에 딱 맞아.


신장이 큰데 외곽슛과 볼 핸들링 능을 갖추고 있어서 핸드오프를 통해 가드, 포워드들과 연계 플레이를 펼칠 수 있고, 팝아웃 3점도 만들어낼 수 있지.


올해 초에 트레이드로 팀을 떠난 켈리 올리닉이랑 딱 비슷한 스타일이라, 그 역할을 그대로 해줄 수 있는 유망주라고 할 수 있어. 올리닉은 윌 하디 공격 시스템과 궁합이 정말 좋았던 선수거든. 필리포스키도 지켜보면 재밌을 것 같아.








일단 이번 시즌 유타는 리빌딩을 위한 시간을 보낼 것 같아. 윌 하디 감독이 공개적으로 신인들을 비롯한 젊은 선수들을 성장시키겠다고 선언했거든.


“우리 팀 신인들은 뛸 준비가 돼 있다. 어떤 팀의 신인들과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을 정도로 잘 준비도 있다.“


“신인들 중 누가 투입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신인들을 기용할 준비가 완벽하게 돼 있다.“


“우리 팀의 비전은 명확하다. 올 시즌은 어린 선수들을 제대로 성장시킬 기회다. 우리 팀엔 23세 이하 선수가 7명이나 있다. 그 7명 모두에 대해 흥분된 감정을 가지고 있다.“


윌 하디 감독이 미디어데이에서 한 말들이야. 유타의 방향성이 어떨지 확실히 보이지?


베테랑들은 아마 트레이드 블록에 다시 오를 가능성이 높고 아무래도 신인 3인방과 라우리 마카넨, 키욘테 조지 같은 유망주들의 성장을 보는 맛으로 한 시즌을 보내야 하지 않을까 싶어. 한동안 트레이드 루머에 시달린 워커 캐슬러는 소포모어 징크스를 어떻게 이겨낼지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아.











24-25 주요 로스터
가드: 콜린 섹스턴, 조던 클락슨, 키욘테 조지, 패티 밀스, 아이재아 콜리어,
포워드: 라우리 마카넨, 코디 윌리엄스, 조니 주앙, 스비 미카일루크, 타일러 핸드릭스
빅: 워커 캐슬러, 존 콜린스, 카일 필리포스키, 드류 이뱅크스


유타의 KEY 넘버
- 1.310
: 지난 시즌 유타는 상대 픽앤롤 핸들러 공격수에게 포제션당 1.310점을 허용했어. 리그 29위에 해당하는 수치였지. 한 마디로 2대2 수비 과정에서 핸들러에 대한 압박과 수비가 제대로 안 됐다는 거야. 콜린 섹스턴, 조던 클락슨 입장에서는 반성해야 할 수치지. 실제로 유타는 스틸(29위)과 디플렉션(29위)도 리그 최하위권에 머물렀어.


리그에 좋은 핸들러가 많은 상황에서, 핸들러에게 이렇게 쉽게 수비가 무너진다면 유타는 어떤 팀을 상대로도 좋은 수비를 보여주기 어려워. 그래서 이 수치는 반드시 개선돼야 해.


사실 그래서 지켜봐야 할 선수가 29순위 루키 가드 아이재아 콜리어야. 콜리어의 최대 강점 중 하나가 부지런한 손질을 활용한 수비거든. 수비 시에 집중력이 좀 오락가락한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어쨌든 프레임과 손질이 모두 좋은 선수라 상대 메인 핸들러를 막고 압박하기에 딱 좋은 유망주 같아.


여기에 코디 윌리엄스라는 좋은 3&D 유망주까지 들어왔으니 새 시즌 유타의 2대2 핸들러 수비는 개선될 가능성이 확실히 생긴 것 같아. 유타의 앞선 수비가 루키들로 인해 어떻게 달라질지 지켜보자고.


- 34.8
: 지난 시즌 유타는 리그 최악의 풀업 슈팅 팀이었어.


풀업(pull up) 슈팅은 드리블을 치다가 던지는 점프슛을 의미해. 그런데 유타는 지난 시즌 풀업 슈팅 횟수는 리그에서 가장 적었는데(17.5개) 풀업 슈팅 성공률은 리그 전체 꼴찌였어. 34.8%였지.


적게 시도하는데도 슈팅 효율이 바닥을 쳤다는 건, 그만큼 유타 팀 전체가 이 부분에서 역량이 완전히 떨어진다는 거야.


이 같은 저효율에는 풀업 슈팅을 많이 던질 수밖에 없는 주요 스코어러들의 책임이 가장 크지. 특히 조던 클락슨(35.0%), 키욘테 조지(36.4%), 라우리 마카넨(32.7%), 테일러-호튼 터커(26.1%)의 풀업 점퍼 성공률은 꽤 처참했지.


앞서 유타는 부지런한 오프 더 볼 움직임과 스크린을 활용한 득점 생산을 즐긴다고 했지? 하지만 농구라는 게 하나의 칼로만 공격을 할 순 없거든. 상황과 상대에 따라 여러 개의 칼을 골라서 쓰는 삼도류, 사도류가 돼야 해. 하지만 지난 시즌 유타는 풀업 슈팅이라는 칼은 사실상 녹슨 칼이 돼버렸던 셈이야.


공격수들에게 좋은 풀업 슈팅 환경을 만들어줘야 하는 책임자로서 윌 하디 감독 역시 이 부분은 반성해야 하는 부분이 아닌가 싶어. 유타의 풀업 슈팅 효율성이 새 시즌엔 반등할 수 있을지 지켜보자고.


사진 = 로이터/뉴스1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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