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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염경엽 감독 말대로 되니, 승리가 찾아왔다. 시리즈를 원점으로 돌린 승부사의 반격이었다.

LG 트윈스 염경엽 감독은 KT 위즈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을 앞두고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 타순 고민 때문이었다.

문성주를 어디에 넣느냐가 핵심이었다. 문성주의 컨택트 능력이면 상위 타순, 더 나아가 중심 타선에 넣어도 괜찮았다. 하지만 염 감독의 파격 결정은 9번 타자. 염 감독은 “8번 박해민부터 해서 문성주가 살아나가 주면 그 찬스가 1, 2번까지 연결된다. 홍창기가 있고, 상황에 따라 2번 신민재가 작전을 수행해줄 수 있다. 그럼 중심에서 터져 빅이닝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염 감독의 야구 얘기는 논리적으고 정교하다. 그만큼 설득력이 있다. 다만 현실화 여부는 그라운드에서 구현하는 선수의 몫이다.

5일 1차전은 '폭망'이었다.

문성주를 떠나, 모든 타자들이 부진했다. 수차례 동점, 역전 찬스를 잡고도 찬스에서 헛방망이가 나오며 2대3으로 패했다. 1점차 승부 9회 마지막 대주자 김대원이 도루를 하다 죽어 경기가 끝나버렸으니, 더욱 허무할 수밖에 없었다.

염 감독은 2차전을 앞두고 또 다시 장고에 들어갔다.

타순을 바꿔야 하나. 또 한번 지면 되돌릴 수 없을 만큼 치명적인 단기전.

어쩌면 변화가 현실적인 선택일 수 있었다. 전날 실패했던 같은 타순으로 밀고갔다가, 무기력하게 패하면 모든 화살이 자신에게 날아올 게 뻔했다.

하지만 염 감독의 뚝심은 대단했다. 1차전과 똑같은 타선을 2차전에도 들고나왔다. 그리고 결국 자신이 원했던 야구를 구현해내며 단숨에 분위기를 바꿔버렸다.

승부처는 3회말이었다. LG는 0-2로 또 다시 끌려가며 암울한 상황에 놓였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2경기 연속 영봉패를 당한 두산 베어스의 악몽이 트윈스로 옮겨오는 듯 했다.

최대한 빨리 추격점을 만들지 못하면, 불펜이 강한 KT를 상대로 위기에 빠질 수 있었던 상황.

3회말 선두타자는 8번 박해민. 유격수 앞 내야안타로 출루했다. 그리고 문성주의 좌전안타가 터졌다.

찬스를 잡자 벤치가 움직였다. 누구도 예상못한 더블스틸로 KT의 허를 찔렀다. 잘 던지던 KT 선발 엄상백에게 '멘붕'을 안긴 결정타였다.

홍창기의 내야땅볼로 1점을 만들었다. 더블스틸이 없었다면 병살도 될 수 있었다. 하지만 현란한 작전 덕에 추격의 1득점에 1사 3루 찬스가 이어졌다. KT는 초반이지만 내야 전진수비를 선택했다. 신민재의 타구 스피드가 그렇게 빠르지 않으니 홈에서 승부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1차전 멀티히트에 도루 2개 등 홀로 분전한 신민재의 타격감은 뜨거웠다. 전진수비 중이던 내야수 옆을 빠지는 동점 적시타를 날렸다.

3회 역전까지 성공한 건 아니었지만 승부처였다.

LG의 막혔던 혈이 뚫렸기 때문이다. 정규시즌 종료 후 휴식 기간, 1차전 승부에 대한 압박감 등의 영향으로 답답했던 타선 흐름 속에서 염 감독의 말대로 8-9-1-2번이 신바람을 내자 LG 공격이 살기 시작했다.

경기장 분위기도 완전히 바뀌었다. LG의 역전과 반격을 기대케 하는 장면이었고, 역시 야구는 흐름의 스포츠였다. 4회부터 6회까지 문보경, 김현수를 제외한 모든 타자들이 제 역할을 해내며 일찌감치 승기를 가져오는데 성공했다. 7대2 쾌승.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KT에게 1차전 패배 후 4연승을 거둔 LG에게는 의미 있는 2차전 반격이었다.

당시 2차전에 ⅓이닝 만에 4실점으로 무너진 선발 최원태를 바로 빼고 불펜진을 총동원해 시리즈를 뒤집었던 염경엽 감독의 결단이 1년 만에 데자뷔 처럼 살아났다.





잠실=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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