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뉴스
[24-09-27 18:02:08]
이제는 창원 LG 선수로 뛰게된 두경민(33·184㎝)은 얼마전까지만해도 원주맨 이미지가 강했다. 2013년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3순위로 지명받은 이래 대부분 선수 생활을 원주에서 했기 때문이다. 데뷔 시즌부터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며 즉시 전력으로 활약했고 2017~18시즌에는 평균 16.4득점, 3.9어시스트, 2.9리바운드, 3점슛 2.72개(전체 1위)로 커리어하이를 경신했다.
소속팀 DB는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했고 그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정규시즌 MVP까지 품에 안았다. 김주성, 윤호영 등으로 이어지는 원주 간판스타 계보에 이름을 올리는 순간이었다. 원주 팬들은 이전 스타들이 그랬듯 두경민이 DB의 현재와 미래를 이끌어갈 것으로 믿어의심치 않았다.
당시 MVP는 여러 가지로 의미가 컸다. 신인드래프트 당시 '경희대 빅3'로 주목을 받았지만 실질적인 눈길은 김종규, 김민구에게 쏠렸던 것이 사실이다. 둘이 전체 1순위를 다투는 가운데 고려대 야전사령관 박재현과 두경민이 3순위를 다투는 분위기였다. 3순위를 가지고있던 DB는 두경민을 지명했고 결과적으로 굿초이스가 됐다.
프로에서의 두경민은 박재현과 월등하게 차이를 벌리며 앞서나간 것을 비롯 김종규, 김민구 조차 수상하지못한 MVP까지 가져갔다. 사건사고가 큰 영향을 끼치기는했으나 대학시절 절대 넘지못할 벽으로 여겨졌던 김민구보다도 프로 커리어가 더 높다. 적어도 해당픽으로 지명할 수 있는 최고의 선택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사이즈때문에 주로 1번으로 나서는 경우가 많지만 두경민은 2번 성향을 가진 공격형 듀얼가드에 가깝다. 넓지않은 시야, 아쉬운 패싱능력 등 전반적인 리딩능력이 부족하다는 혹평을 받은바 있지만 이를 빼어난 개인 공격력으로 커버한다. 빠른 발을 살린 준수한 돌파력에 더해 자신감 넘치는 슈팅력으로 상대 수비진을 뒤흔든다. 3점슛, 미드레인지 가리지않고 풀업점퍼를 자유롭게 구사한다.
거기에 체력과 투지가 좋아 수비 또한 파이팅이 넘치는지라 한창 좋을 때의 두경민은 공수겸장으로 불렸다. 리딩능력 또한 시즌이 거듭될수록 나아지고있는 모습을 보였다. 사실 너무나 당연하겠지만 정규시즌 MVP를 받은 이후 두경민은 국내를 대표하는 탑급 가드로 불렸다.
아쉽게도 그러한 명성은 꺾인지 오래다. MVP시즌 이후 치고 올라가지 못한채 꾸준히 하향세를 탔다. 단순히 경기력 때문이 아니다. 크고 작은 부상이 발목을 잡은 부분이 가장 컸고 거기에 더해 팀원들과의 불화설 등 유독 많은 구설수에 오르며 좋지않은 쪽으로 주목을 끌었다. 언제부터인가 두경민 앞에 ‘다루기 힘든 선수’, ‘팀 분위기를 깨트리는 선수’등의 꼬리표가 따라다니는 이유다.
지난 시즌은 그러한 악동 행보의 절정이었다. 부상 후 재활 과정에서 팀에 트레이드를 요청한것이 알려졌는데 그로인해 원주 팬들의 엄청난 원성을 샀다. 어찌보면 이례적이었다. 그간 원주 팬들은 두경민에게 무척 관대했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구설수에 올랐을 때도 원주 팬들만큼은 두둔해주는 경우가 많았다.
원주에서 데뷔하고 성장해 전성기를 보낸 이유가 컸다. DB역시 두경민에게 각별한 대우를 해줬다. 한국가스공사에서 제대로 적응을 하지못한채 가치가 하락하고 FA 시장서 위기에 빠졌을 때도 구원의 손길을 내밀어준 팀이 DB였다. 원주 팬들도 친정팀으로 돌아온 두경민을 환영해줬다.
부상으로 인해 장기결장이 불가피했음에도 기다려줬다. 그런 상황에서의 난데없는 트레이드 요청은 잘나가던 팀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었던지라 원주 팬들의 실망감이 폭발했다는 분석이다. 그런 점에서 돌아오는 시즌은 그 어느 때보다도 두경민에서 중요하다. 여전히 기량이 살아있음을 입증하는 한편 무탈하게(?) 시즌을 소화해내며 트러블메이커라는 오명을 씻어낼 필요가 있다.
물론 두경민 입장에서 억울한 부분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적극적 해명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는게 먼저다는 의견이 많다. 의도치않았어도 그간 좋지않은 이미지가 너무 많이 쌓인 상태다. 그런만큼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당장 바꾸기는 매우 어렵다. 일단 긍정적인 행보를 먼저 보여주고 반론을 펼쳐도 늦지 않을 것이다.
사실 LG에서도 두경민의 전성기 모드를 욕심내고 영입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간 공백도 많았고 이제는 나이도 적지않다. 다만 건강하게 코트에 나서기만 한다면 늘 어느 정도 제몫을 해주었던지라 그러한 부분에서 기대를 받고 있다. 중요한 순간 흐름을 바꿔주는 역할이나 클러치 상황에서 자신있게 한방을 터트려주는 모습만 보여줘도 ‘역시 두경민이다’는 말이 나올 수 있다.
어떤 면에서 두경민은 지난 파리올림픽 당시 미국 국가대표팀에서 쏠쏠한 활약을 펼친 데빈 부커(28‧196cm)를 참고할 필요도 있다. 부커는 올림픽 당시 ‘소리없이 강한 남자’의 면모를 보이며 재평가를 받은 바 있다. 리그에서의 그는 자신이 주도적으로 득점을 리드하는 에이스형 스타일이었다.
스타가 많은 대표팀에서는 달랐다. 수비 등 궂은 일에 집중하고 득점도 받아먹는 슈팅 위주로 가져가며 정상급 3&D의 위용을 뽐냈다. ‘부커의 재발견이다’는 말이 나왔을 정도다. 두경민 또한 LG에서 충분히 그런 역할이 가능한 선수다. 꼭 3&D로 뛰라는 소리가 아니다.
팀 승리에 초점을 두고 출장 시간에 관계없이 얼마나 뛰던간에 팀에서 필요한 부분 위주로 플레이 해준다면 LG의 전력은 그만큼 더 탄탄해 질 수 있다. 그게 사령탑이 베테랑에게 원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더불어 벤치에서도 고참으로서 후배들을 이끌고 다독여준다면 금상첨화다. 지난 시즌 이미지를 구겼던 두경민이 송골매 군단서 명예회복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그림_김종수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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