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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만(요르단)=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홍명보호가 '난적' 요르단을 적지에서 꺾고 8개월만의 복수와 예선 조 선두 탈환,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0일 밤 11시(한국시각) 요르단 암만 암만국제경기장에서 열린 요르단과의 2026년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B조 3차전에서 전반 38분 이재성(마인츠)의 선제골과 후반 23분 오현규(헹크)의 추가골로 2대0 완승을 거뒀다.

이로써 홍명보호는 지난달 팔레스타인(0대0 무), 오만(3대1 승)전을 묶어 3경기에서 2승1무 승점 7점을 따내며 요르단(4점)을 끌어내리고 B조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15일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이라크와 3차예선 4차전에서 승리하면 월드컵 본선 진출의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상대가 아픔을 준 요르단이어서 기쁨이 두 배가 되는 승리였다. 한국은 지난 2월 카타르아시안컵 준결승전에서 요르단에 0대2로 충격패하며 우승에 실패했다. 한국 축구의 악몽의 시작점이었다. 요르단전 패배 여파(핑퐁게이트)와 근태 문제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조기 경질로 이어졌고, 대한축구협회는 다음 정식 감독을 선임하기까지 5개월을 허비하는 촌극을 벌였다. 선수단은 한국 축구가 정치권 이슈로 대두된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저력을 선보였다.

홍 감독은 햄스트링을 다친 주장 손흥민(토트넘)을 대신해 이날 왼쪽 측면 공격수 포지션에 황희찬을 투입했다. 주민규(울산)을 톱으로 두고 황희찬과 이강인(파리생제르맹) 이재성(마인츠)으로 2선을 꾸렸다. 황인범(페예노르트)와 박용우(알아인)가 중원을 지켰고, 설영우(츠르베나즈베즈다) 조유민(샤르자) 김민재(바이에른뮌헨) 이명재(울산)가 포백을 구축했다. 조현우(울산)가 골문을 지켰다. 지난달 오만전과 비교해 세 자리가 바뀌었다.

요르단은 현지 매체의 보도대로 '에이스' 무사 알타마리(몽펠리에)가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빠졌다. 요르단 홈 관중은 경기 전 그라운드에 잠시 모습을 드러낸 알타마리를 향해 뜨겁게 환호했다. 주력 공격수 야잔 알나이마트(알아라비)는 벤치에서 출발했다.

한국은 전반 초반 요르단 팬의 일방적인 응원에 기가 눌린 것인지, 공격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5분 황희찬이 박스 안으로 찔러준 패스를 주민규가 슛으로 연결했지만, 골대를 벗어났다. 19분 황희찬이 내준 공을 건네 받은 이명재가 과감한 중거리 슛을 시도했으나, 이 역시 빗맞으며 골대를 외면했다. 전반 초중반 한국 공격진에서 움직임이 가장 활발한 선수는 황희찬이었다.

수는 몸이 가벼울 때 꼭 다친다고 했던가. 슬픔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황희찬은 전반 10분 상대 진영에서 과감하게 드리블을 시도하다 상대 선수의 '비매너' 백태클에 발목을 접지르는 부상을 당했다. 간단한 치료를 받고 돌아온 황희찬은 발목 쪽 불편함을 호소하면서도 경기를 이어갔다. 몸을 풀던 배준호(스토크시티)와 엄지성(스완지시티)은 다시 벤치로 돌아왔다.

그러던 22분 상대 진영에서 드리블을 시도하다 상대의 거친 압박에 다시 발목을 다쳤다. 부상 직후, 황희찬은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며 벤치 쪽을 향해 손을 들었다. 더 이상 뛸 수 없어 즉각적인 교체가 필요하다는 제스처였다. 결국 황희찬은 의료진의 부축을 받으며 벤치로 돌아왔고, 엄지성이 부랴부랴 투입됐다. 홍 감독으로선 손흥민과 황희찬, 두 가지 핵심 공격 카드를 잃은 셈이 됐다. 플랜이 꼬일대로 꼬여버렸다.

자칫 불안한 흐름이 생길 뻔한 전반 38분, 한국은 천금같은 선제골을 갈랐다. 우측면에서 설영우가 골문 앞으로 높게 배달한 공을 이재성이 달려들며 '송곳 헤더'로 골망을 갈랐다. 소속팀 마인츠에서도 발을 넣는 골보다 머리를 넣는 골이 더 많은 이재성은 귀중한 타이밍에 0의 흐름을 깼다. 이재성이 A매치에서 득점한 건 지난 3월 태국전 이후 5경기만이다. 지난달 오만전에서 선발 제외됐던 이재성은 심기일전하여 홍명보호 체제에서 첫 골을 뽑아냈다. 전반은 한국이 1골 앞선채 마무리됐다.

후반 6분, 한국은 두 번째 변수를 맞이했다. 황희찬과 교체투입한 엄지성이 부상을 호소한 것. 홍 감독은 배준호를 투입했다. 그리고 전반에 공격진에서 별다른 기여를 하지 못한 주민규를 빼고 오현규를 투입했다. 후반 초반에 공격진 3명이 교체됐다. 오현규는 후반 11분과 14분 과감한 슈팅으로 발끝을 예열했다. 후반 17분 아크 정면에서 쏜 황인범의 슛은 골대를 벗어났다.

후반 23분, 오현규의 노력은 결실을 맺었다. 배준호의 패스를 받은 오현규는 상대 페널티 박스 안 왼쪽 대각선 지점에서 골문 좌측 하단을 찌르는 날카로운 오른발 슛으로 추가골을 갈랐다. 오현규는 한국 원정 서포터석 앞으로 달려가 팬들과 함께 골뒤풀이를 했다. 8개월만에 대표팀에 재승선한 오현규는 A매치 12번째 경기에서 기다리던 데뷔골을 터뜨렸다.

요르단은 아시안컵 조별리그에서 한국과 2대2로 비기고, 준결승에서 한국을 2대0으로 꺾었을 때와는 전력적으로 큰 차이를 보였다. 공격진에서 차이를 만들어줄 알타마리와 알나이마트 부상 여파 때문으로 보인다. 이날은 추가실점을 한 이후로는 집중력이 와르르 무너지는 모습이었다. 후반 31분 교체투입한 아마드 에르산과 모하마드 아부알나디도 경기에 차이를 만들기엔 역부족이었다. 홍 감독은 경기 막바지 이강인 황인범을 빼고 백승호 홍현석을 투입했다. 경기는 그대로 한국의 시원한 복수극으로 끝났다. 암만(요르단)=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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