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뉴스
[24-10-11 06:00:29]
[점프볼] 저는 현재 서울 연고의 SK 나이츠 팀의 주치의(팀닥터)를 맡고 있습니다. SK 나이츠의 의무팀은 2명의 선수 트레이너, 1명의 체력 트레이너, 그리고 2명의 팀닥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국내 프로농구 팀 닥터는 어떤 일을 하는지 점프볼 지면을 통해 소개하고자 합니다.
※본 기사는 농구전문 매거진 점프볼 10월호에 게재됐음을 알립니다.
미국이나 유럽의 유명 팀들은 팀닥터가 상주하며 선수들의 건강을 직접 책임지고 관리를 시행하지만, 한국에서는 팀 내에 상주하는 팀닥터가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에만 병원이 마련되어 있고 의사가 상주하지만, 이는 특정팀을 위한 것 보다는 모든 국가대표 선수들을 대상으로 진료를 지원하는 형태입니다.
보통은 팀 닥터가 팀 내 선수, 코치, 프런트(구단직원)에서 의학적 판단이 필요할 때 자문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프로 농구팀에서 팀닥터로서 자문해야 하는 상황은 매우 다양합니다. 팀의 연간 일정에 따라 팀 닥터의 역할이 달라지며, 크게 오프시즌과 시즌 중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프리시즌
오프시즌은 시즌 마지막 경기가 끝난 직후부터 차기시즌의 연습 경기나 컵대회가 시작되기 전까지의 기간을 말합니다. 이 기간을 미국에서는 Preseason(프리시즌)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시즌이 종료되면 선수들은 정신적, 신체적으로 큰 피로를 느끼며, 특히 시즌 결과에 따라 더 큰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긴 시즌을 보내고 나면 선수들은 최소 1~2개월간 휴식을 취해야 하며, 이 기간 동안 자잘한 부상을 치료하거나, 만성적인 부상이 있는 경우에는 수술을 고려하기도 합니다.
수술의 결정은 매우 중요한데, 수술 후 복귀 시점을 정확히 예측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복귀 시점을 결정할 때는 부상의 위치와 손상 정도뿐 아니라, 선수의 나이, 포지션, 보호장비나 테이핑의 효과, 수술 방법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선수들은 팀 훈련 복귀 전 부상을 예방하기 위한 운동을 하거나, 스킬 트레이닝을 받습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부상의 예방입니다. 아킬레스건이나 햄스트링 근육의 부상은 만성적으로 자주 발생하는데, 트레이너들이 선수들의 운동량을 조절하고 재활운동을 통해 이러한 부상을 관리합니다. 철저한 관리에도 불구하고, 과사용으로 인한 부상이 자주 발생하게 됩니다.
여기서 팀닥터의 중요한 역할은 정확한 진단입니다. X-ray, 초음파, MRI 등 영상의학적 검사를 통해 현재 상태를 평가하고, 필요시에는 이전 검사 기록과 비교하여 분석합니다. 팀닥터는 스포츠 의학의 전문가로서 선수의 상태에 맞는 최적의 치료 방법을 결정하지만, 경우에 따라 외부 전문가에게 자문을 요청하기도 합니다.
수술이 필요하지 않은 경우 재생 의학, 통증 의학적 주사 치료, 물리치료, 도수치료 등을 통해 선수들이 최대한 빠르게 복귀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스포츠 의학에서 중요한 것은 단지 부상을 치료하는 것뿐만 아니라, 선수의 경기력을 최대한 빨리 회복시켜 경기장으로 복귀시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프리시즌 경기(연습경기)가 시작되면 부상의 빈도가 갑자기 증가하는데, 이는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초기 단계여서 몸이 완전히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경기가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특히 전지훈련에서 연습 경기 일정이 2~3일 간격으로 진행되면 위험성이 더욱 높아지므로 팀 닥터가 동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올해 SK 나이츠는 일본 B.리그 자매 결연 팀인 치바 제츠가 있는 치바현에서 숙소를 정하고, 주변팀들과 연습 경기를 진행했습니다. SK 나이츠 주니어팀도 함께 전지훈련에 참여하여 치바팀과 경기를 했는데, 주니어팀은 승리했지만 성인팀은 아쉽게 패배했습니다. 제가 팀 닥터로 단기간 동행하며 초음파로 선수들의 부상을 체크하고, 간단한 치료를 시행했습니다. 해외에서 진료를 받는 것은 통역이 있더라도 쉽지 않기 때문에, 팀 닥터가 직접 동행하는 것이 선수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중요한 조치입니다.
프리시즌은 이적한 선수나 외국선수가 팀에 합류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이때 메디컬 테스트가 필수적으로 진행됩니다. 선수의 부상 병력을 확인하고, 다음 시즌 정상적으로 운동이 가능한지, 특이 소견이 있는지를 철저히 확인하는 과정입니다. 메디컬테스트는 단순히 선수를 탈락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팀에 합류한 선수가 재부상을 당하지 않도록 부상을 미리 확인하고 관리하기 위한 중요한 과정입니다.
농구 선수는 일반인보다 심장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심전도나 심장 초음파를 통해 심장 이상 유무를 철저히 확인합니다. 또한, 도핑 검사나 약물 복용과 관련된 검사도 이 시기에 함께 진행됩니다.
시즌 중
시즌이 시작되면 부상이 급격히 증가합니다. 특히 아킬레스건 파열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시기로, 이는 운동 강도가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일반인도 봄이 되면 아킬레스건 파열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과 비슷한 현상입니다. SK 나이츠가 새롭게 영입한 아이재아 힉스 선수도 한국가스공사 소속이었던 작년 KBL컵 대회 첫 경기에서 아킬레스건 파열로 시즌 아웃된 바 있습니다. 현재는 건강하게 복귀하여 연습 경기를 잘 치르고 있습니다.
시즌 중에는 팀닥터가 보통 경기에도 직접적으로 관여를 합니다. 경기 전후에 라커룸에서 선수들과 간단한 문진을 하고, 부상 예방을 위한 대화를 나누며 트레이너와도 소통합니다. 경기 중에는 팀 선수 옆이 아닌 따로 마련된 좌석에서 경기를 지켜봅니다. 농구 경기 중 부상이 발생하면 심판의 콜에 따라 의무진이 경기장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데, 경기장이 넓지 않기 때문에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합니다.
부상 빈도는 축구에 비해 낮은 편입니다. 축구는 부상으로 교체되면 다시 경기에 복귀할 수 없지만, 농구는 일시적인 교체 후 상태를 확인하고 다시 경기에 복귀할 수 있습니다. 만약 경기 중 뇌진탕 같은 심각한 부상이 발생하면, 팀닥터는 선수의 출전을 막아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경기 후에는 라커룸에서 초음파 검사를 통해 부상 상태를 확인하고, 병원 진료가 필요한지를 당일 결정합니다. 병원에서 저는 발목을 전문으로 하기 때문에 발목에 부상이 있는 경우는 제가 진료를 하고 치료방침을 결정하고, 필요한 경우는 수술도 시행하며, RTP(Return to play) 기간을 예측하여 전달을 합니다. 무릎, 어깨, 허리, 손목, 손등은 각각의 전문과목을 가지고 있는 의사의 조언을 구합니다.
한 가지 더 진료하는 과목은 스포츠의사로서 근육을 잘 알아야 합니다. 종아리, 허벅지, 햄스트링, 복근, 허리 근육까지도 진료를 봅니다. 재활이 필요한 경우는 주로 팀내에서 트레이닝 파트, 물리치료 파트에서 적극적으로 치료를 시행합니다. 부상의 진단, 치료 및 예상 복귀 기간에 대해 팀닥터, 트레이너, 선수, 감독의 의견이 다를 수 있습니다.
운동선수는 일반인에 비해 회복이 빠르고, 통증을 견디는 능력도 뛰어나기 때문에 이러한 차이가 발생합니다. 팀닥터의 의견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며, 선수의 안전과 퍼포먼스를 최우선으로 고려해 모든 직역의 의견을 종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보통 헤드 트레이너가 각 직역의 의견을 모아 프론트와 코치에게 전달을 합니다. 당연히 운동의 복귀 (RTP)에는 선수의 의견이 가장 중요하게 작용을 합니다.
건강한 복귀, 주치의의 기쁨이다
지난 시즌에 한 경기가 기억이 나는데요. 발날 골절로 수술을 받은 문가온 선수와 발목 인대 수술을 받은 이경도 선수가 동시에 복귀해 데뷔 득점을 기록한 날이었죠. 그 순간은 팀닥터로서 너무나 뿌듯했습니다.
선수들은 단순히 수술 후 부상 후 RTP를 완료했다고 해서 만족하지 않습니다. 그들이 경기에서 활약하고 팀에 기여하는 순간에 진정으로 복귀했다고 느낍니다. 부상을 이겨내고 다시 골을 넣었을 때, 그 순간의 감동과 기쁨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었습니다. 선수들이 경기에서 성공할 때마다 저도 팬으로서 팀닥터로서 큰 자부심과 기쁨을 느낍니다.
홈 경기는 직접 참여하지만, 어웨이 경기는 대부분 방송을 통해 경기를 확인합니다. 경기 중 발생한 부상은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어 다음 경기 전까지 진료가 어디에서 어떻게 진행될지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경기 중 부상 메커니즘을 분석할 때 영상은 매우 중요한 자료가 됩니다.
팀을 맡다 보면 단순한 정형외과적 문제뿐만 아니라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격리, 감기, 폐렴, 장염, 탈진, 두통 등 다양한 의료적 문제가 발생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다양한 의료진과의 협력도 매우 중요합니다.
팀 주치의로서 할 일은 많지만, 저는 팀 닥터이기 전에 SK 나이츠의 열렬한 팬입니다. 선수들이 건강하게 복귀하여 경기장에서 다시 활약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의료진으로서의 보람뿐 아니라 팬으로서의 감동도 함께 느낍니다. 올해 SK 나이츠가 창단 27년을 맞았습니다. 기념식 때의 마지막 구호였던 “SK 나이츠의 팀워크와 열정”이 올해도 발휘되기를 기대합니다.
#사진_점프볼DB(문복주 기자), 김진수 원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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