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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에게 수비 지옥을 선사했던 신명호 코치는 현역 시절 KCC 팬들이 참 좋아했던 선수다. 원클럽맨으로 선수 생활을 마친 그는 본인이 뛰었던 팀에서 지도자 생활까지 이어가고 있다. 같은 팀에서 선수, 코치로 모두 우승을 차지한 신명호 코치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본 기사는 루키 2024년 9월호에 게재됐습니다.


선수 신명호


2007년 드래프트. KBL 황금 드래프트를 논할 때 빠지지 않고 먼저 거론되는 드래프티다. 김태술, 양희종, 정영삼, 함지훈, 박상오, 이광재, 함지훈, 김영환, 이동준 등이 1라운드에 지명되고 2라운드에도 알짜 자원들이 등장했다.


KCC는 당시 1라운드 6순위로 경희대 출신의 신명호를 지명했다. 당시에는 생각보다 높은 순위라는 시선이 있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KCC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 신명호는 KCC에서 10년 넘게 원클럽맨으로 활약했고, 팀에서 꼭 필요한 역할을 해내며 우승 멤버로 영광의 시기를 함께했다. 은퇴 후에도 구단 코치로 KCC와의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드래프트요? 욕도 많이 먹었죠.(웃음) 처음에야 뽑히고 나서 좋았는데 시간이 지나니까 저조차도 왜 이렇게 일찍 뽑혔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워낙 쟁쟁한 동료들이 많았죠. 그 정도의 실력이 되는 선수면 모르겠는데 당시에는 제가 그걸 충족해줄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했고 뒷순위에 뽑힌 선수들이 저보다 잘하는 선수들이었고 당시에도 각광 받는 선수들이었는데 제가 운이 좋은 케이스였죠.“


“내가 여러 번 말을 많이 했는데 생각해보면 KCC에 들어온 게 정말 운이 좋았어요. 제가 잘할 수 있는 걸 살릴 수 있는 멤버 구성이었어요. 잘하는 선수들이 워낙 많아서 팀에서 살아 남을 수 있는 방법이 제가 장점으로 가지고 있는 걸 살릴 수 있는 쪽이라 운이 좋았던 케이스라고 봐요.“


선수 신명호는 남들보다 화려하진 않았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뛰었고 수비라는 확실한 장점을 갖고 있었다. 전태풍, 하승진, 강병현 등 확실한 공격 옵션들이 있는 KCC에서 신명호의 장점은 확실히 부각됐다. 상대 팀 에이스 전담 수비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카드였다.


“장점이라고 봐주셔서 개인적으로는 되게 감사합니다. 자랑스러운 일 중 하나죠. 비결보다는 어쨌든 준비하고 생각하는 과정이 필요한 것 같아요. 공격자가 수비보다 빨리 움직일 수 있으니까 대비해야 하는 거고 어쨌든 제가 막는 선수들이 다 출중한 공격력을 가지고 있어서 한 발이라도 더 뛰려고 노력했죠. 그런 부분에 있어서 시간이 지나면서 더 발전하지 않았나 싶어요.“


“에이스를 막는다는 게 솔직히 부담도 됐지만 한편으로는 상대는 어차피 잘하는 선수잖아요.(웃음) (양)동근이 형이나 (조)성민 코치도 있었고 까다로운 선수가 많았죠. 동기 때는 (김)태술이도 있었고 그때그때 어려운 선수들이 있었어요. 가드뿐만 아니라 문태종 선수를 막을 때도 있었는데 정말 어려운 상대였던 기억이 나요.“


수비에 비해 약점이었던 공격 때문에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상대 감독의 작전 타임 도중 “신명호는 놔두라고“라는 멘트가 농구계 대표 유행어가 됐다. 에이스 대신 공격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선수가 슛을 쏘도록 유도하는 건 농구의 기본적인 전략 중 하나다.


“제가 못 이겨낸 부분 중 하나죠. 그걸 이겨냈으면 다른 느낌의 선수가 될 수 있었는데 슈팅에 있어서 이겨내지 못했기 때문에 은퇴하고 나서도 아쉬운 기분이 있어요.“


“솔직히 다른 건 없는 것 같아요. 결국 자신감이죠. 저도 이겨내지 못했던 부분이에요. 혼자 연습할 때와는 달리 모든 팬이 보고 있는 실제 경기에서 갖는 확실한 자신감이 필요해요. 연습을 통해 자신감을 찾는 것도 있지만 압박감을 이겨내야 발전할 수 있는 선수가 되는 거죠. 제가 그걸 이겨내지 못했던 것 같고 다른 선수들은 해냈으면 좋겠어요.“








코치 신명호


이적 한번 없이 긴 선수 생활을 보낸 신명호 코치는 2020년 현역 은퇴 후 구단 코치로 부임했다. 막내 코치로서 다른 코칭스태프를 보좌하며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고 아직은 배우는 게 많은 단계다.


“원클럽맨이라는 건 저에게 대단한 영광이죠. 구단에 어쨌든 정말 감사한 마음이 커요. 신인 때도 높은 순위에 뽑아주셨고 KCC에 10년 넘게 있었는데 구단과 故 정상영 명예회장님께 감사드립니다. 어쨌든 KCC에 오게 된 것 자체가 행운이었고 생활이나 다른 부분도 제게 굉장히 운이 좋았던 상황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현역에서 물러날 당시에 은퇴할 나이가 됐고 다른 선수들도 팀에 많이 수혈되는 상황이었어요. 그때 구단에서 제게 코치 제의를 해주셨고 감독님께서도 말씀해주셔서 너무나 기분 좋고 영광스럽게 코치가 된 거죠. 선수 은퇴하고 바로 지도자를 하는 게 쉽지 않은 일인데 잘 이어질 수 있어서 정말 영광이죠.“


“분명히 저뿐만 아니라 다른 구단 막내 코치도 다 똑같을 거예요. 하나의 배워가는 과정이고 그 속에서 제 생각과 실제가 다를 수도 있는 것도 배워가고 있습니다. 나중을 생각해서 작은 일도 조금이라도 더 살펴보면서 생각하고 있습니다.“


리그 대표 장수 감독인 전창진 감독과 강양택, 이상민 코치까지. KCC 코치진들의 경험은 타 구단 코칭스태프에 비해 상당한 편이다. 쌓아가는 단계인 신명호 코치가 그들을 보면서 배울 점도 적지 않다.


“감독님이야 워낙 다 아시는 것처럼 팀을 끌고 가는 리더십이 굉장하신 분이에요. 세심한 것도 신경을 많이 쓰시지만 팀을 끌고 가는 능력 자체가 워낙 대단하세요. 강 코치님은 굉장히 세심한 것까지 플레이 같은 걸 많이 짚어주세요. 이 코치님께도 전술적인 부분을 많이 배우고 있어요. 코치님 두 분 다 전술적으로 워낙 뛰어난 분들이시죠.“


지난 시즌, KCC는 힘겨운 정규리그를 보냈지만 저력을 발휘하며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했다. 코칭스태프와 선수단이 하나로 뭉쳐 만들어낸 결과. 신 코치는 선수-코치로 모두 KCC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영예를 안았다.


“뭘 가릴 것 없이 우승은 다 좋죠.(웃음) 선수 때는 마냥 좋았던 것 같아요. 우승했다는 사실에 마냥 기뻤던 기억이 있는데 코치로 우승을 경험하니까 처음엔 좋았지만 다른 부수적인 일도 해야 할 게 있어서 선수 때만큼 계속 좋지만은 않더라고요. 그래도 신경 써야 할 것이 있긴 하지만 어쨌든 우승이란 건 무조건 좋은 일인 것 같아요. 하하.“


“(이)승현이, (라)건아가 시즌 시작할 때 들어오면서 손발 맞출 시간도 적었고 적응해가는 시간 속에 정규리그에 팀적으로 업다운이 많았어요. 분명히 잘 맞을 때도 있었지만 너무 안 맞는 시기도 있었고 중간에 (송)교창이가 들어오거나 부상자가 생기는 상황들이 반복됐죠. 맞출만 하면 누가 빠지고 이런 거에 있어서 갭이 컸어요. 그래서 정규리그 때는 되게 힘들었는데 플레이오프에 올라가면서 구성원들이 합이 하나둘 맞기 시작하고 시너지 효과가 나왔죠.“


지도자로서 아직 철학에 대해 확고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시점은 아니다. 구체적인 목표보다는 한 단계씩 나아가면서 매 순간 발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신명호 코치. 지향하는 방향으로는 팀이 한 곳을 보면서 달려갈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아직 저한테 지도 철학이 만들어졌나 싶기도 하네요.(웃음) 어쨌든 팀이 하나의 길을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똑같은 목표를 보고 가는 게 가장 중요한 과제에요. 선수마다 다 다르지만 바라보는 방향은 같아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상황에 항상 변화가 생길 수도 있지만 한 곳만을 바라보고 달려야 팀이 잘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선수들에게 해줄 수 있는 조언이요? 지금이 가장 열심히 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해요. 선수 생활할 때. 그때가 가장 중요한 시기죠. 어제는 어제고 내일은 내일인데 현재가 제일 중요하니까, 현재를 잘해야 미래도 있는 거니까요.“


“아직 구체적으로 지도자 생활의 목표를 설정하지는 않았어요. 어떤 길을 가야겠다는 것보다는 매년 한 스텝씩 달라져야겠다는 생각은 계속하고 있어요. 아직 제가 어린 나이고 배워야 할 것도 많은 시기에요. 모든 게 만족스러운 사람이 될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있죠.“


“팬분들께서 못했을 때는 비판도 많이 해주시고 잘했을 때는 칭찬을 많이 해주시는데 어쨌든 관심을 많이 가져주시는 게 좋은 거라고 생각해요. 비판을 하시더라도 관심이 있으신 거니까 관심을 많이 가져주시고 경기장 많이 찾아와주시는 게 제일 좋은 것 같아요. 항상 열정적으로 응원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리겠습니다!“








EXTRA STORY
가장 강했던 KCC는 언제?


20년 가까이 KCC와 함께 해온 이지스함의 산증인 신명호 코치. 리그 대표 명문 중 하나인 KCC는 과감한 투자 등으로 강력한 로스터를 오랜 시간 구축해왔다. 대표적으로는 이조추 트리오 시절, 전태풍-하승진-강병현-신명호가 같이 뛰던 시절, 그리고 송교창-최준용-이승현-허웅이 뭉친 현시점을 꼽을 수 있다.


신 코치에게 언제가 가장 강했던 KCC였는지 묻자 “그래도 안정적인 건 이상민 코치님 현역이실 때가 가장 안정적인 구성이었던 것 같아요. 지난 시즌 멤버도 좋았다고 느껴요. 제가 뛰었을 때도 좋았는데 안정감이 있었나?라는 생각이 들어요“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지금은 개개인의 돌발 행동이 있기도 하지만 경기 뛸 때만큼은 선수들이 다 진지함을 가지고 있고 투지나 승부욕이 있으니까 코치로서 선수들의 경기 임하는 자세는 되게 좋았다고 생각해요“며 현재 선수들을 칭찬했다.


신명호 코치 프로필
생년월일 : 1983년 10월 8일
포지션 : 가드
출신 학교 : 여천초-여천중-여수전자화학고-경희대
프로 입단 : 2007년 드래프트 1라운드 6순위 KCC 지명








사진 = 이현수 기자, 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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