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홈런이라고, 뛸 준비 하라고 하시더라고요.“

이영빈(22·LG 트윈스)은 지난 3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서 홈런을 치고도 인정받지 못했다. 4-7로 지고 있던 9회초. 대타로 타석에 선 그는 KIA 마무리투수 정해영의 초구 직구를 잘 받아쳤다. 타구는 중견수 뒤를 넘어 담장을 향했다. 중앙 펜스에 공이 끼었고, 이를 본 2루심은 인정 2루타를 선언했다. 그러나 중계화면에 잡힌 이영빈의 타구는 홈런.

LG에서 비디오판독 요청은 없었고, 이영빈의 홈런은 2루타가 됐다.

홈런 타구의 경우 비디오판독은 무제한. 팬들은 비디오판독을 실시하지 않은 LG 벤치를 비난했다. 염경엽 LG 감독은 다음날 “열받아서 잠을 못 잤다“라며 “2루심이 펜스 가까이 봤기 때문에 그냥 넘어갔다. 심판을 믿어서 비디오 판독을 안했다. 심판이 직접 봤는데 누가 비디오 판독을 하겠나“라고 억울함을 내비쳤다.

이영빈은 5일 만에 다시 아치를 그렸다. 8일 잠실 한화 이글스전에 9번타자 겸 우익수로 선발 출장한 그는 3-0으로 앞선 3회말 1,2루에서 한화 김기중의 슬라이더가 가운데 몰리자 그대로 받아쳐 우측 담장을 넘겼다. 완벽한 홈런. 이영빈의 시즌 1호이자 상무 제대 후 첫 홈런이었다

이영빈은 다음 타석에서도 다시 한 번 제대로 타구를 날렸다. 4회말 주자 2루에서 타석에 선 이영빈은 한승주의 몸쪽 직구를 받아쳤다. 높게 뜬 타구는 우측 기둥 위로 담장을 넘어갔다.

심판 판정은 파울. “심판을 믿지 않겠다“고 다짐한 염 감독은 곧바로 비디오판독을 요청했다. 오랜 시간 판독 이뤄졌고, 홈런으로 정정됐다. 이영빈의 데뷔 첫 연타석 홈런. 이영빈의 4타수 4안타(2홈런) 5타점 활약을 앞세운 LG는 14대3으로 한화를 제압하며 2연승을 달렸다. 3위 자리로 함께 굳혔다.

경기를 마친 뒤 이영빈은 “좌투수라서 오늘 나갈 수 있나 생각을 했는데 내보내주신 감독님과 코치님께 감사하다. 이 정도까지 좋은 경기를 할 줄 몰라서 일단 얼떨떨한 느낌“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옛날부터 잠실에서 홈런을 치면 어떨까라는 상상을 했다. 군대에 있을 때도 잠실야구장에서 복귀해서 치면 어떨까라고 상상을 많이 했는데 그게 이뤄진 날이라 더 행복했다“고 말했다.

아쉬웠던 지난 KIA 홈런 불발. 이영빈은 “주변에서 많이 아쉽다고 해주셨다. 나는 그때마다 이야기를 한 게 더 중요한 순간에 더 멋있게 치면 되겠다고 이야기했다. 그게 비교적 일찍 나와서 좋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번에는 곧바로 실시된 비디오판독 순간. 이영빈은 “옆에서 (홍)창기 형과 (김)현수 형이 뛸 준비하라고 스타트 자세를 하고 그랬다. 조마조마 했는데 웃으면서 기다렸다. 홈런이 나오니 더 기뻤다“고 말했다.

상무 제대 후 첫 시즌을 보내고 있는 이영빈은 “군 제대를 하고 팬들께서도 기대하셨을텐데 상무에서 성적이 좋지 않았다. 팬들께서 응원도 해주시고 걱정도 많이 하셨는데 팀에 보탬이 될 수 있어 기쁘다. 오늘뿐 아니라 계속해서 팀 승리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잠실=이종서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