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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장은 명장. 벼랑 끝에서도 다시 일어났다.

프랑스 출신 명장 필립 블랑이 이끄는 현대캐피탈은 23일 오후 3시 30분 통영체육관에서 열린 2024 통영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 예선 A조 2차전에서 KB손해보험을 3-2(25-19, 25-21, 24-26, 22-25, 15-9)로 어렵게 이기고 1차전 OK저축은행전에 이은 개막 2연승을 내달렸다. 레오 허수봉 전광인 삼각편대가 빛을 발했다. 각 24, 17, 14점을 기록했다. 아울러 이날 현대캐피탈은 수비에서도 끈끈한 조직력을 선보이며 귀중한 승점 2점을 챙겼다. KB에서는 혼자 27점을 올린 비예나와 더불어 2세트 후반부터 투입돼 14점을 올린 윤서진의 활약이 인상적이었지만, 끝내 패배를 막진 못했다.


경기를 앞두고 블랑 감독은 "지난 경기보다 오늘이 더 어려운 여정이 될 것 같다. KB가 우리에 대한 준비를 잘해왔을 것"이라고 경계했다. '예상 적중'이었다. 이날 현대는 먼저 1~2세트를 가져오며 쉽게 승리하는 듯했는데, 3세트부터 KB손해보험의 반격이 시작됐다. 2세트 후반 스테이플즈(호주)와 교체 투입된 윤서진 손끝이 심상치 않았다. 여기에 비예나의 안정적인 공격력을 더해 3세트를 가져온 KB손해보험은 4세트도 현대를 크게 앞지르며 5세트까지 경기를 끌고 갔다. 대단한 투지.

현대캐피탈은 세터 이현승, 아포짓 허수봉, 아웃사이드 히터 레오와 전광인, 미들블로커 최민호와 차영석, 리베로 오은렬 선발 카드를 내보였다. 이에 맞선 KB손해보험은 세터 황승빈, 아포짓 비예나, 아웃사이드 히터 황경민과 스테이플즈, 미들블로커 우상조와 박상하, 리베로 정민수를 먼저 코트에 올렸다. 1차전과 달리 '풀 전력'으로 임한 모습.

1세트 박빙이었다. 비예나 퀵오픈과 박상하 오픈을 묶어 4-3을 만든 KB가 초반 앞서가는 듯했으나 오래가지 않았다. 현대가 주포 레오와 전광인을 앞세워 바짝 추격에 나섰다. 이현승의 낮고 빠른 세트를 차영석이 깔끔하게 마무리하면서 오히려 점수를 뒤집기까지. 10-9가 됐다. KB도 물러서지 않고 맞불을 놨다. 박상하가 속공으로 13-12 역전포를 쐈다. 현대도 이를 가만히 지켜보지 않았다. 전광인 터치아웃 득점으로 다시 전세를 뒤엎었다. 흐름을 탄 현대가 더욱 기세를 올렸다. 전광인 퀵오픈에 차영석 블로킹을 더해 20-16까지 도망갔다. 이후 레오와 비예나의 손끝이 번갈아 타오르면서 경기는 극으로 치달았다. 전광인 서브에이스와 레오 블로킹을 합쳐 24-18을 찍은 현대가 승기를 잡았다. 레오가 퀵오픈으로 1세트를 매조졌다.

이어진 2세트. 현대가 먼저 레오 퀵오픈으로 7-5를 만들었지만 KB도 굴하지 않았다. 황경민 비예나 쌍포가 선봉장을 맡은 가운데 조금씩 따라붙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를 그대로 내버려 둘 레오가 아니었다. 끊임없이 상대 코트를 두들기며 격차를 유지했다. 전광인과 차영석도 손을 모았다. 여기에 허수봉 활약까지 더해지면서 현대가 본격적으로 날개를 펼쳤다. 그렇게 현대 쪽으로 승부가 넘어가려던 찰나, KB가 다시 힘을 냈다. 4점 차까지 벌어졌던 점수를 단숨에 19-21로 좁혔다. 세트 후반 교체로 들어간 윤서진 득점포도 터졌다. 하지만 최민호 속공으로 현대가 먼저 세트포인트를 만들면서 아쉽게 2세트를 내주고 말았다.

3세트 윤서진 활약으로 KB가 리드를 잡았다. 중요한 순간마다 득점을 터뜨려 준 윤서진은 8-8에서 다시 한번 연속 득점을 만들며 '막내형' 노릇을 했다. 이에 힘입은 KB가 아슬아슬한 리드를 이어갔다. 그러나 그것도 거기까지. 비예나 공격력이 좀처럼 살아나지 않으면서 KB는 현대에 주도권을 다시 뺏기고 말았다. 현대는 전광인 블로킹으로 13-13을 기록한 뒤 이어 나온 최민호 서브에이스로 다시금 웃었다. 계속해서 현대 리드 상황이 이어졌다. 어느덧 19-17. 이때 갑자기 KB 윤서진이 경기에 균열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좀처럼 멈출 줄 모르는 맹타로 현대와 격차를 줄이다 못해 아예 점수를 뒤집어버린 것. 여기에 비예나의 회심의 일격으로 KB가 먼저 세트포인트를 맞이했다. 벼랑 끝에 몰렸던 KB가 귀중한 세트 점수를 얻었다.

4세트도 KB가 치고나갔다. 또다시 윤서진 손끝이 달아오르며 세트 초반 KB는 5-2까지 점수 간격을 늘렸다. 황경민도 가만있지 않았다. 연속 득점으로 9-6을 만들었다. 이어진 비예나의 백어택도 깔끔했다. 여기에 우상조까지 터지면서 13-9로 앞서는 KB. 계속해서 흐름을 이어간 KB는 비예나 백어택과 황승빈 블로키을 묶어 20-16로 먼저 20점 고지를 밟는 데 성공했다. 마지막 순간 현대 신펑의 서브가 라인을 나가며 승부는 5세트로 향했다.

5세트 초반 심판과 KB 선수단 사이 실랑이가 벌어졌다. 0-0에서 이준협 서브 아웃으로 KB가 사이드 아웃을 가져왔는데, 이어진 서브 타임에서 원래 나섰어야 할 황경민이 아닌 박상하가 서브를 치러 들어간 것. 이에 KB는 경고를 받았고, 여기에 KB 선수들이 강하게 맞서면서 경기가 한동안 중단됐다. 이에 경기 흐름이 현대 쪽으로 완전히 넘어갔고, 레오와 허수봉의 활약 속에 현대가 어렵게 승리를 따냈다.

사진_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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