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뉴스
[24-09-27 11:30:16]
긴 여름이 끝나고 드디어 가을이 왔어. 그건 곧 NBA 개막이 다가왔다는 걸 의미하지.
10월 23일이면 2024-2025 NBA 정규시즌이 막을 열어. 보스턴과 덴버가 조금 더 빨리 트레이닝 캠프를 시작하고 10월 1일부터는 나머지 28개 팀도 훈련을 소집해.
시즌 개막이 다가왔으니, 30개 팀을 미리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봐야겠지? 오늘부터 매일 한 팀씩 알아가보도록 하자고.
다섯 번째 시간의 주인공은 8년째 플레이오프를 밟지 못하고 있는 팀, 샬럿 호네츠야.
23-24 샬럿 REVIEW
정규시즌 : 21승 61패, 동부 13위
플레이오프: 진출 실패
공격효율지수: 108.6(28위)
수비효율지수: 119.2(29위)
공수효율마진: -10.6(30위)
지난 시즌 샬럿은 사실상 리그 최악의 팀이었어.
디트로이트, 워싱턴 같은 팀이 더 아래에 있긴 했지만, 이 팀들보다 샬럿이 딱히 더 낫다고 말하기는 힘들었지.
가장 아쉬웠던 건 수비야. 2022-2023시즌엔 114.7로 리그 20위 정도였던 수비효율지수가 지난 시즌엔 29위까지 추락했거든.
가뜩이나 좋지 않았던 수비력이 아예 바닥으로 떨어진 거지.
샬럿의 지휘봉을 잡고 있던 감독이 다른 사람도 아닌 스티븐 클리포드였다는 점에서 더 놀라운 일이었어.
클리포드는 예전부터 수비로 팀을 끈끈하게 만드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었거든.
클리포드는 이미 2013-2014시즌부터 5년 동안 샬럿을 이끌었고, 당시에 샬럿은 두 번이나 플레이오프에 나갔었어.(모두 1라운드 탈락)
플레이오프 진출이 무슨 대단한 일이냐고 말할 수도 있을 거야. 하지만 샬럿의 역사를 들어보면 생각이 달라질 걸?
샬럿은 지난 20년 동안 플레이오프 진출 자체가 3번 밖에 없어.
특히 30번째 구단 '밥캣츠'로 창단하며 3년 만에 팀이 부활한 이후로는 사실상 만년 약체 팀이라고 봐도 될 정도로 못하고 있지.
그런 샬럿을 플레이오프 진출로 두 번이나 이끌었으니, 샬럿 입장에선 나름 클리포드가 믿음직했던 거지. 2022년에 클리포드를 4년 만에 다시 감독으로 앉힌 것도 그래서였고.
최근 20년간 샬럿의 PO 진출(총 3회)
09-10: 44승 38패, PO 진출(1라운드 탈락) - 래리 브라운 감독
13-14: 43승 39패, PO 진출(1라운드 탈락) - 스티브 클리포드 감독
15-16: 48승 34패, PO 진출(1라운드 탈락) - 스티브 클리포드 감독
현재 진행 중인 연속 PO 진출 실패 기록
1. 샬럿: 8년 연속 실패
2. 디트로이트: 5년 연속 실패
2. 샌안토니오: 5년 연속 실패
4. 휴스턴: 4년 연속 실패
그런데 근래의 샬럿은 클리포드도 어쩔 수 없는 팀이었어.
27승 그리고 21승. 클리포드가 팀을 이끈 지난 2년 간 거둔 정규시즌 승수야. 완전히 바닥이었지.
수비가 모래성처럼 무너지면서 클리포드 특유의 색깔이 전혀 나오지 않았어. 선수 개개인의 수비력이 떨어지니 아무리 팀 수비로 이것저것 시도해봐도 한계가 뚜렷했지. 공격도 중구난방에 어수선했어. 차마 보기 힘들 정도의 경기력을 많이 보여줬다고 해야 할 것 같아.
지난 2년 동안 샬럿에게 가장 뼈아팠던 것은 라멜로 볼의 잦은 부상이야.
라멜로 볼은 2020년 드래프트 전체 3순위로 샬럿에 입단했어. 루키 시즌에 앤써니 에드워즈를 제치고 신인왕을 탔고, 두 번째 시즌엔 무려 올스타가 됐지.
75경기에서 평균 20.1점 6.7리바운드 7.6어시스트에 3점슛 성공 2.9개. 라멜로 볼이 2021-2022시즌에 만들어낸 기록이야. 스타성도 뛰어났고 임팩트는 강렬했지.
문제는 세 번째 시즌인 2022-2023시즌부터 시작됐어. 부상으로 자꾸 결장하기 시작한 거야.
고질적인 발목 부상으로 10경기 넘게 쉬고 돌아왔다가 또 부상으로 빠지고. 이런 패턴이 반복됐어. 지난 시즌에도 마찬가지였지.
지난 2년 동안 라멜로 볼이 뛴 경기수는 58경기에 불과해. 특히 지난 시즌엔 고작 22경기만 뛰었지.
이런 라멜로 볼에겐 '유리 몸'이라는 꼬리표가 붙는 건 당연한 결과지. 데뷔 후 4년 동안 출전 경기 수가 184경기 밖에 안 되는 선수가 '유리 몸'이라는 평가에 어떻게 반박할 수 있겠어.
특히 샬럿은 플레이오프도 안 치르고 4월 중순부터 10월 중순까지 무려 반년을 쉬는데, 시즌만 되면 이렇게 다치는 건 좀 심하잖아.
라멜로 볼이 빠지니 샬럿 팀 전체도 무너졌어. 특히 공격에서 말이야.
가정 폭력 이슈를 뒤로 하고 1년 만에 돌아온 마일스 브릿지스, 공격형 가드 테리 로지어는 폭발력은 좋은 선수들이야. 20점 정도야 쉽게 만들어내지.
하지만 샬럿을 승리로 이끌 정도의 능력을 가지진 못했어. 게다가 수비가 약해서 넣는 것보다 주는 게 더 많은 선수들이기도 하고.
결국 시즌 중에 샬럿은 백기를 들어버렸어. 테리 로지어, 고든 헤이워드, PJ 워싱턴 같은 선수들을 다 팔면서 탱킹을 선언한 거지. '이번 시즌은 진짜 아니다' 싶었던 거야.
샬럿이 지난 시즌 중에 과감하게 백기를 들 수 있었던 또다른 이유는 2순위 신인 브랜든 밀러의 활약이야.
2023년 NBA 드래프트가 역대급이었던 건 알고 있지? 무려 빅터 웸반야마가 있었잖아.
샬럿은 샌안토니오에 밀려 아쉽게 2순위를 얻었어. 웸반야마는 당연히 못 데려가고, 다른 선수를 뽑아야 했는데 처음에는 스쿳 핸더슨을 뽑는 게 정배당이라고들 했거든.
하지만 샬럿의 선택은 의외였어. 드래프트 1년 전부터 웸반야마와 라이벌리를 형성한 스쿳 핸더슨을 거르고, 앨러배마 대학 출신의 스윙맨 유망주 브랜든 밀러를 뽑아버린 거야.
이걸 두고 말이 진짜 많았어. 샬럿은 2012년 드래프트에서도 앤써니 데이비스를 놓치고(1순위 뉴올리언스 지명) 2순위로 마이클 키드-길크리스트를 뽑았다가 대실패를 한 경험이 있었거든.
브랜든 밀러를 뽑던 날, 샬럿 팬들이 홈 구장에 모여서 드래프트를 다 같이 지켜봤거든?
그런데 샬럿이 브랜든 밀러를 뽑는 순간 반응이 어땠는지 알아? 환호 30, 야유 70이었어. 심지어 샬럿 마스코트는 브랜든 밀러의 이름이 들리자마자 머리를 푹 숙여버렸지.
샬럿 지역의 스포츠 펍은 그냥 야유가 100이었어. '어떻게 스쿳 핸더슨을 거를 수 있냐?'가 대세적인 반응이었지.
1년여가 지난 지금, 샬럿 팬들의 생각은 완전 달라졌어. 스쿳 핸더슨이 최악의 루키 시즌을 보낸 반면, 브랜든 밀러는 '넥스트 폴 조지' 같은 모습을 보여줬거든.
74경기에 뛰었는데 17.3점 4.3리바운드 2.4어시스트를 기록했어. 게다가 슈팅 효율도 상당히 좋았어. 야투율 44.0%, 3점슛 성공률 37.3%. 경기당 2.5개의 3점을 터트렸어.
루키가 20득점 이상 경기가 29번, 30득점 이상 경기가 4번이나 있었어. 한 마디로 '초대박'이 난 거야.
사실 밀러의 슈팅 능력이나 볼 없는 움직임은 드래프트 당시부터 이미 높은 평가를 받았었어.
오프 더 볼 무브를 통해서 캐치앤슛을 터트리고, 핸드오프 패스를 받아서 수비수를 떨구고 점퍼를 터트릴 수 있는 스코어러라는 평가를 받았지.
게다가 신장 206cm, 윙스팬도 213cm로 사이즈도 좋고 스피드나 민첩성도 준수해서 좋은 온-볼 수비수라는 분석도 있었고.
다만 볼 핸들링이 조금 평범하고 투박한 느낌이 있어서 한계가 있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막상 NBA에 와보니 큰 문제는 아니었어. 워낙 스텝을 잘 쓰고 오프 더 볼 무브를 활용하는 능력이 좋으니 드리블을 많이 안 해도 찬스가 척척 만들어졌거든. 신장이 크다 보니 상대의 압박과 컨테스트에 고전하는 느낌도 전혀 없었고.
진짜 커리어 초반의 폴 조지 같은 느낌이었는데, 실제로 브랜든 밀러의 롤 모델이 폴 조지라고 해. 인터뷰에서 아예 역대 최고의 선수로 폴 조지를 뽑았을 정도였어.
어쩌면 브랜든 밀러는 미래에 가장 성공한 폴 조지 덕후가 될지도 몰라.
2024 여름요약: 새 술은 새 부대에
- 찰스 리 감독 부임
- 마이클 조던 시대, 진짜 안녕
- 드래프트: 티잔 살룬(전체 6순위), 케일럽 맥코넬(언드래프티)
- 트레이드: 조쉬 그린 영입
- FA:
- 재계약: 마일스 브릿지스(3년 7,500만 달러), 세스 커리(1년 330만 달러), 타지 깁슨(1년 330만 달러)
- 연장계약: -
- 주요 이탈: 스티브 클리포드 감독, 다비스 베르탕스, 알렉셰이 포쿠셉스키,
샬럿이 지난 시즌을 앞두고 마이클 구단주가 팀에서 손을 뗀 건 알고 있지?
하지만 이후에도 미치 컵책 단장은 그대로 팀에 남아 있어서 사실 조던 구단주 시대의 운영은 유지되고 있었는데, 새 시즌부터는 확 달라질 것 같아.
일단 미치 컵책 단장이 고문으로 보직을 옮기면서 프런트의 리더가 바뀌었어. 제프 피터슨 부사장이야.
피터슨은 2019년부터 브루클린에서 부단장을 맡으며 션 막스 단장을 보좌해온 인물이야. 브루클린의 빅3(케빈 듀란트-제임스 하든-카이리 어빙) 결성과 이후 트레이드 과정을 모두 중요한 위치에서 이끌었던 인물이지.
가장 놀라운 건 피터슨의 나이가 고작 35살에 불과하다는 거야. 요즘 감독들도 30대가 등장하긴 하는데, 구단을 끌고 가는 프런트 오피스의 리더가 30대인 건 정말 보기 드문 일이지. 다르게 보면 그만큼 능력이 있으니 그 젊은 나이에 그런 위치에 올라온 걸 테고.
피터슨이 부임하고 가장 먼저 진행한 일은 스티브 클리포드 감독과 결별하는 것이었어. 보스턴의 지난 시즌 우승을 도왔던 찰스 리 코치를 감독으로 데려왔지.
찰스 리는 애틀랜타, 밀워키에서 코치로 꾸준히 경험을 쌓아온 '부덴홀저의 남자'야.
스페이싱을 중요하게 생각할 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현대농구의 철학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야. 1984년생으로 아직 39살에 불과한데, 젊은 샬럿의 분위기를 잘 이끌 스타일이 아닌가 싶어.
프런트도, 코칭스태프도 조던 시대의 유물을 청산한 가운데, 로스터는 사실 큰 변화는 없어.
마일스 브릿지스는 비교적 싼 금액에 재계약했고 드래프트에서는 프랑스 출신의 포워드 유망주 티잔 살룬을 지명했지.
206cm의 신장에 216cm의 윙스팬을 가진 살룬은 다듬어야 할 게 많은 편이긴 하지만, 뛰어난 수비수로 성장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긴 팔을 활용한 헬프와 디깅 수비가 좋고 스크린을 피해 다니는 능력도 좋은 선수야. 애런 고든, 챈들러 파슨스가 비교 대상으로 언급되고 있는데, 시간을 두고 키울 수 있는 유망주로 볼 수 있을 것 같아.
조쉬 그린의 합류는 매년 수비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던 샬럿에 큰 힘이 될 것 같아. 댈러스에서도 수비수로 활용도가 높았는데 아마 다음 시즌에는 메인 핸들러를 전담마크하는 선수로 쓰이지 않을까 싶기도 해.
새 시즌 샬럿은 라멜로 볼, 브랜든 밀러, 마일스 브릿지스 3인방이 건강하게만 뛸 수 있다면 꽤 재밌는 농구를 보여줄 것 같아.
라멜로 볼이야 워낙 화려한 스타일이니 길게 설명할 것도 없고, 브랜든 밀러는 루키 시즌에 보여준 폭발력을 얼마나 업그레이드할지가 중요하겠지.
사실 공격은 쓸만한 카드가 있는데 수비가 좀 걱정이긴 하거든. 이건 찰스 그린 감독의 역량이 달린 것 같아.
마크 윌리엄스를 꾸준히 기용하며 높이를 맞추는 것도 필요하지만, 사실 샬럿의 빅맨진은 오랫동안 약점이었잖아. 새 시즌도 경쟁력이 높진 않고.
그래서 때론 과감하게 그랜트 윌리엄스나 마일스 브릿지스를 센터로 기용하면서 스몰라인업의 에너지와 템포로 경기를 풀어가는 것도 필요해보여. 어차피 약체로 평가받고 있으니까 잃을 게 없는 입장이기도 하고.
긍정적인 부분들이 잘 발현되기만 하면 굉장히 재밌는 농구를 보여줄 수도 있을 것 같아. 갖추고 있는 재능은 꽤 괜찮은 팀이니까.
24-25 주요 로스터
가드: 라멜로 볼, 조쉬 그린, 바실리예 미치치, 트레 맨, 세스 커리, 닉 스미스 주니어, 마커스 개럿
포워드: 브랜든 밀러, 마일스 브릿지스, 그랜트 윌리엄스, 티지안 살룬, 코디 마틴, 키욘테 존슨
빅: 마크 윌리엄스, 닉 리차즈, 타즈 깁슨
샬럿의 KEY 넘버
- 36.9
: 지난 시즌 샬럿의 캐치앤슛 성공률은 36.9%에 불과했어. 캐치앤슛이라는 게 기본적으로 점프슛이다 보니까 원래 성공률이 높진 않아. 하지만 그 중에서도 샬럿은 특히 낮은 편이었지. 리그 전체 25위였어.
게다가 캐치앤슛 야투 성공은 리그 28위였어. 보통 캐치앤슛은 보통 어시스트 기반의 팀 오펜스로 만들어지는 건데, 그런 슛이 너무 안 나온 거야.
사실 여기엔 복합적인 이유가 있을 수 있어. 선수들의 캐치앤슛 메이드 능력이 떨어질 수도 있고, 패스의 질이 좋지 않아서 캐치앤슛의 난이도가 너무 높았을 수도 있지.
하지만 좋은 공격 팀이 되기 위해선 이 기록은 반드시 개선해야 해. 아이솔레이션으로 상대 수비를 수시로 무너뜨릴 수 있는 선수가 많은 게 아니라면 말이야.
라멜로 볼의 복귀가 그래서 상당히 큰 도움이 될 것 같아. 샷 셀렉션도 좀 불안하고 수비도 약하지만, 수비를 흔들고 패스를 여기저기 뿌리는 능력은 리그에서도 거의 손에 꼽히거든.
- 97.82
: 지난 시즌 샬럿의 페이스 수치는 97.82로 리그 22위에 불과했어. 상당히 느린 팀이었다는 거지.
다른 기록을 볼까? 지난 시즌 샬럿은 속공 득점(25위), 상대 턴오버 기반 역습 득점(26위), 트랜지션 공격 빈도(27위), 트랜지션 누적 득점(29위) 모두 리그 최하위권이었어. 그냥 굼벵이 팀이었다는 거야.
느린 템포 안에서 승리를 거두려면 사실 수비가 엄청 끈끈한 건 물론이고 세트 오펜스에서 상대 수비를 휘저을 수 있는 스타가 있어야 해. 뉴욕, 마이애미, 덴버 같은 팀이 대표적이지.
하지만 샬럿은 상황이 달라. 라멜로 볼이 없었던 탓도 있겠지만, 가뜩이나 선수 개개인의 득점 창출 능력이 떨어지는데 템포까지 떨어지면 이길 방도가 없어져.
적어도 새 시즌에는 얼리 오펜스와 속공을 어떻게든 강화해야 해. 그렇게 치고 박으면서 난전을 만들어야 승산이 높아지니까. 찰스 리 감독이 샬럿의 스피드를 어떻게 끌어올릴지 지켜보자고.
사진 = 로이터/뉴스1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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