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뉴스
[24-08-17 00:48:29]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 5개 대회 연속 우승에 성공한 미국 남자 농구대표팀은 '어벤져스'로 불렸다. 중간중간 위기도 있었지만 압도적 선수층을 앞세워 체급으로 경쟁팀들을 누르고 금메달 획득에 성공했다. 함께 했을때 지구도 구하는 어벤져스 멤버들답게 슈퍼스타들이 뭉친 미 대표팀 역시 두려울 것은 없었다.
한 선수가 부진하면 다른 선수가 펄펄날고, 외곽 돌파 수비 패싱게임 등 안되는게 없었다. 각부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인 시너지 효과였다. '캡틴 아메리카' 르브론 제임스(40‧206cm)가 기가막힌 타이밍에서 패스를 빼주면 '아이언맨' 스테판 커리(36‧188cm)의 3점슛이 림을 갈랐다. 커리가 특유의 오프더 볼 무브로 수비를 끌고다니고 그 틈을 타서 '토르' 케빈 듀란트(36‧211cm)의 슛이 터졌다.
듀란트가 공격을 시작하는가 싶었지만 마무리를 짓는 것은 '헐크' 조엘 엠비드(30‧213cm)와 '앤트맨' 앤서니 에드워즈(23‧193cm)였다. '윈터솔져' 앤써니 데이비스(30‧208cm)는 여전한 르브론의 든든한 파트너였으며 조금의 빈틈만 보이면 '호크 아이' 데빈 부커(28‧196cm)의 외곽슛이 상대 수비진에 찬물을 끼얹었다.
'블랙팬서' 즈루 할러데이(34‧191cm)와 '비전' 데릭 화이트(29‧193cm)도 소금같은 플레이로 팀에 기여했다. 다른 경쟁팀들은 특정 선수 몇몇만 봉쇄되면 힘을 잃기 십상이었지만 미 대표팀은 달랐다. 첫 번째 히어로를 막으면 두 번째 히어로가 튀어나왔고, 세 번째 히어로를 경계하자 네 번째 다섯 번째 히어로가 경기를 지배했다.
미 대표팀을 응원하는 팬들도 든든했겠지만 함께 경기를 뛰는 선수 본인들도 그 어느 때보다 편하게 농구를 했을 것이다. 소속팀에서는 체력관리를 해야하는 르브론이 그런 문제를 신경쓰지않고 힘을 끌어모아 세르비아 센터 니콜라 요키치(29‧211cm)를 수비했을 정도다. NBA시즌 경기에서는 보기 힘든 장면이었다.
하지만 올림픽은 끝났고 임무를 완수한 어벤져스는 해산됐다. 르브론은 더 이상 커리같은 특급 슈터와 뛸 수 없으며 커리 또한 자신이 막힐 때 도와줄 해결사가 옆에 없다. 아니 이제는 각자의 팀에서 서로가 경쟁자가 되어 싸워야 한다. 커리의 3점슛이 터지면 르브론과 듀란트가 함께 환호하던 모습은 올림픽의 추억으로만 남겨두게 됐다.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는 다음 시즌 새로운 날개와 함께 동행을 예약했다. 커리를 중심으로 달리는 것은 변함없지만 영혼의 파트너로 불리던 클레이 탐슨(34·201cm)은 이제 없다. 대신 새로운 지원군 버디 힐드(32·193cm), 카일 앤더슨(31·203cm)과 함께 한다. 프랜차이즈 스타 탐슨이 떠난 것은 아쉽지만 팀 전력과 미래를 놓고보면 현명한 선택이었다는 평가가 많다.
피닉스 선즈 팬들은 이번 대표팀 경기를 통해 다음 시즌 희망을 봤다. 에이스 부커의 새로운 모습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부커는 득점 욕심 많은 난사형 에이스 느낌이 강했다. 대표팀에서 3&D플레이어로 뛴다고 했을 때도 곧이 곧대로 믿는 이들은 많지않았다. 하지만 부커는 거기에 딱맞는 플레이를 통해 제대로 증명했다.
한 두경기가 아니다. 올림픽 기간 내내 그랬다. 스티브 커 감독이 숨은 MVP로 꼽았을 정도다. 부커가 그런 플레이가 된다는 것은 피닉스의 조직력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듀란트에 브래들리 빌(30‧193cm)까지 있는 상황에서 서로가 공격 욕심을 줄이고 수비 등 다른 부분에서 좀 더 힘을 쏟을 필요가 있다.
노련한 듀란트는 걱정할 것 없다. 어떤 조합에서도 적절히 맞춰 줄 수 있는 베테랑이다. 물론 부커가 대표팀에서처럼 피닉스에서 뛴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실질적인 팀의 1옵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표팀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그간의 플레이 스타일에 변화를 주고 듀란트, 빌과의 호흡에 좀 더 초점을 맞춘다면 분명 지난 시즌보다는 더 나을 것이다는 평가다.
이번 대표팀에서 유독 많은 언론의 푸시를 받은 선수가 있으니 다름아닌 에드워즈다. 미국은 르브론, 커리, 듀란트를 이을 새로운 스타가 필요하다. 아직까지 확실한 적임자가 보이지않는 가운데 미네소타 팀버울브스의 젊은 에이스 에드워즈가 높은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리그에서도 대놓고 밀어주는 분위기이며 본인 역시도 이를 즐기고있는 모습이다.
‘물 들어올 때 노저으라’는 말이 있다. 한창 주가가 높을 때 치고 나가야 한다. 무려 ‘제2의 마이클 조던’으로 주목받고있는 만큼 어느 정도로는 안된다. 정규시즌 MVP나 파이널 진출 정도의 확실한 결과물이 필요하다. 미국 현지 팬들은 데이비스가 루카 돈치치, 니콜라 요키치 등의 아성을 위협할 정도로 거물이 되기를 바란다.
엠비드는 올림픽 기간내내 프랑스 관중들의 야유에 시달렸다. 자업자득이다. 프랑스 국가대표로 뛰겠다는 약속을 지키지않았고 이후 보였던 태도도 뻔뻔스럽기 그지없다. 겉으로는 쿨한척 대처했지만 실상은 적지않게 신경을 쓰는 듯한 느낌도 풍겼다. 어쨌거나 엠비드같이 예민한 선수가 야유를 받으면서 농구를 한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로 돌아가면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간판 스타로서 큰 응원을 받으며 코트에서 뛰게 된다. 타이리스 맥시(24‧188cm)는 급성장했고 베테랑 스몰포워드 폴 조지(34‧203cm)까지 합류했다. 대권에 도전할 확실한 찬스다. 만약 우승을 거머쥘 수 있다면 늘 본인보다 한걸음 앞서나가는 요키치와의 간격도 제대로 좁힐 수 있을 것이다.
디펜딩챔피언 보스턴 셀틱스는 상대적으로 든든하다. 제이슨 테이텀(26‧203cm)을 비롯 할러데이와 화이트는 대표팀에서 크게 돋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테이텀의 역할이 좀 줄었을뿐 나머지 둘은 소속팀에서 하던대로 했다. 보스턴으로 돌아가면 파이널 MVP 제일런 브라운(28‧196.2cm)을 비롯 샘 하우저(27‧201cm), 알 호포드(38‧206cm), 크리스탑스 포르징기스(29‧221cm) 등이 기다리고 있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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