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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내로남불의 극치다.“ 24일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 현안 질의를 지켜본 배드민턴계 인사들은 울분을 감추지 못했다. 김택규 대한배드민턴협회장의 '엘리트(전문체육인) 탓' 발언 때문이다.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그는 “협회가 발전하지 못한 것은 엘리트 터줏대감 때문“이라고 하는 등 엘리트 책임론을 수차례 강조했다. 생활체육 출신의 김 회장은 2021년 1월 당선돼 4년째를 맞았다. 임기 3개월을 남긴 이제 와서 엘리트 '악마화'로 생활체육과의 분열에 앞장서는 모습이다. 통합 체육단체 회장의 자격을 따지는 정서적 판단을 떠나 엘리트계를 더욱 분노케 한 것은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에서 사실 왜곡된 엘리트 책임론을 마구 퍼뜨렸기 때문이다.

엘리트계 인사, 이사회 소속 이사 등의 반론을 종합하면 “내로남불의 극치“라는 말이 나올 만했다. 김 회장은 답변에서 '엘리트 탓'을 강조하면서 “이사회에서 (안건) 하나를 통과하지 못했다. 임원이 비즈니스석 타는 것도 없애려 했는데 없앨 수 없었다“는 사례를 들었다.

그가 언급한 이사회는 2022년 2월 8일 열린 제85차 이사회를 말한다. 당시 김 회장은 임원(회장, 부회장)의 출장 항공편 비즈니스석 조항 삭제건을 상정했다가 난상토론 끝에 표결에 부쳐 찬성 12표, 반대 16표로 부결된 바 있다. 한 이사회 관계자는 “이사회에서 부결된 것은 비즈니스석 관련 안건 한 번뿐이다. 나머지 수많은 안건은 김 회장이 원한 대로 통과됐다“면서 “엘리트 출신 이사들이 방해했다는 주장은 침소봉대“라고 말했다. 실제 김 회장 당선 이후 지금까지 열린 총 10차례의 이사회 회의록을 조회한 결과 '비즈니스석'을 제외한 모든 안건이 '원안대로 통과'로 기록돼 있다.

협회 임원진 구성을 보더라도 김 회장의 주장에 의문이 생긴다. 총 40명(회장 1명, 전무이사 1명, 부회장 6명, 이사 30명, 감사 2명) 가운데 '비(非)엘리트' 내지 '친(親)김택규' 인사는 23명이다. 이른바 '여대야소' 구도다. 김 회장이 그동안 친정체제를 구축했다. 이사회의 경우 총 15명이 엘리트 출신인데, 이 중 1명은 '친김택규'로 과반이 안된다. 부회장단에서는 엘리트가 3명이고, 감사 2명 중 행정감사는 대표적인 '김택규 라인' 전남협회 회장이다.

지난 22일 발표된 김 회장 사퇴 촉구 성명서에 서명한 이사 14명 가운데 엘리트 출신은 8명에 그쳤고, '안세영 사태'에 실망한 '비엘리트' 인사 6명이 동참했다. 나머지 엘리트 출신 7명은 소속팀, 의견 차이 등의 이유로 동참하지 않았다. 엘리트가 득세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지난해 2월 김 회장이 14개 분과위원회를 개편할 때 핵심 조직인 경기력향상위원회, 심판위원회, 스포츠공정위원회의 위원장을 교체하면서 '엘리트계'를 전멸시킨 대신 '친김택규' 인사들로 임명했고, 공모사업추진위원회를 신설하면서 측근에게 맡기기도 했다. 이같은 인사 전횡에 엘리트들은 뒤에서 불만을 토로할 뿐, 대놓고 저항하지 못했다. 김 회장이 협회를 생활체육 위주로 장악한 탓에 주눅들었기 때문이다.

결국 누적된 불만이 폭발한 게 지난 2월 이사회에서 김 회장의 '페이백' 의혹을 제기한 것이었다. 김 회장으로서는 자신을 궁지로 몬 '페이백'을 이슈화한 엘리트들이 '눈엣가시'가 됐다. 여기에 김 회장이 엘리트 책임론에 급급한 데에는 차기 회장 선거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해석도 있다. 한 관계자는 “재선을 노리는 김 회장이 생활체육-엘리트 갈라치기로 지지 기반을 다지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안세영 사태'를 계기로 드러난 협회의 각종 부실 행정에 대한 책임을 엘리트에게 돌리는 회장의 태도는 통합체육회 출범 취지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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