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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선수와 후원사의 관계, 돈보다 더 큰 가치가 있다.

'슈퍼땅콩' 김미현과 한별텔레콤이 그랬다. 김미현이 LPGA(미국여자프로골프)투어 2승을 거둔 1999년 한별텔레콤은 “대기업을 찾으라“며 조건 없이 스폰서십을 내려놓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김미현은 “어려울 때 도와준 분에게 등 돌릴 수 없다. 제발 나를 한별가족에서 빼지 말아달라“며 스스로 한별텔레콤 로고를 단 채 투어에 나섰다. 이 일화는 20년이 넘은 지금까지 골프계에 회자되고 있다.

2년 전 윤이나와 하이트진로도 그랬다. 윤이나가 오구플레이로 3년 자격 정지 중징계를 받았음에도 하이트진로는 위약금 청구, 계약 해지 대신 기다림을 택했다. 정직과 신뢰를 최고의 가치로 삼는 기업정신과 이미지를 고려할 때 소속 선수라 해도 눈감아주기 쉽지 않은 추문. 그러나 하이트진로는 윤이나와 동행을 계속했다. 의리를 지킨 후원사에 윤이나도 보은하겠다는 뜻을 숨기지 않았다. 지난 6일 막을 내린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에서 윤이나는 최종 라운드까지 우승 경쟁을 펼친 끝에 공동 3위로 대회를 마쳤다.

그런데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이 끝나자마자 뜻밖의 소식이 전해졌다.

복수의 골프계 관계자들은 “윤이나 측이 최근 '올 시즌을 끝으로 하이트진로와 후원 계약을 마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윤이나와 하이트진로 간의 계약은 올 시즌을 끝으로 만료된다. 하이트진로는 윤이나와 재계약 우선 협상권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골프계 관계자는 “아직 양측의 우선 협상 기간은 도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윤이나는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3라운드를 마친 뒤 LPGA(미국여자프로골프) 퀄리파잉시리즈(QS) 참가 신청을 했다고 밝혔다. 지난 9일 기준 세계랭킹 32위인 윤이나는 QS 예선 면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골프계 관계자는 “하이트진로는 윤이나가 미국에 진출하더라도 계약을 연장하길 원했다“고 밝혔다. 시장 상황과 무관치 않다. 하이트진로는 K-푸드 열풍을 타고 전 세계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특히 하이트진로 시그니처 상품인 '참이슬'은 미국에서 'K-보드카'로 통하며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하이트진로 미국법인 연간매출액은 매년 150억원씩 성장 중이다. LPGA투어 광고 효과를 충분히 고민할 만. 한국 여자 골프 차세대 간판을 넘어 LPGA투어 도전 의지를 가진 윤이나라면 당연히 계약 연장 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다.

윤이나가 미국 진출을 시도한다는 설과 함께 외국계 기업의 후원 참여설도 꾸준히 흘러나왔다. 윤이나가 QS 신청으로 미국 진출 가능성을 연 가운데 공교롭게도 후원 계약 종료설까지 불거졌다. 우연치곤 미묘하다.

냉혹한 프로의 세계, '영원'이란 단어는 통용되지 않는다. 다만 시작보다 마무리를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한 건 불변의 법칙. 때론 한 순간의 선택이 남은 길을 좌우하는 건 프로의 세계도 다르지 않다.

과연 윤이나와 하이트진로는 어떤 길을 걷게 될까.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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