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뉴스
[24-10-01 05:20:00]
[스포츠조선 이현석 기자]엄청난 투자와 인내에도 에릭 텐 하흐의 답변은 '시간'이었다. 다만 경질 시계는 점점 조여오고 있다.
글로벌 스포츠 언론 디애슬레틱은 30일(한국시각) '텐 하흐는 토트넘과의 경기 패배 후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라고 보도했다.
맨유는 30일 영국 맨체스터의 올드트래퍼드에서 열린 토트넘과의 2024~2025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6라운드 경기에서 0대3으로 대패했다. 맨유는 이번 경기 패배로 12위까지 추락했으며, 올 시즌 홈에서 치른 3번의 리그 경기 중 2차례나 패배하는 충격적인 결과를 맞이하게 됐다.
토트넘 공격수 브레넌 존슨에게 전반 3분 만에 실점한 맨유는 이후 전반 막판 브루노 페르난데스가 위협적인 태클로 퇴장당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후반에도 2분 만에 실점을 헌납한 맨유는 후반 중반 도미닉 솔란케에게 쐐기골까지 허용하며 무너졌다.
경기 후 텐 하흐 감독을 향한 비판이 쏟아졌다. 그간 텐 하흐를 옹호하던 팬들도 납득할 수 없는 무기력한 패배였기에 비판은 거셌다.
하지만 텐 하흐는 문제 의식보다는 변명이 앞섰다. 자신과 팀에게 시간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내놓으며 팬들을 더욱 분노하게 했다.
디에슬레틱은 '텐 하흐는 아직까지 팀을 하나로 뭉치기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시즌도 맨유 감독으로 남으며 새 시즌을 시작했는데, 이제 시험대에 올랐다'라고 전했다.
텐 하흐는 “모든 결정을 우린 함께 내렸고,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다. 이적시장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우가르테처럼 늦게 합류한 선수들도 있으며, 이를 통합하고 조직력을 길러야 한다. 부상자들도 있다. 우린 모두가 한 배에 탔으며, 모두가 한마음이 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라고 시간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다만 텐 하흐의 주장을 쉽게 납득하기는 어렵다. 텐 하흐는 이미 맨유 부임 3년 차에 돌입한 감독이다. 감독으로서 3년 동안 팀을 맡았다면, 잠깐의 부침은 있더라도 전술적인 비전과 확실한 경기력은 보여줘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텐 하흐는 맨유 부임 이후 줄곧 리그에서 부진했으며, 두 개의 트로피를 획득하기는 했으나, 경기력으로 팬들을 설득하기는 어려운 수준이었다.
또한 맨유 수뇌부로서는 텐 하흐의 말이 더 답답할 수밖에 없다. 맨유는 텐 하흐 부임 이후 영입에 돈을 아끼지 않고 막대한 투자를 감행했다. 무려 13명의 선수가 텐 하흐 부임 이후 합류했으며, 영입에 쏟은 이적료만 총액 6억 5900만 유로(약 9700억원)다. 이런 투자에도 세 시즌 동안 팀을 이끌며 시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감독을 계속해서 구단도 지켜만 보기는 쉽지 않다.
이미 경질 예상 순위에서도 가장 높은 곳에 이름을 올렸다. 영국의 데일리메일은 '텐 하흐가 이번 시즌 가장 먼저 해고될 수 있는 감독으로 꼽혔다. 텐 하흐는 지난 시즌에도 맨유의 EPL 역사상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그는 맨시티를 상대로 FA컵 우승을 거머쥔 후 시간을 벌 수 있었다. 그가 계속 구단 관계자들의 지지를 받을까'라며 경질 예상 감독 순위를 공개했다.
텐 하흐는 가장 높은 배당률과 함께 1위에 올랐고, 뒤를 이어 울버햄튼의 감독이자 황희찬의 스승인 게리 오닐, 션 다이치 에버턴 감독 등이 이름을 올렸다. 텐 하흐는 강등권에 자리한 감독들보다도 경질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받았다.
한편 맨유 수뇌부는 이번 텐 하흐의 발언과 맨유의 무기력한 경기력에도 불구하고 텐 하흐 체제를 당분간 유지할 것이라고 알려졌다. 유럽축구 이적시장 전문가 파브리치오 로마노 기자는 '맨유는 텐 하흐의 경질에 대해 아직 생각하고 있지 않은 것 같다'라고 밝혔다.
다만 이어지는 두 경기가 분수령이 될 것은 확실해 보인다. 로마노는 '확실한 것은 다음 경기인 포르투, 애스턴 빌라와의 경기가 텐 하흐의 미래에 중요한 경기가 될 것이다'라며 두 경기 성적에 따라 텐 하흐에 대한 맨유 수뇌부의 입장도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경기력 증명이 필요한 순간에도 반등하지 못한다면, 맨유에서의 시간은 완전히 끝날 수도 있다. 시간은 텐 하흐의 편이 아니다.
이현석 기자 digh1229@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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