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뉴스
[24-08-18 09:51:00]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2경기 연속으로 감독님이 날 초반에 교체하셨다. 그 앞에서 마스크를 집어던졌다.“
22세 어린 나이에 안방마님의 중책을 맡았다. 하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쳤다.
롯데 자이언츠 손성빈(22)은 한단계 더 성장할 수 있을까. 무릎수술로 시즌아웃된 '80억 FA' 유강남의 공백은 그 자신은 물론 팀에게 주어진 기회일수도 있다.
비슷한 사례가 롯데 역사에 있다. 39세 나이에도 아직도 리그를 호령하고 있는 강민호(삼성 라이온즈)다. 대선수가 탄생하기까지 그 자신의 노력과 기량 외에도 그를 알아본 사령탑의 안목, 기회를 줄 수 있었던 환경과 행운이 어우러진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데뷔 2년차였던 2005년 일약 주전 마스크를 썼다. 당시 롯데는 최기문(현 파주 챌린저스 감독)이 갑작스럽게 시즌아웃된 상황. 당시 양상문 롯데 감독(현 한화 이글스 투수코치)은 꾸준히 백업 포수로 경험치를 쌓아온 박경진 대신 강민호를 주전 포수로 발탁했다. 2년차 고졸포수는 갑작스럽게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고 최고의 포수로 성장했다.
2024년은 훗날 손성빈에게 그런 해로 기억돼야한다. 올해 롯데는 손성빈과 정보근으로 유강남의 공백을 메우고 있다. 손성빈의 선발 출전 비중이 높다.
장안고 시절 손성빈은 초특급 포수 기대주였다. 1m86, 92㎏의 당당한 체격부터 스스럼없는 밝은 성격까지, 거물 유망주로 뜨거운 주목을 받았다. 롯데는 나승엽-김진욱까지 얽힌 복잡한 머리싸움 끝에 어렵게 그를 품을 수 있었다.
하지만 프로에서 7년간 적지 않은 경험을 쌓은 정보근과 달리 손성빈은 국군체육부대(상무)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지난해까지 65경기 95타석이 1군 경험의 전부였던 풋내기다. 유강남 없는 롯데의 주전 포수를 꿰찼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다.
공격에선 타율 2할2리 5홈런 17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663을 기록중이다. 수비에서도 고전중이다. 자타공인 최고의 어깨를 지닌 포수 중 한명임에도 도루저지율은 1할2푼5리(2/16)에 불과하다. 정보근(2할, 8/32) 유강남(2할7푼, 10/27)보다도 훨씬 낮다. 볼배합이나 투수 리드 등 다른 부분에서도 아직까진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한다.
그래도 김태형 감독은 손성빈의 성장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다. 그는 “도루는 투수들의 주자 견제 능력이 더 중요하다. 손성빈은 투수들의 아쉬운 부분을 커버해줄 수 있는 강한 어깨를 지니고 있다“며 도루저지율은 크게 문제삼지 않았다.
다만 “그 나이 치고 잘하고 있다“면서도 아쉬움 가득한 속내도 드러냈다. 손성빈과 함께 경기를 복기하며 꾸짖고, 또 보듬는 이유다.
“불필요한 동작이 너무 많다. 자신감이 부족하고 여린데가 있다. 윤동희처럼 독한 맛이 없다.“
수장은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그는 1990년대를 주름잡던 명포수다. 특히 안정된 수비와 투수를 휘어잡는 카리스마에 방점이 찍힌 선수였다.
그는 “25살 때인가, 2경기 연속 초반에 교체됐다. 윤동균 전 감독님 앞에서 마스크를 집어던졌다. 감독님은 좋은 음식점에서 밥도 사주시고, 용돈도 주시면서 오히려 날 더 예뻐해주셨다“고 회상했다. 이어 “감독님이 투수 바꾸려 하실 때 '괜찮으니 그냥 두시라'고 말씀드린 적도 있다. 그래서 13살 많은 박철순 선배가 나를 야단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포수는 좀더 못된 구석이 있어야한다. 차라리 나한테 확 대들면 오히려 기쁠 것 같다. 난 그런 선수가 더 좋다.“
김태형 감독이 말하는 볼배합의 포인트는 집중력이다. 투수 뿐 아니라 타자의 스윙 궤적이나 분위기까지 꾸준히 관찰하며 거기에 맞는 볼배합을 가져가야한다는 것. 손성빈이 “감독님 노하우를 많이 배우고 있다“고 말하는 이유다. 손성빈은 자신을 향한 기대치에 보답할 수 있을까.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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