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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136km 슬라이더.

LG 트윈스와 KT 위즈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이 열린 5일 잠실구장. KT가 3-2 1점차 살얼음 리드를 지키던 9회말. KT 마무리 박영현이 주자 1명을 내보냈지만 2사까지 잘 잡았다. 그리고 타석에 들어온 선수는 박동원.

1년 전 아픔이 떠오를 수밖에 없는 순간. 박영현은 지난해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8회 등판해 박동원에게 통한의 홈런포를 맞았다. 이 홈런으로 LG가 2차전 기적의 역전승을 거뒀고, 1차전을 잡았던 KT는 거기서 무너지며 LG의 우승을 지켜봐야 했다.

그때 박영현과 장성우 배터리가 선택한 초구, 체인지업이었다. 직구가 좋은 박영현이고, 타석에서 매우 공격적인 박동원이기에 역으로 들어간 승부였을 듯. 하지만 박동원이 기다렸다는 듯 체인지업을 받아쳤다. 공이 실투성으로 들어간 측면도 있었다.

그리고 1년 후. 비슷한 상황이었다. 박동원의 큰 타구 한 방이면 끝내기 상황이었다. 그래서 박영현, 장성우 배터리가 초구로 어떤 공을 던질지 너무 궁금했다. 박동원까지 세 사람 모두 작년 기억을 잊지 못하고 있었을 것이다.

결과는 스트라이크였다. 구종은 슬라이더였다. 136km 슬라이더가 바깥쪽에 절묘하게 걸쳐들어왔다. 알았어도 치기 힘든 코스.

박영현은 경기 후 “당연히 작년 생각이 났다. 그래서 더 신중하게 초구를 던졌다“고 말했다. 이어 “볼배합은 전적으로 장성우 선배님을 믿고 간다. 선배님의 선택이 슬라이더였다. 아무래도 선배님 역시 작년 생각에 체인지업은 배제하신 것 같다“고 설명하며 “사실 직구로 승부해보고 싶었다. 그런데 슬라이더도 괜찮았다. 최근 직구, 슬라이더에 자신감이 있었다. 직구, 슬라이더 둘 중 하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덧붙였다.

박영현은 이번 가을 압도적 구위로 KT 뒷문을 완벽하게 지키고 있다. 후반기부터 경기력이 급상승하고 있다. 150km를 쉽게 넘긴다. 박영현은 “정말 혼신의 힘을 다해 던지고 있다. 지금 구위를 스스로 평가하면, 100% 중 90%까지는 끌어올린 것 같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이어 “박동원 선배를 상대하는 것도 그렇고, LG는 강한 타자가 많아 슬라이더도 많이 섞어 던졌는데, 그래서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밝혔다.

허무하게도 박영현과 박동원의 승부는 결론을 내지 못했다. 1루주자 김대원이 도루를 하다 죽었기 때문이다. 박동원은 2구째 슬라이더에도 헛스윙을 했었다. 오지환 상대 5개, 김현수 상대 3개 모두 직구만 던졌던 박영현인데 박동원에게는 슬라이더만 2개를 던진 것이다.

잠실=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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