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뉴스
[24-10-14 07:00:57]
[점프볼=제천/홍성한 기자] 프롤로그 끝. 이제 10개 구단이 끝맺음을 위한 대장정을 시작한다.
5일부터 제천체육관에서 열린 2024 DB손해보험 KBL 컵대회가 13일 원주 DB와 수원 KT의 결승전을 끝으로 모두 종료됐다.
정규리그 개막에 앞서 열리는 컵대회는 10개 구단의 전력을 미리 확인할 수 있는 전초전이다. 팬들에게 본격적으로 '농구의 계절'이 왔다는 것을 알려주는 대표적인 이벤트성 대회이기도 하다.
2020년 군산에서 처음 열린 컵대회는 2021년 상주, 2022년 통영, 2023년 다시 군산을 거쳐 올해에는 제천을 찾았다. 제천은 최근 농구에 많은 관심을 쏟고 있는 도시 중 하나다. 농구전용 체육관 건립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개막전이었던 5일 1204명의 관중을 시작으로 2일 차였던 6일에는 티켓이 예매 오픈 30분 만에 매진 되며 2011명이 제천체육관을 찾았다. 이후 하루(7일)를 제외하고 모든 경기에 1천여 명 이상의 관중이 입장했다. 결승전 관중 수는 1279명이었다.
이런 팬들을 위해 경기장 밖에서는 스탬프 챌린지, 포토이즘 등 다양한 이벤트는 물론이고 푸드트럭도 자리해 또 하나의 즐거움으로 다가왔다.
정규리그 우승 도전에 청신호 켜진 DB
5000만 원의 상금이 걸려있는 컵대회 주인공은 DB였다. 결승전에서 만난 KT를 77-67로 누르고 첫 우승의 영광을 안았다. 주장 강상재, 박인웅, 유현준, 서민수 등 부상자가 많았음에도 얻은 성과였다.
특히 새로운 원투펀치 치나누 오누아쿠와 이선 알바노가 예상과 다름없이 리그 최고의 경쟁력을 갖췄다는 것을 확인했다.
DB는 지난 시즌 53경기에서 평균 21.8점 9.8리바운드 4.5어시스트로 맹활약하며 외국선수 MVP에 올랐던 디드릭 로슨과 결별했다. 새로 합류한 오누아쿠는 이 자리를 메꿔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아야 했다. 특히 오누아쿠는 정통 센터로 포워드 로슨과는 다른 포지션. 즉, 단순한 외국선수 1명이 아닌 팀 색깔 자체가 바뀌는 여건을 이겨내야 했다.
그리고 맞이한 컵대회에서 완벽하게 증명했다. 결승전에서 24점 17리바운드 4어시스트 2스틸 2블록슛이라는 기록을 작성하며 외국선수 맞대결에서 압도했다.
특히 KT 외국선수 1옵션 레이션 해먼즈를 상대로 완벽하게 골밑에서 우위를 점했다. 해먼즈는 이날 7차례의 야투를 시도했는데, 3점슛 시도가 4개였다. 인사이드 공략 시도조차 쉽지 않을 정도로 오누아쿠에 밀려 나왔다. 이마저도 파울 트러블에 빠져 10분 43초밖에 소화하지 못했다. 이어 출전한 제레미아 틸먼 역시 큰 존재감은 없었다.
컵대회 최종 기록은 4경기 출전, 15.7점 13.7리바운드 5.5어시스트. 기자단 투표 65표 중 34표. MVP는 그의 차지였다. 참고로 컵대회 MVP는 3개 대회 연속 외국선수였다. 2022년 이제이 아노시케(당시 KT), 2023년에는 알리제 드숀 존슨(당시 KCC)이 주인공이었다.
오누아쿠가 골밑을 책임졌다면 알바노를 이를 지휘했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MVP 다운 퍼포먼스였다. 결승전에서도 14점 10어시스트로 더블더블을 작성하며 여전한 존재감을 뽐냈다. 컵대회 4경기에서 평균 15.7점과 함께 무려 9.2어시스트를 배달했다. MVP 투표에서도 23표를 획득해 2위에 올랐다.
공격을 넘어 수비에서도 가치를 드러냈다. 결승전에서 허훈의 수비수로 나서 전혀 밀리지 않았다. DB 김주성 감독 역시 "수비도 충분히 좋은 선수다. 콜에 대한 숙지가 늦어 놓친 게 있었지만, 수비에 대해서 이해하는 모습이었다"라고 호평했다.
드래프트 1순위의 본격 항해는 지금부터?
DB의 스토리만 있었던 건 아니었다. 문정현이 이번 컵대회에서 깜짝 활약을 펼쳤다. 고려대 출신의 그는 지난해 KBL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KT의 지명을 받은 포워드. 1번부터 4번 포지션까지 가능함은 물론 볼 핸들러와 수비에서도 일가견이 있는 다재다능함이 장점이다.
지난 시즌 최종 기록은 52경기 출전, 평균 16분 17초를 뛰며 4.7점 3.1리바운드 1.1어시스트. 그러나 컵대회에서 이를 뛰어넘었다. 4경기에 모두 나선 문정현은 평균 11.2점 5.2리바운드 2.7어시스트 3점슛 성공률 28.6%(4/14)로 활약했다.
특히 결승전 활약상이 대단했다. 비록 패하긴 했지만, 경기 내내 끌려다닌 KT 공격에 앞장섰다. 팀 내 최다인 20점을 몰아쳤다. 정규리그만 놓고 본다면 종전 기록(18점)을 뛰어넘는 개인 1경기 최다 득점이었다. 약점으로 평가받았던 3점슛 역시 4개 중 3개가 림을 갈랐다. 4강전(vs 대구 한국가스공사) 17점 10리바운드 활약에 이어 큰 무대에서 또 한 번 빛났다.
경기 종료 후 KT 송영진 감독도 "정말 많이 성장했다. 원했던 포지션에 딱 맞는 선수가 됐다. 조금 더 스피드하게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데 차츰 더 나아질 것이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드래프트 1순위 출신 신인의 항해가 본격적인 시작을 알린 셈이 됐다.
이렇게 8박 9일 동안 제천에서 만들어냈던 프롤로그가 막을 내렸다. 이제 스토리의 끝맺음을 위한 10개 구단의 대장정이 오는 10월 19일 시작된다. 올 시즌에는 어떤 이야기의 주제로 가득해질까?
#사진_점프볼 DB(유용우, 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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