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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여름이 끝나고 드디어 가을이 왔어. 그건 곧 NBA 개막이 다가왔다는 걸 의미하지.


10월 23일이면 2024-2025 NBA 정규시즌이 막을 열어. 보스턴과 덴버가 조금 더 빨리 트레이닝 캠프를 시작했고 10월 1일부터는 나머지 28개 팀도 훈련을 소집했어.


시즌 개막이 다가왔으니, 30개 팀을 미리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봐야겠지?


13번째 시간의 주인공은 긴 침체기에 빠져 있는 명가, 시카고 불스야.











23-24 시카고 불스 REVIEW
정규시즌 : 39승 43패, 동부 9위
플레이오프: 진출 실패
공격효율지수: 114.0(19위)
수비효율지수: 115.7(22위)
공수효율마진: -1.7(20위)


지난 시즌도 시카고는 여전히 이도저도 아닌 한 해를 보냈어.


잭 라빈은 부상으로 25경기 출전에 그쳤고, 론조 볼은 감감무소식이었지.


윙 라인의 사이즈 이슈 때문에 쓰리 가드 라인업이 수시로 활용되곤 했어. 베테랑 더마 드로잔은 분전했지만, 전력의 한계는 명확했지.


2020년, 빌리 도노반의 부임과 동시에 시카고는 강한 압박과 폭발적인 수비 활동량을 중시하는 수비 기조를 유지해왔어.


헷지 앤드 리커버리와 트랩의 활용 빈도가 높다 보니 그만큼 뒷선에서의 로테이션 수비가 활발히 이뤄져야 했고, 그 활발함을 유지하려면 기동성이 좋은 선수들이 많이 움직여주는 라인업이 활용될 수밖에 없었지. 빌리 도노반 감독이 알렉스 카루소를 중용하면서 가드가 많은 라인업을 선호했던 것은 그래서야.


2021-2022시즌, 도노반의 농구는 효과를 봤어. 정규시즌에 46승을 기록하면서 5년 만에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은 거야.


프레드 호이버그(115승 155패), 짐 보일런(39승 84패) 감독이 만든 흑역사를 청산해낼 기미가 보였던 거야. 마침 이때 시카고는 프런트도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진행한 상태이기도 했고.


문제는 2021-2022시즌이 빌리 도노반 체제의 시카고가 빛난 마지막 시즌이었다는 거야. 아직까지는 말이지.


2023년과 2024년 모두 시카고는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지 못했어. 각각 40승과 39승으로 5할이 좀 안 되는 승률에 계속 머물렀지.


지금 시카고를 가장 우울하게 만들고 있는 건 잭 라빈과 론조 볼이 계속되는 부진과 건강 이슈야.


일단 잭 라빈은 매년 고질적인 무릎 부상 이슈가 제기되고 있어. 아예 결장하거나, 무릎 부상 여파로 공격 효율이 안 따라오는 식이지.


가장 큰 약점인 수비도 크게 개선되지는 않고 있어서, 더마 드로잔과의 조합이 큰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했어. 특히 지난 시즌은 25경기 출전에 그치면서 '먹튀' 시즌을 보냈어.











론조 볼은 끔찍한 2년 반을 보냈어.


사실 론조 볼은 시카고와 계약하던 2021년 여름에 업그레이드에 성공한 상태였어.


데뷔 당시만 해도 심각했던 슈팅력이 뉴올리언스 이적 후 진행한 독한 슈팅 폼 교정을 통해 완전히 달라진 상태였거든.


론조 볼은 뉴올리언스에서 뛴 2년 동안 3점슛 성공률 37.6%를 기록했어. 경기당 무려 2.7개를 성공시켰지.


시카고에서도 상승세는 이어졌어. 2021-2022시즌에 첫 35경기에서 무려 42.3%의 3점슛 성공률을 기록했지. 경기당 성공은 3.1개에 육박했어. 리그에서 손꼽히는 3점 슈터가 됐다는 평가를 받았지.


문제는 건강이었어. 무릎 부상이 악화되면서 시즌아웃됐는데, 그때만 해도 론조 볼이 이렇게 오래 코트를 떠나 있을 줄은 누구도 몰랐을 거야. 2022-2023시즌과 2023-2024시즌 모두 단 한 경기도 못 뛰었고, 급기야는 은퇴설까지 돌았어. 계단 오르내리는 것도 힘들다는 루머가 퍼지면서 론조 볼이 해명 영상을 찍는 상황까지 벌어졌지.


이런 상황에서 더마 드로잔이 공격에서, 알렉스 카루소가 수비에서 분전했어. 지난 시즌에는 코비 화이트가 엄청난 스텝업을 보여주면서 라빈의 빈 자리를 채웠고.


하지만 한계는 분명했어. 공격도, 수비도 애매했던 시카고가 상위권에 올라서는 일은 없었지. 그렇게 시카고는 전성기의 끝자락을 잡고 있었던 드로잔과의 남은 계약 기간을 다 흘려보낸 거야. 통탄할 노릇이었지.











2024 여름요약: 드로잔도 가고, 카루소도 가고
- 드래프트: 마타스 부젤리스(11순위)
- 트레이드: 조쉬 기디, 크리스 두아르테, EJ 리델영입
- FA: 패트릭 윌리엄스(5년 9,000만 달러) 재계약, 제일런 스미스(3년 2,700만 달러)
- 주요 이탈: 더마 드로잔, 알렉스 카루소


올여름 시카고는 큰 변화를 마주했어. 지난 3년 동안 공수에서 각각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던 더마 드로잔과 알렉스 카루소가 모두 팀을 떠난 거야.


먼저 이뤄진 딜은 카루소 트레이드였어. 신인 드래프트를 5일 앞두고 오클라호마시티와 시카고가 딜에 합의했지. 알렉스 카루소가 오클라호마시티로, 조쉬 기디가 시카고로 향하는 트레이드였어.


양측의 필요가 정확히 맞아 떨어진 트레이드야.


일단 지난 시즌 서부 1위를 차지한 오클라호마시티는 이제 우승을 향해 달릴 일만 남아 있었지. 그런 상황에서 조쉬 기디의 입지가 정말 애매해진 상태였고.


반면 시카고는 리빌딩이 필요했어. FA가 된 더마 드로잔을 붙잡기 힘들어 보였거든.


결국 로스터를 젊게 바꿔야 했는데, 204cm의 조쉬 기디는 여전히 매력적이고 재능 있는 유망주였지.


일각에서는 카루소가 아깝다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2002년생에 불과한 기디의 나이와 기디가 NBA에서 첫 2년 동안 보여준 성장세를 생각하면 시카고 입장에서는 해볼 만한 트레이드가 아니었나 생각해.


그 후엔 더마 드로잔이 새크라멘토로 사인 앤드 트레이드로 이적했지. 샌안토니오까지 끼면서 삼각 트레이드로 판이 커졌는데, 그 과정에서 크리스 두아르테라는 매력적인 카드가 시카고로 왔어.


1997년생인 두아르테는 인디애나 시절부터 수비로 좋은 평가를 받아온 스윙맨이야. 대학 마지막 시즌엔 컨퍼런스 디펜시브 퍼스트 팀에 입성했을 정도로 수비 잘하기로 정평이 난 선수였지. 3점도 나쁘지 않아서 3&D 카드로 활용하기 괜찮은 선수라는 평가야.


여기에 애증의 윙 유망주 패트릭 윌리엄스는 5년 재계약했고, 론조 볼은 트레이닝 캠프에 정상적으로 참가하면서 2년 반 만에 코트 복귀를 앞두고 있어.


사실 로스터의 무게감은 예년에 비해 떨어져. 올스타 가드 드로잔이 떠났고, 그 자리에 다른 올스타를 데려오지 못했는데 전력은 다운그레이드됐다고 봐야겠지.


하지만 조쉬 기디, 코비 화이트 같은 젊은 선수가 메인 칩으로 활약해준다면 굉장히 매력적인 팀이 될 가능성도 있어.











이번 시즌 시카고에서 또 하나 주목해야 할 건 바로 신인 마타스 부젤리스의 활약이야.


이 친구 신장이 208cm인데 센스가 정말 좋은 포인트 포워드라고 할 수 있어.


볼 핸들링 능력이 좋고 시야와 플레이메이킹도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 그래서 여러 매체에서 비교 대상으로 프란츠 바그너(올랜도)를 꼽고 있는데, 수비까지 잠재력이 충분해서 진짜 '넥스트 바그너'가 될 만한 재목 같아.


다만 좋은 프레임에 비해 아직 몸 자체는 두껍진 못하고, 강한 압박 앞에서 던지는 슛은 밸런스가 좀 불안해. 슛 터치 자체는 괜찮은데, 몸이 아직 마르다 보니 압박을 이겨내고 슛을 던지는 게 아직은 어려운 거지.


일단 루키답게 본인은 자신감이 가득한 것 같아. 미디어데이에서 취재진이 새 시즌 목표를 물었는데 “우승과 신인왕“이라고 답했어.


서머리그에서도 경기력이 좋았고, 스틸픽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만큼 루키 시즌부터 기회를 어느 정도 받지 않을까 싶어. 올시즌 시카고 팬들을 가장 설레게 할 선수임이 틀림없어.











24-25 주요 로스터
가드: 론조 볼, 잭 라빈, 코비 화이트, 조쉬 기디, 제본 카터, 아요 도순무
포워드: 마타스 부젤리스, 패트릭 윌리엄스, 토리 크레익, 크리스 두아레트, 줄리안 필립스,
빅: 니콜라 부세비치, 제일런 스미스, EJ 리델


시카고의 KEY 넘버
- 35
: 론조 볼이 시카고에서 보낸 3년 동안 뛴 총 경기 수야. 2021-2022시즌에 35경기를 뛴 후 출전 기록 자체가 없지. 게임 상에나 존재하는 사이버 선수였던 거야.


일단 지금은 꽤 건강한 것 같아. 트레이닝 캠프에서 자체 청백전 정도는 소화하고 있으니까. 다만 실전 레벨의 게임에서 뛴 게 너무 오래됐다 보니까 당장은 관리를 받을 것 같아. 론조 볼 본인도 “출전시간에 제한이 있을 거고, 백투백 일정 두 번째 경기 결장은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어.


그래도 지난 2년 간을 생각하면 코트에 나와서 뛰는 게 어딘가 싶기도 해.


실질적으로 새 시즌 시카고는 가드진에만 론조 볼, 조쉬 기디, 마타스 부젤리스까지 새로운 선수 3명이 오는 건데, 이 선수들 간의 시너지나 합이 어떨까 궁금한 건 사실이야.


론조 볼의 슈팅력이 부상 직전 수준으로만 돌아온다면 꽤 매력적인 조합이 가능해. 조쉬 기디, 코비 화이트, 잭 라빈 3명이 볼을 소유하고, 론조 볼이 링커와 슈터로서 자기 역할을 하는 거지. 부젤리는 내외곽을 오가며 볼 핸들링, 컷을 활용해 상대 수비를 무너뜨리고.


다만 이건 어디까지나 이론적인 부분이야. 진짜 현실은 론조 볼이 아직 건강을 장담할 수 없는 선수라는 거지.


FA를 1년 앞두고 이렇게 갑자기 돌아오는 게 조금 의심스럽긴 한데, 어쨌든 론조 볼이 올해는 건강하게 뛸 수 있을지 지켜보자고.


- 4303
: 새 시즌 잭 라빈은 4,303만 달러의 연봉을 받아.


앤써니 에드워즈, 카이리 어빙, 타이리스 할리버튼보다 많고 루카 돈치치와 동일한 금액이지. 팀내 1위, 리그 전체를 따져도 17위에 해당하는 높은 연봉이야.


올여름 내내 라빈이 트레이드 루머에 시달린 거 알고 있지? 드로잔, 카루소도 팔았으니, 시카고 입장에서는 내친김에 라빈까지 트레이드해서 완전히 판을 갈아 엎고 싶었던 것 같아.


문제는 라빈의 트레이드 가치가 저점을 찍고 있었다는 거야. 무릎은 시한폭탄 같았고 경기에 뛸 때도 난사, 기복, 수비 이슈 때문에 팀을 승리로 이끄는 선수는 아니라는 평가를 받았지.


라빈 본인도 자신을 둘러싼 상황을 잘 알고 있었던 것 같아. “시카고 불스 저지를 입는 한, 그에 맞는 프라이드를 항상 가질 것이다. 8년 전에 트레이드로 처음 시카고에 왔을 때부터 그랬다. 그게 가장 중요하다“라면서 의연한 모습을 보여줬지.


솔직히 라빈이 올 시즌 내내 시카고 선수로 남아 있을지는 모르겠어. 라빈의 가치가 반등하는 순간 시카고는 언제든 라빈을 다시 트레이드 블록에 올려놓을 거거든.


관건은 라빈이 연봉 값을 하는 선수가 되는 거야. 그래야 시카고도 반등하고, 라빈도 트레이드되든 에이스 역할을 하든 뭐라도 할 수 있을 테니까.


사진 = 로이터/뉴스1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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