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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숙하게만 보였던 제자가 어느덧 프로 팀에 들어가 컵대회의 우승 멤버가 됐다. 그런 그를 바라보는 스승의 시선 속에는 뿌듯함과 걱정이 모두 담겨 있다.

지난해 11월, 2023-2024 V-리그 남자부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최태웅 전 현대캐피탈 감독은 1라운드 7순위 지명권을 충남대학교 2학년 미들블로커 김진영에게 행사했다. 김진영은 신장은 크지 않지만 빠른 발놀림과 높은 점프를 갖춘 유망주였고, 현대캐피탈의 미래 자원으로 낙점되면서 천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김진영은 지난 2023-24시즌에 한 세트도 뛰지 못하며 아쉽게 데뷔 시즌을 마쳤다. 최민호‧차영석‧박상하 등 쟁쟁한 선배들이 동 포지션에 즐비했고, 아시아쿼터 차이 페이창까지 합류하면서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다. 그랬던 김진영이 2024 통영‧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에서 자신의 이름 석 자를 제대로 알렸다. 필립 블랑 감독의 눈에 들며 출전 기회를 얻은 김진영은 총 3경기‧15세트에 출전해 서브 득점 5개‧블로킹 6개 포함 30점을 올렸다. 2년차 선수에 대한 기대치는 훌쩍 뛰어넘은 활약이었다.

28일 통영 실내체육관에서 치러진 대한항공과의 결승전에도 선발 출전한 김진영은 서브 득점 2개‧블로킹 3개 포함 11점을 터뜨리며 팀의 우승에 일조했다. 특히 2세트 2-1에서 날카로운 서브로 연속 득점을 터뜨린 장면과 18-16에서 김민재의 속공을 블로킹으로 잡아내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블랑 감독 역시 김진영을 칭찬했다. 그는 “김진영이 개인상을 수상하진 못했지만, 준결승과 결승 무대에 출전한 자체가 그에게는 상을 받은 거나 다름없는 순간이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김진영은 훈련 때도 늘 경청하는 자세를 보이고, 어떻게든 배우려는 의지가 강한 선수다. 그는 우리 팀의 중요한 미들블로커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선수”라며 김진영의 태도를 치켜세웠다. 


그런 김진영의 맹활약을 TV로 지켜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은 그의 스승이 있었다. 바로 대학 시절 김진영을 지도했던 충남대 이기범 감독이다. 결승전 종료 후 <더스파이크>와 연락이 닿은 이 감독은 “(김)진영이를 보면서 두 가지 감정을 느꼈다. 하나는 진영이가 프로에서도 잘하는 모습을 보며 느낀 뿌듯함이었고, 다른 하나는 ‘진영이가 한 시즌만 더 충남대에 남았더라면 이번 시즌에 우리가 아쉽게 놓친 경기들을 잡았을 수도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었다”며 유쾌하게 김진영의 경기 내용을 지켜본 소감을 전했다.

“예선부터 진영이가 뛰는 경기는 모두 봤다”고 밝힌 이 감독은 “노력을 많이 한 게 느껴졌다. 확실히 실력이 좋아졌다. 워낙 잘하고자 하는 욕심이 큰 선수라 그럴만하다”며 김진영의 성장을 칭찬했다. 그러면서도 이 감독은 “다만 진영이는 가끔 그 욕심이 과해질 때 경기에서 불필요한 실수를 하기도 한다. 이번 결승에서도 그런 순간들이 있긴 했다. 이 부분만 잘 조절할 수 있다면 진영이는 앞으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거다”라며 약간은 걱정스럽게 바라봤던 부분도 언급했다. 옛 스승의 여전한 애정을 느낄 수 있는 이야기였다.


김진영은 다른 제자들보다 이 감독의 품을 일찍 떠났다. 3학년도 아닌 2학년에 얼리 드래프티 도전을 선택했고, 현대캐피탈의 선택을 받으며 더 크고 높은 무대로 향했다. 이 감독은 그런 제자 김진영의 성공을 진심으로 기원한다. 그는 “이왕 프로 무대에 일찍 도전하게 된 만큼, 진영이가 현대캐피탈이라는 팀에서 주전으로 활약하는 모습도 보고 싶다. 진영이가 더 열심히 노력해, 팀 내 미들블로커들 중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선수로 성장해서 코트 위에 많이 나설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김진영을 격려했다.

더 높은 곳을 향해 날개를 펼친 제자의 비상을 옛 스승은 뜨겁게 응원한다. 김진영의 힘찬 날갯짓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사진_KOVO, 더스파이크DB(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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