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대식 기자]이강인은 어느 포지션에서 어떤 역할을 맡기든, 루이스 엔리케 파리 생제르맹(PSG) 감독에게 100% 신뢰를 주고 있다.

PSG는 28일 오전 4시(한국시각) 프랑스 파리의 파르크 데 프랭스에서 열린 스타드 렌과의 2024~2025시즌 프랑스 리그1 6라운드 경기에서 3대1로 승리했다. 이번 승리로 PSG는 무패행진을 이어가면서 리그 1위를 계속 사수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시즌 내내 엔리케 감독을 괴롭힐 걱정거리는 스트라이커다. 곤살로 하무스가 발목 골절로 아직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랑달 콜로 무아니는 큰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 9번 자원 2명이 부상과 부진으로 허덕이면서 엔리케 감독은 마르코 아센시오를 가짜 공격수로 기용했다. 하지만 아센시오마저 부상을 당했다.

결국엔 콜로 무아니를 선발로 넣지 않을까라는 예상이 많았지만 엔리케 감독은 이강인을 가짜 공격수 자리에 투입했다. 축구지능이 뛰어난 이강인이지만 가짜 공격수 역할은 정말로 어려운 포지션이다. 수많은 감독들과 팀이 가짜 공격수 전술을 시도했지만 실패를 맛봤다. 정말 축구를 잘 이해하고 있는 선수가 아니라면 이 역할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주기가 힘들다.

이강인도 가짜 공격수 역할을 PSG에서는 처음 맡게 됐는데 걱정은 기우였다. 이강인은 PSG 이적 후 가장 뛰어난 경기력을 보여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강인은 기본적인 대형에서는 PSG 선수 중 제일 앞에 위치했지만 빌드업을 시작하면 마치 공격형 미드필더처럼 움직였다. 종종 이강인은 3선 깊숙한 위치까지 내려와서 렌 선수들에게 혼란을 줬다. 이강인이 중원의 또 다른 조각처럼 움직이면서 PSG는 가운데서 확실하게 점유율을 가져갈 수 있었다. 가짜 공격수 이강인의 효과가 나온 대표적인 장면이 전반 18분이다. 이강인은 우측 윙포워드인 우스망 뎀벨레 밑으로 내려왔다. 이강인이 슬금슬금 내려오면서 렌 수비진은 끌려왔고, 이때 뎀벨레가 침투했다. 이강인은 재빠르게 뎀벨레한테 패스를 보내줬다. 뎀벨레의 슈팅이 한참 빗나갔지만 이강인의 센스가 대단했다.

이강인은 이렇게 중원으로 내려와서 자신만의 장점을 발휘하면서도 때로는 정말 9번 스트라이커처럼 페널티박스에서 움직였다. 전반 35분 상황이 이강인의 9번 역할을 잘 보여줬다. 브래들리 바르콜라가 좌측에서 파고 들어 페널티박스에 있는 이강인에게 패스를 건넸다. 이강인은 수비수의 견제에도 밀리지 않고, 공을 파비앙 루이스에게 연결해줬다. 정통 스트라이커가 연계해서 동료들에게 슈팅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과 똑같았다.득점 장면도 이강인의 가짜 공격수 움직임을 잘 보여줬다. 뎀벨레가 패스를 건넸을 때 이강인의 포지션은 공격형 미드필더 위치였다. 이강인은 다시 바르콜라에게 슈팅 기회를 만들어주고 곧바로 스트라이커처럼 페널티박스로 침투했다. 골대에 맞은 공이 운이 좋게 이강인에게 향했지만 반대로 보면 이강인이 그런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했다면 득점하지 못했을 것이다.

득점 후 공격 장면에서도 페널티박스에서 더 좋은 득점 기회를 잡을 수 있는 파비앙에게 흘려주는 센스도 일품이었다. 이강인은 이날 슈팅 3회를 시도하면서 공격수다운 모습과 함께 기회 창출을 무려 7번이나 해주면서 창의적인 패스센스를 잘 보여줬다. 가짜 공격수 역할에 이미 숙달된 선수처럼 보였다. 현지에서도 찬사가 이어졌다. 프랑스 풋 메르카토는 “가짜 공격수라는 독특한 위치에 선 이강인은 PSG의 3대1 승리를 이끌면서 홈팬들을 기쁘게 했다. 좋은 슈팅과 득점력에서 이강인은 탁월한 시즌 출발을 증명하는 동시에 공격 장면에서 엔리케 감독에게 새로운 대안을 제공했다“며 극찬했다.

위 매체는 “윙어, 중앙 미드필더, 공격형 미드필더, 이제 가짜 공격수까지 이강인은 시즌 초부터 PSG에서 다양한 포지션을 맡았는데 효과는 똑같이 나온다. 173cm의 이강인은 가짜 공격수라는 특이한 역할에서도 효과가 떨어지지 않았다. 아센시오와 하무스가 없는 상황에서 자신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걸 증명해냈다“고 칭찬을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