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지난 2004년 부산에서 '발리 장인' 이동국의 발리슛이 독일 수문장 올리버 칸을 뚫은 그 순간부터 시작된 걸까. 세계 최강팀 중 하나인 '전차군단' 독일이 한국 축구만 만나면 유독 힘을 못 쓰고 있다.

독일은 8일(한국시각) 콜롬비아 보고타 메트로폴리타노 데 테초 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 U-20 대표팀과의 2024년 FIFA 콜롬비아 U-20 여자월드컵 조별리그 D조 3차전에서 0대1로 충격패했다.

베네수엘라(5대2), 나이지리아(3대1)를 연파하고 조 선두를 달리던 독일은 한국전 패배로 2승1패 승점 6점으로 조별리그를 끝마쳤다. 같은 시각 베네수엘라를 4대0으로 대파한 조 2위 나이지리아와 승점 동률에 득실차에서 1골 앞서며 가까스로 조 1위를 지켰다.

D조 1위는 B, E, F 3위팀 중 한 팀과 16강에서 붙고, D조 2위는 E조 1위와 16강에서 격돌하는 대진이다. 조 1위가 유리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재 E조 1위가 우승후보 일본이다. 일본은 2전 전승으로 오스트리아를 득실차로 따돌리고 E조 1위를 달린다. 독일은 한국전 패배로 자칫 16강에서 일본과 만날 뻔했다.

박윤정호에 당한 패배는 결과적으로 독일의 조 1위 16강 진출에 영향을 끼치진 못했지만, 토너먼트를 앞두고 팀 분위기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결코 달갑지 않은 패배로 여겨진다.

전반 22분 박수정의 선제결승골을 지킨 한국은 1승1무1패, 승점 4점을 기록하며 기적과도 같은 16강 진출을 이뤘다. 24개팀이 참가한 이번 대회에선 조 3위를 거둔 팀 중 상위 성적을 낸 4개팀이 와일드카드 자격으로 16강 티켓을 얻는다. 한국은 현재 조 3위팀 중 3번째 성적을 거두고 있다. 2경기를 치른 F조 3위 아르헨티나(1점), E조 3위 가나(0점)가 최종전에서 승리해도 4위 밑으론 내려가지 못한다.

한국이 U-20 월드컵에서 16강에 오른 건 2014년 캐나다대회 이후 꼭 10년만이다.

독일 축구는 최근 주요 국제대회에서 한국만 만나면 작아지는 모습을 보여왔다. '카잔의 기적'으로 불리는 2018년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 맞대결이 대표적이다. 당시 독일은 신태용호에 추가시간에만 김영권 손흥민에게 2골을 헌납하며 0대2로 패하는 충격을 맛봤다. 앞서 2경기에서 1승1패를 기록한 독일은 1승2패, 승점 3점 획득에 그치며 스웨덴(6점), 멕시코(6점), 한국(3점)에 이어 조 최하위로 탈락하는 굴욕을 맛봤다. 이전 대회인 2014년 브라질월드컵 챔피언이기에 충격은 더 컸다.

2023년 8월, 호주 브리즈번에서 열린 여자월드컵에서도 한국에 의해 탈락 고배를 마셨다. 조별리그에서 1승 1패에 머무르며 한국과 3차전에서 반드시 승리가 필요했던 독일은 조소현에게 전반 6분 선제골을 헌납한 뒤 42분 알렉산드라 포프의 동점골로 1대1로 비겼다. 승리시 16강에 진출할 수 있었던 독일은 승점 4점에 머물며 콜롬비아, 모로코(이상 6점)에 밀려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독일전 승점 1점은 한국이 이 대회에서 딴 유일한 승점이었다.

독일은 그에 앞선 2016년 8월 리우올림픽 조별리그 2차전에서도 한국을 만나 난타전 끝에 3대3으로 비겼다. 한국은 황희찬 손흥민 석현준, 독일은 현재 김민재의 바이에른뮌헨 동료인 세르주 나브리(2골), 다비드 젤케가 득점했다. 한국은 3경기에서 2승1무, 승점 7점을 기록하며 조 1위로 토너먼트에 진출했다. 독일은 5점으로 조 2위로 통과했다. 토너먼트에선 운명이 엇갈렸다. 독일은 결승까지 올라 브라질에 승부차기 끝에 석패하며 은메달을 목에 걸었고, 한국은 8강에서 온두라스에 0대1로 충격패했다.

한국과 독일의 남자 A대표팀 역대 전적은 4전 2승2패로 팽팽하다. 남자 U-20팀과 U-23팀 전적을 포함하면 9전 4승3무2패로 한국에 오히려 앞선다. U-20대표팀 레벨에선 2승2무, 한 번도 패한 적이 없다. 여자 A대표팀 맞대결 전적은 1무, U-20대표팀은 1무2패로, 아직까진 승리를 따내지 못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