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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2002년의 패배를 설욕할 수 있도록 하겠다.“

2002년 LG 트윈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한국시리즈가 열리던 때 임찬규어린이는 어린이 회원으로 LG의 열렬한 팬이었다. 6차전서 역전패를 하며 우승을 내줬을 때 울었던 기억, 학교 가지 않겠다고 하다가 어머니께 혼났던 기억이 아직도 가스목에 남아있다.

그 '엘린이'가 지난해 21년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의 한을 풀어내더니 이젠 삼성에 진 한까지 풀어내려고 한다. 임찬규가 준플레이오프 5차전서 승리의 디딤돌을 놓으며 자신이 고대하던 삼성과의 플레이오프를 연결했다.

임찬규는 11일 잠실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준플레이오프 5차전서 선발등판해 6이닝 동안 3안타 2볼넷 4탈삼진 1실점으로 자신의 데뷔 첫 포스트시즌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며 4대1의 승리를 이끌고 승리투수가 됐다. 2차전 승리에 이어 이번 준PO에서 2승 무패 11⅓이닝 3실점(2자책)을 기록한 임찬규는 5경기에 모두 등판해 불펜진을 책임졌던 에르난데스를 꺾고 이번 준플레이오프 MVP에 선정됐다.

지면 탈락인 끝장 승부에서 임찬규의 피칭은 눈부셨다. 6회까지 1안타와 1볼넷만 내주는 철벽피칭. KT는 득점권 기회도 얻지 못했다. 6회초를 끝내고 자신의 피칭이 끝났다고 생각했는지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면서 두 팔을 번쩍 들어올리며 팬들의 환호성을 유도하기도.

그런데 7회초에도 올라왔고 이때 위기를 맞았다. 선두 장성우에게 좌전안타를 허용하고 강백호에게 볼넷을 내주며 무사 1,2루의 위기에 몰린 뒤 손주영으로 교체됐다. 이후 손주영이 내야 땅볼로 1점을 주면서 임찬규에게 실점이 주어졌다. 이후 손주영이 8회까지 무실점으로 막고 에르난데스가 9회초를 막아 플레이오프 진출 확정.

그동안 포스트시즌에서 부진했던 임찬규는 이번 시리즈에서 확실하게 '빅 게임 투수'로 진화했음을 알렸다.

임찬규는 경기 후 “팀이 가을에 무조건 이길 수 있는 생각만 했는데 공교롭게 이렇게 MVP까지 받게 돼서 너무 영광이다. 가을에 잘하는 모습을 오래 기다리셨을 팬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 드린다“라며 MVP 소감을 말했다.

2차전 데일리 MVP가 됐을 때 “가을 야구가 어떻게 되는지 좀 알 것 같다“고 했던 임찬규는 그에 대해 묻자 “가을에 내가 그동안 실패했던 게 좀 올라오는 감정들이 있었는데 그 감정 그대로 시합에 나갔더니 역효과를 냈다. 그래서 최대한 정규시즌 처럼, 정규 시즌 때 좋았기 때문에 최대한 정규시즌처럼 한다는 마인드로 침착하게 하나씩 하나씩, 1구 1구 천천히 생각하면서 던졌던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라고 했다.

7회 등판을 예상못했다고. 임찬규는 “예상을 했으면 아마 세리머니를 안했을텐데…“라고 쑥스러워 하며 “마지막인줄 알고 팬분들과 함께 같이 좋은 감정을 만들고 싶어서 세리머니를 했는데 7회로 올라가게 될 줄은 몰랐다“라고 했다.

팬들의 응원에 감사함을 표했다. “사실 내가 엘리미네이션 게임에서 좋았던 기억이 없었다. 이번엔 기다려주셨을 팬들을 위해 터프한 경기도 이겨낼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들어갔다“면서 “팬들께서 크게 응원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덕분에 좋은 경기를 만들 수 있었다“라고 했다.

5회초 2사후 배정대에게 볼넷을 내준 뒤 박동원과 나눈 내용을 물으니 “초반에 힘이 좋았기 때문에 이제는 힘보다는 로케이션에 신경을 쓰자고 해서 그 이후엔 로케이션에 좀 더 집중을 했던 것 같다“라고 했다.

이제 플레이오프다. 임찬규는 현재 염경엽 감독의 계획에는 4차전 정도에 등판할 가능성이 높다. 시리즈 상황에 따라 바뀔 수도 있다.

임찬규는 “팀 승리가 가장 큰 목표다“라며 “개인적으로는 2002년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에게 진 생각이 났다. 꼭 올라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올라가게 됐다. 이번에는 반드시 그 패배를 꼭 설욕할 수 있도록 준비 잘하겠다“라고 각오를 전했다. 잠실=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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