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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저도 답답하다. 쟁점인 10차 회의록을 공개했으면 좋겠다.“

홍명보 A대표팀 감독은 30일 10월 A매치 2연전 기자회견 현장에서 '외풍'으로 인한 리더십 우려에 이렇게 답했다. “저도 답답하다. 개인적으로는 억울한 부분도 있다. 분명히 정상적인 절차를 거쳤다고 들었고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해 수락했는데 국회에 가보니 제가 들었던 말과 약간 다른 것이 있었다, 전원이 동의했나 안했나하는 부분이 있던데 아예 회의록을 협회가 공개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쟁점이 되는 10차 회의록이라도 언론의 평가를 받는 것이 좋겠다. 그것이 투명하게 검증을 받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저도 투명하게 알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있다“고 했다.

전력강화위원회(전강위) 회의록은 지난 24일 국정 현안질의 당시 대다수 문체위원들이 입수해 질의를 통해 상당 부분 공개됐다. 2일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를 앞둔 국가대표 감독 선임 과정 감사에도 중요한 근거가 될 핵심자료다. A4 94쪽짜리 1~10차 회의록(속기록 형식)과 A4 2장짜리 표 형식의 11차 비대면 회의(KFA 전력강화위원회 임시회의) 기록이다. 이 회의록에는 정해성 전 전력강화위원장이 진행한 2024년 2월21일 1차 회의부터 6월 21일 10차 회의, 정 위원장 사퇴후 이임생 기술총괄이사가 진행한 임시회의의 내용이 담겨 있다. 홍 감독이 공동 1순위 후보로 추천받는 과정, 전강위원 전원이 위원장에게 최종 결정권을 위임하는 과정이 분명히 나와 있다.

▶1~9회차 회의록

전강위가 3월 제시 마시 감독, 헤수스 카사스 감독을 1-2순위 후보로 결정한 후 협회측이 협상을 시작하고, 이후 세금, 소속팀 등의 문제로 불발된 과정, 6월 싱가포르, 중국전을 앞두고 김도훈 임시감독을 선임한 과정, 매회차 위원들이 대한축구협회가 제시한 8가지 철학(전술역량, 육성, 지도자 성과, 대표팀 경험, 소통, 리더십, 인적 시스템, 성적)에 부합하는 추천 후보의 영상을 함께 보며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누고, 국내감독이 좋은지 외국감독이 좋은지에 대해 각자의 의견을 개진하고, 후보를 추천하고 논의하는 과정, 후보들의 순위를 매겨 리스트업하고 최종후보로 줄여가는 과정 등이 모두 담겨 있다.

1차 회의에서 정 위원장은 전강위의 독립성을 요구하며 “바쁜 사람 불러다놓고 형식적으로 하는 회의면 오고 싶지 않다“는 한 위원에게 “동의한다. 회장님, 부회장님이 계신 자리에서 분명히 전강위의 권한과 역할이 무엇인지 물어봤고 감독 선임에 있어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권한을 분명히 말씀드렸다. 그 부분이 동의됐기 때문에 위원장 역할을 수락한 것이니 우려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답한다. “한국 축구가 변혁 앞에 서 있는 상황, 책임감을 가지고 국내감독이든 외국감독이든 좋은 감독을 선임하자“는 다짐은 매 회의 반복된다. 적어도 1~10차 회의록 안에서 치열한 논의 외 일부에서 의심하는 외압이나 방향성은 감지되지 않는다.

8차 회의에서 96명의 후보군 중 커리어, 현실성 등을 확인해 압축한 37명의 영상, 조건 등을 분석하고, '30억원대 연봉' 21명을 추린 후 12명으로 리스트업하는 과정이 나오고, 9차 회의에선 이 12명의 감독에 대한 위원들의 구체적 의견과 코멘트가 정리돼 있다. 이 자리에서 정 위원장은 “10차 회의에선 결론은 내야 한다. 순위를 매길 수 있어야 한다“며 10차에서 마무리할 의지를 전한다.

▶10차 회의록

1차 회의 때부터 국내감독이냐, 외국감독이냐는 뜨거운 화두였다. 클린스만 사퇴 후 대표팀 분위기가 도마에 올랐던 시점인 만큼 소통과 화합을 위한 한국 감독 선임 필요성이 제기됐다. 한정된 예산. 타이밍으로 인해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감독을 못 데려올 바엔 국내 감독에게 기회를 줄 때“라는 의견이 재차 나왔다. 다른 감독 후보군을 평가할 당시 홍명보 감독의 울산HD 경기, 5분 편집 영상도 함께 시청했고, 위원들이 울산HD 현장을 찾아 경기를 지켜보는 식으로 검증절차가 진행됐다. 10차 회의에서 '최다추천'을 받은 홍 감독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된다.

6월 21일, 10차 회의록을 보면 9차 회의에서 추려진 12인의 후보에 A위원이 새로 추천한 5명의 후보가 추가된다. 마지막 회의에서 후보를 추가하는 부분이 다소 의아하지만, 7~8차 회의에 불참한 A위원이 직접 추천, 제작한 영상을 전강위원들이 시청하며 의견을 제시한다. '13번' 감독(다비드 바그너)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눈 위원들은 17명 후보 모두를 대상으로 추천(복수투표)을 많이 받은 후보순으로 순위를 매겨 최종 리스트를 만들기로 한다. 추천 리스트를 보며 위원들은 다시 토론을 이어가고 협회 관계자는 위원들에게 선임 일정이 시급함을 환기한다. “빠르게 처리하지 못하면 7월이 넘어갈 수도 있다. 현직 감독이든, 외국, 국내감독이든 어떤 기준이 됐든 간에 위원님들이 충분히 논의하시고 오늘까지는 후보군이 추려지고 다음 비대면, 대면 면접으로 넘어가야 한다.“

위원들의 추천수에 따라 후보군을 정리한 후 각 위원은 리스트 중 비대면 면접을 해보면 좋을 3~5인의 후보를 추천한다. 최종후보를 선정하는 작업이었다. B위원이 홍 감독 등 3명의 후보를 추천하며 1순위로 홍 감독을 꼽는다. “홍 감독은 올림픽, 월드컵 경험이 있고 K리그에서도 핫한 감독이다. 수락할지는 모르지만 그건 위원장님이 풀어야할 숙제“라고 한다. 정 위원장은 당시 울산HD 사령탑이던 홍 감독에 대해 “K리그 현장에 있기 때문에 확실한 것도 없는데 비대면으로 면접한다는 건 엄청난 부담이다. 지금 현장에 있는 감독을 비대면으로 면접하는 건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다. B위원은 다시 “홍명보 감독이 저기 있는 감독들보다 경험이나 축구철학 부분에서 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하자 C위원도 동의한다. C위원도 3명의 후보를 추천하면서 홍 감독에 대해선 “지난 월드컵에서 본인의 꿈을 제대로 펼치지 못했기에 본인도 아쉬움이 있지 않을까 싶다. (울산을 그만두고 나오면)여론의 질타를 받겠지만 본인 의사가 더욱 중요하다고 본다“는 의견을 피력한다. D위원 역시 B, C 위원과 동일한 생각을 전하면서 홍 감독과 바그너, 포옛을 추천한다. “홍 감독도 지금 데려오면 문제점이 많다. 본인도 본인 측에서 확실하게 해결해야 할 일들이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나 가만히 있을 테니 모셔가라, 그건 안된다'면서 '본인도 자기 의사를 확실하게 어필하고, 2014년에 자신의 생각을 펼치지 못한 부분, 기회를 갖고 싶으면 하면 된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다시 재개된 회의, 정해성 위원장이 “지금까지 추천하신 후보가 5명“이라고 최종 리스트를 정리한다. 이어 전강위원들은 “순위를 여기서 다 매기는 것이 아니라 위원장님에게 맡기자“는 데 뜻을 모으고 결정권을 정 위원장에게 일임한다. “위원장님이 1번이 마음에 든다면 1번 가시고 5번이 마음에 들면 5번을 하시고“ “다 동의한다“ 등의 코멘트가 이어진다.

협회 관계자는 “위원님들의 오피셜한 기록에 남는 부분은 오늘 이 회차로 끝난다. 이후라도 각 위원님들이 이 말은 위원장님께 꼭 드려야겠다면 개인적으로 하시고, 위원장님도 정말 결정을 못하겠다, 하는 경우에 위원회를 소집하면 된다“며 사실상 이날 10차 회의가 마지막 의결 절차임을 알린다. 이것이 10차 회의록에 드러난 진실이다. 위원들 다수가 홍 감독을 추천했고, 생각이 다른 위원도 있었겠지만, 만장일치는 불가능한 상황에서 결정권을 위원장에게 위임했다.

결정 권한 위임 후의 절차는 아래와 같이 진행됐다. 7표를 받은 홍명보, 다비드 바그너, 6표를 받은 거스 포옛에 이어 헤수스 카사스, 그레이엄 아놀드 감독 등 5명의 리스트가 정리됐고, 권한을 위임받은 정 위원장은 외국인 감독 2명을 비대면으로 인터뷰했다. 아놀드 감독은 화상 면접을 거절했고, 카사스 이라크대표팀 감독은 월드컵 조별예선 이후에나 합류할 수 있다고 해 제외됐다. '1순위 홍명보, 2순위 바그너, 3순위 포옛' 순으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에게 보고했다. 7표, 동표로 공동 1위였던 바그너 감독의 경우 대표팀 경험이 없고 5명의 사단이 동행하는 비용 부담, 성적 비교 등을 통해 홍 감독을 1순위로 결정했다. 최종보고 자리에서 정 회장이 '외국인 감독도 대면 인터뷰를 할 것'을 제안했고, 전강위가 정한 1순위 대신 2~3순위를 만나러 가야 하는 상황에서 정 위원장이 건강 악화 등 일신상의 이유로 사퇴 의사를 전했다.

정해성 전 위원장과 박주호 전 전강위원의 국회 현안질의에서 불거진 동의, 위임에 대한 엇박자는 이후 이임생 위원장이 권한을 이어받은 임시회의 이후 문제일 수 있으나, 적어도 10차 회의록에선 전강위원 전원이 난상토론 끝에 5명의 최종후보를 추리고, 이중 홍 감독이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가운데 위원들이 모든 결정 권한을 정해성 위원장에게 위임한 상황이 분명히 드러난다.

10차에서 최종후보 추천이 일단락된 후 협회가 협상에 나서기 직전 개최한 임시회의, 혹은 11차로 명명된 회의, 이임생 기술총괄이사가 주관하고 위원 5명이 참석한 이 비대면 회의의 성격과 역할을 어떻게 규정할지가 문제다. 2일 문체위 감사 중간 브리핑에서 이 부분을 어떻게 판단할지가 관건이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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