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한화가 키움을 꺾고 꼴찌 추락 위기에서 탈출했다.

한화 이글스는 10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후반기 2번째 경기에서 결승 2타점 적시타 포함, 혼자 3타점을 몰아친 이도윤과 선발로 등판해 환상투를 펼친 바리아의 활약을 앞세워 7대0으로 완승을 거뒀다.

이 승리로 한화는 전날 후반기 첫 경기 뼈아픈 역전패를 설욕하고, 9위 자리를 지켰다. 9일 키움전에서 패한 한화는 최하위 키움에 반경기차 추격을 허용한 상태였다. 만약 이날도 패했다면 키움에 9위 자리를 넘겨주고, 꼴찌로 떨어질 뻔 했다. 하지만 이 경기에서 이기며 승차를 다시 1.5경기로 벌렸다.

사실 쉽지 않은 경기였다. 키움이 전반기 막판부터 기세를 탄 데다, 전날 극적 역전승으로 기가 더욱 살았다. 여기에 선발이 헤이수스였다. 올시즌 리그에서 유일하게 10승, 두자릿수 승리를 거두고 있는 최강 선발 요원이었다.

하지만 물러설 곳 없는 한화도 절대 질 수 없다는 필사의 각오로 경기에 나섰다. 김경문 감독은 헤이수스 공략을 위해 1번부터 7번까지 모두 우타자를 투입하는 파격 승부수를 던졌다. 수비 문제로 도저히 뺄 수 없는 하주석, 이도윤 두 좌타자를 8, 9번에 배치했다.

경기는 중반까지 투수전이었다. 헤이수스는 역시 잘 던졌고, 한화 선발 바리아도 질 수 없다는 듯 혼신의 힘을 다해 공을 뿌렸다. 두 투수 모두 4회까지 무실점 피칭을 했다.

아쉬운 건 한화쪽이었다. 2회 안치홍의 안타와 채은성의 볼넷으로 무사 1, 2루 천금 찬스를 잡았지만 작전 수행에 실패한 김태연이 삼진, 이어 나온 이재원의 병살타로 무득점에 그쳤다.

그런 한화를 살린 건 이도윤이었다. 한화는 5회에도 또 땅을 칠 뻔 했다. 1사 1, 3루 찬스에서 하주석의 내야 땅볼 때 3루주자 김태연이 홈에서 아웃되며 분위기에 찬물이 끼얹어진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이도윤의 귀주한 적시타가 터졌다. 사실 빗맞은 타구였는데, 키움 우익수 이형종이 다이빙 캐치를 시도하다 공을 뒤로 빠뜨렸다. 행운의 안타든, 뭐든 한화는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이 안타로 주자 2명이 모두 홈을 밟으며 막혔던 혈이 시원하게 뚫렸다.

여기에 호수비까지 나왔다. 5회말 2사 1루 상황서 키움 도슨이 좌중간 2루타성 타구를 때려냈다. 빠지면 1루주자 김태진의 빠른 발을 감안할 때 곧바로 추격점이 나올 수 있었다. 하지만 이원석이 끝까지 공을 따라가 어렵게 잡아내자, 바리아의 두 손이 번쩍 하늘로 올라갔다. 키움의 추격 의지를 완전히 꺾는 장면이었다.

위기 뒤 기회. 한화는 7회 완전히 승기를 가져왔다. 경기 시작부터 헤이수스의 투구수를 늘리는 데 집중한 한화 타자들. 그게 경기 후반 빛을 발했다. 헤이수스는 6이닝 만에 투구수 94개를 채웠다. 7회 주승우가 올라왔다. 어려운 투수를 상대하다 다른 투수가 나오자 한화 타자들의 방망이가 더 힘차게 돌아갔다. 이날의 영웅 이도윤이 1점을 달아나는 적시타를 쳤고, 흔들린 주승우가 김강민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했다. 키움은 투수를 조영건으로 바꿨지만 조영건도 긴장한 탓인지 페라자에 밀어내기 볼넷을 내주고 말았다. 이도윤은 3타점으로 자신의 한 경기 최다 타점 타이를 기록했다. 물샐 틈 없는 유격수 수비도 보여줬다.

기세를 탄 한화는 8회 극도의 부진을 보이던 캡틴 채은성이 쐐기 솔로포를 때려내며 점수차를 더욱 벌렸다. 채은성의 부활을 바라던 김경문 감독이 함박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는 장면. 이어진 만루 찬스에서 이원석이 1타점 내야 땅볼까지 추가했다.

한화 선발 바리아는 6⅔이닝 3안타 2볼넷 3삼진 무실점 호투로 시즌 3승(2패)째를 챙겼다. 투구수 80개에서 딱 끊어줬다. 헤이수스는 6이닝 2실점으로 자신의 할 일을 다했지만, 타선 지원 불운 속에 시즌 5패째를 떠안아야 했다.

고척=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