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뉴스
[24-10-03 17:12:49]
긴 여름이 끝나고 드디어 가을이 왔어. 그건 곧 NBA 개막이 다가왔다는 걸 의미하지.
10월 23일이면 2024-2025 NBA 정규시즌이 막을 열어. 보스턴과 덴버가 조금 더 빨리 트레이닝 캠프를 시작했고 10월 1일부터는 나머지 28개 팀도 훈련을 소집했어.
시즌 개막이 다가왔으니, 30개 팀을 미리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봐야겠지?
10번째 시간의 주인공은 리빌딩을 끝내고 플레이오프 진출을 노리는 휴스턴 로케츠야.
23-24 휴스턴 REVIEW
정규시즌 : 41승 41패, 서부 13위
플레이오프: 진출 실패
공격효율지수: 113.7(20위)
수비효율지수: 112.8(10위)
공수효율마진: +0.9(18위)
2019-2020시즌, 휴스턴은 제임스 하든-러셀 웨스트브룩 콤비를 앞세워 다시 우승 도전에 나섰어.
시즌 중반에 클린트 카펠라를 트레이드하고 PJ 터커를 센터로 기용하는 NBA 역사에 남을 도박수까지 뒀었지.
애석하게도 이 승부수는 통하지 않았어. 플레이오프 서부 준결승에서 탈락해버렸거든.
공교롭게도 당시 휴스턴을 서부 준결승에서 꺾은 레이커스는 파이널 우승을 차지했어. '제임스 하든 시대'의 마지막 풍경이었지.
2020년 여름, 러셀 웨스트브룩은 워싱턴으로 트레이드됐어. 단짝을 잃은 제임스 하든은 트레이드를 요구했고.
하지만 하든 트레이드는 쉽사리 진행되지 못했어. 코로나 펜데믹으로 시즌 개막이 늦어졌음에도 말이야.
그렇게 시즌이 개막됐고, 하든은 의욕을 잃은 상태였어. 경기에 뛰긴 했지만 묘한 태업의 향기가 풍겼지.
웨스트브룩과 유니폼을 맞바꿔 입은 존 월은 인터뷰를 통해 간접적으로 하든의 태업을 비판했어. 첫 6경기에서 2승 4패를 기록하면서 휴스턴의 분위기가 뒤숭숭하기도 했고.
결국 하든은 개막 8경기만에 트레이드돼. 휴스턴의 리빌딩이 시작된 거지.
그렇게 4년이 흐른 지금, 휴스턴의 리빌딩은 생각보다 속도가 더뎌.
리빌딩 돌입 후 휴스턴이 데려온 유망주들을 보자고.
우스만 가루바(2021년 23순위), 조쉬 크리스토퍼(2021년 24순위), 타이타이 워싱턴(2022년 전체 29순위)는 제대로 실패했어. 1라운드 유망주들인데 모두 결국 팀을 떠났고 NBA에서 자리도 제대로 못 잡았지.
제일런 그린(2021년 2순위)은 준수했던 루키 시즌 이후 단점이 부각되면서 성장이 지체되고 있어. 약한 수비와 기복 심한 공격 스타일 때문에 '빵'하고 터지는 시즌이 3년째 안 나오는 중이야.
자바리 스미스(2022년 3순위)도 마찬가지고. 드래프트 당시엔 사이즈와 슈팅력을 겸비한 '넥스트 라샤드 루이스'라는 평가를 받았는데, 정작 NBA에 와서는 너무 높은 점퍼 의존도, 거의 없다고 봐도 되는 샷 크레이팅 능력 때문에 고전했어. 마른 몸도 문제였지.
그나마 휴스턴 팬들의 마음을 달래주고 있는 건 '터키 특급' 알파렌 센군(2021년 16순위)의 성장이야.
2021년에 만 19세의 나이에 터키리그 MVP를 받고 NBA에 도전했는데, 사실 드래프트 당시만 해도 반신반의하는 시선이 있었거든.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포스트업을 선호하는 스타일과 약한 수비 때문이었지.
하지만 3년 만에 센군은 NBA에서 주목받는 유망주로 성장했어. 솔직히 수비는 약해. 특히 2대2 수비에서 좁은 커버 범위와 어설픈 뒷걸음질 동작 때문에 공략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아.
하지만 공격은 진짜야. 터키리그에서부터 빛났던 포스트업 스킬은 물론이고 드리블 돌파 기반의 림 어택과 패싱 모두 인상적이야.
지난 시즌엔 데뷔 후 처음으로 평균 5개 이상의 어시스트를 기록했어. 니콜라 요키치-도만타스 사보니스를 잇는 새로운 유럽 출신의 지능형 빅맨이 등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야.
드래프트의 결과물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어. 2021년과 2022년은 전혀 만족스럽지 못했는데, 2023년부터는 아멘 탐슨(2023년 4순위), 캠 휘트모어(2023년 20순위) 같은 선수들을 뽑았고 올해 뽑은 리드 셰퍼드(2024년 3순위)도 서머리그의 맹활약 덕에 큰 주목을 받고 있어.
휴스턴이 2023-2024시즌에 해낸 가장 큰 성과는 체질의 개선이야.
솔직히 스티븐 사일러스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전 3년 간은 수비를 포기한 팀이나 마찬가지였거든.
27위, 30위, 29위. 사일러스 감독 체제로 치른 3시즌 동안 휴스턴이 기록한 수비효율지수 순위야. 리그 꼴찌권이었지.
수비를 하려는 선수도, 잘하는 선수도 없었어. 유망주들은 공격에만 관심을 가지거나 수비 노하우가 전혀 없었지. 이런 선수들을 수비에서 잡아줄 베테랑도 없었고.
하지만 지난 시즌은 완전히 달랐어. 수비효율지수 리그 10위. 무려 19계단이나 순위가 뛰어 올랐어. 리그 상위권의 수비 팀이 된 거지.
일단 이메 유도카 감독이 부임한 덕이 커. 유도카는 2021-2022시즌에 보스턴 부임과 동시에 리그 최고의 수비 팀으로 만들어버렸던 사람이거든.
여기에 프레드 밴블릿, 딜런 브룩스처럼 터프하고 수비에서 리더가 될 수 있는 베테랑들이 합류하면서 휴스턴의 수비력은 환골탈태하는 수준으로 달라졌어.
사실 2023년 여름 이적시장을 앞두고 휴스턴이 원래 영입설이 나왔던 선수는 다름 아닌 제임스 하든이었어.
하든은 2020년에 휴스턴을 떠난 후 브루클린, 필라델피아를 거쳤고 이후 새로운 팀을 찾고 있었지.
마침 휴스턴이 유망주를 꽤 잘 모아둔 상태였거든. 하든이 합류하면 시너지 효과를 낼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가 많았지.
하지만 현지 보도에 따르면 유도카 감독이 하든 영입을 반대했다고 해. 공격에 치중하는 하든보다는 수비에서 기여도가 높은 밴블릿 같은 선수가 팀에 더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야.
사실 밴블릿의 계약 규모(3년 1억 2,850만 달러)가 꽤 커서, FA 영입 당시만 해도 오버 페이 논란이 좀 있었거든. 183cm의 신장에 슈팅 기복도 있는 가드를 연평균 4,000만 달러나 주고 데려온 거니까.
하지만 밴블릿은 휴스턴에서 뛴 첫 시즌부터 73경기나 뛰었고 3점슛 성공률은 커리어-하이급으로 찍어냈어. 수비는 말할 것도 없었지. 두꺼운 몸과 뛰어난 민첩성을 활용한 스크린 대응, 적극적인 손질과 부지런한 로테이션 수비로 휴스턴에 '수비 전염병'을 일으켰지. 여기에 상대 메인 핸들러를 짜증나게 만드는 터프한 수비수 딜런 브룩스까지 함께 있으니 휴스턴의 수비력이 반등한 건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몰라.
흔히 공격은 관중을 부르고, 수비는 승리를 부른다고 하잖아?
사실 리빌딩 기간에 휴스턴은 관중 동원력도 리그 최하위권에, 성적은 바닥을 기었거든.
공격은 유망주들의 어수선한 난사 쇼로, 수비는 의지와 노하우 부재로 엉망이 되었던 탓이야.
하지만 지난 시즌은 달랐어. 비록 공격에서는 아직 중하위권의 생산성을 냈지만, 수비가 확 달라지면서 승리 횟수가 확 늘어난 거야.
시즌 막바지에 11연승을 달리면서 플레이-인 토너먼트 마지막 한 자리를 놓고 끝까지 경쟁을 치르기도 했어.
휴스턴의 최종 성적은 41승 41패. 휴스턴이 5할 이상 승률을 기록한 건 우승에 도전했던 2019-2020시즌(44승 28패) 이후 무려 4년 만이었어.
2024 여름요약: 이대로 킵고잉~
- 드래프트: 리드 셰퍼드(전체 3순위), 펠레 라손(전체 44순위)
- FA: 애런 할러데이(2년 957만 달러) 재계약
- 주요 이탈: AJ 그리핀(은퇴)
휴스턴은 이상할 정도로 조용한 시즌을 보냈어. 사실 그럴 만했지. 이미 1년 전에 지갑을 제대로 열었었거든.
휴스턴이 2023년 FA 시장에서 지른 돈이 얼만지 알아? 2억 6,805만 달러야. 무려 6명의 베테랑을 영입하는 데 샐러리캡을 다 태웠지.
휴스턴의 2023년 FA 영입
- 프레드 밴블릿: 3년 1억 2,850만 달러
- 딜런 브룩스: 4년 8,600만 달러
- 조크 란데일: 4년 3,200만 달러
- 제프 그린: 2년 1,600만 달러
- 애런 할러데이: 1년 235만 달러
- 레지 불록: 1년 320만 달러
하지만 올여름은 완전히 달랐어. 애런 할러데이(2년 957만 달러) 재계약 외에는 돈을 안 썼지.
작년에 FA를 한꺼번에 영입하면서 샐러리캡 여유분을 다 소진했기 때문이야. 현재 휴스턴의 팀 연봉은 1억 6,000만 달러로 샐러리캡 상한선을 2,387만 달러나 오버했어. 다행히 사치세를 낼 상황은 아직 아닌데, 이젠 굵직한 외부 FA를 영입할 만한 상황은 아닌 셈이야.
FA 시장에서는 조용했지만, 드래프트에서는 의미 있는 움직임을 가져갔어. 1라운드 전체 3순위로 리드 셰퍼드를 뽑았거든.
제임스 하든 트레이드 당시에 브루클린에서 받은 1라운드 픽 중 하나가 4년 만에 무려 3순위 픽이 돼 버렸어. 덕분에 휴스턴은 5할 승률 시즌 직후에 3순위 유망주를 로스터에 추가할 수 있었지.
켄터키 출신의 리드 셰퍼드는 드래프틀 앞두고 '더 링어'에서 랭킹 1위 유망주로 꼽혔을 정도로 높은 평가를 받았던 유망주야.
신장 188cm에 윙스팬 192cm의 슈팅가드인데 사실 사이즈는 평범을 넘어 좀 작은 편이지.
근데 이 친구, 경기를 보면 생각이 좀 달라질 수밖에 없어. 사이즈가 크진 않은데 손질이 엄청 빠르고 핸들러를 쫓아다니면서 괴롭히는 집요함이 상당히 좋거든. 스크린 대처 능력이나 패싱 레인을 끊어서 볼을 가로채는 능력은 대학 시절부터 이미 주목받았었고.
수비가 이 정도로 괜찮은데 공격은 더 대박이야. 매우 부드럽고 빠른 슈팅 릴리즈를 가졌고 슈팅 레인지도 엄청 길어. 그래서 캐치앤슛과 드리블 풀업 점퍼를 거리를 가리지 않고 자유자재로 꽂지. 그 재능이 서머리그부터 잘 발휘되면서 올해 서머리그 최고의 스타였었고.(언론의 주목을 가장 많이 받은 건 브로니 제임스였지만.)
포인트가드로 뛰기엔 핸들링이나 플레이메이킹에서 보완이 더 필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하지만 언젠가 1-2번을 오가는 콤보 가드로 NBA에서 자리를 잡을 가능성이 있어.
이메 유도카 감독도 리드 셰퍼드에 대해 “프레드 밴블릿 같은 베테랑들이 좋은 멘토가 돼줄 것“이라며 이미 기대를 드러냈어.
산전수전 겪은 베테랑과 뛰어난 유망주의 조합은 보통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리드 셰퍼드도 그 케이스에 해당될지 지켜보자고.
올 시즌에 주목할 휴스턴의 변화 중 하나는 빅맨 스티븐 아담스의 합류야.
사실 아담스는 올해 2월에 이미 트레이드로 휴스턴에 왔거든. 하지만 시즌아웃 부상을 이미 입었던 상황이라. 아직 휴스턴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뛴 적은 없어.
이번 시즌 개막전이 아담스의 휴스턴 데뷔전이 될 예정인데, 부상 이전의 폼을 되찾는다면 휴스턴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줄 가능성이 높아. 박스아웃, 스크린 같은 헌신적인 플레이는 물론 공격 리바운드와 풋백 득점에도 능한 '마당쇠형' 빅맨이거든.
기존의 유망주+베테랑 조합에 아담스가지 힘을 보태니까, 이번 시즌 휴스턴은 더 매력적인 팀이 될 것 같아. 지난 시즌부터 맞추기 시작한 수비 호흡은 더 좋아질 거고. 휴스턴이 서부의 다크호스가 될 수 있을지 지켜보자.
24-25 주요 로스터
가드: 프레드 밴블릿, 제일런 그린, 딜런 브룩스, 리드 셰퍼드, 애런 할러데이
포워드: 자바리 스미스 주니어, 아멘 탐슨, 캠 휘트모어, 제션 테이트
빅: 알파렌 센군, 스티븐 아담스, 타리 이슨, 제프 그린
휴스턴의 KEY 넘버
- 69.2%
: 지난 시즌, 제일런 그린은 림 근처에서 69.2%의 야투율을 기록했어. 루키 시즌(68.0%)의 수치를 회복한 거지. 소포모어 시즌(59.1%)에는 기록이 확 떨어졌었거든.
제일런 그린이 3년째 성장 폭이 지지부진한 이유했던 이유는 점퍼 기반의 공격을 너무 선호하기 때문이었어.
사실 이런 성향은 3년째 변함이 없어. 전체 야투의 40% 이상을 여전히 3점 라인 밖에서 시도하고 있는데, 3점슛 성공률은 33% 안팎이지.
그나마 지난 시즌엔 림 어택 시 야투 성공률을 높이면서 소포모어 시즌보다는 나은 모습을 보여줬는데, 루키 계약 마지막 시즌인 이번 시즌에는 공격수로서 더 효율적이고 영리한 모습을 보여줘야 해.
더 자주 림을 어택하면서 많은 파울을 유도하고, 자유투를 얻어내면서 쉽게 득점을 추가할 수 있다면, 드래프트 당시의 기대치에 걸맞은 선수로 거듭날 수 있을 거야.
- 20.9
: 지난 시즌 휴스턴은 리그에서 두 번째로 많은 파울을 기록한 팀이었어. 경기당 20.8개.
당연히 자유투 시도 허용도 25.2개로 리그에서 두 번째로 많았어. 잦은 파울 때문에 경기당 19.3점을 자유투로 내줬는데, 파울이 양날의 검 같은 존재라고 생각한다면 수치 조절은 어느 정도 필요해.
지난 시즌에는 수비 시에 불필요한 동작 때문에 허무하게 파울이 나오는 상황이 많았어. 유망주들이 아직 수비 요령이 부족해서 나온 결과물이었지.
지난 시즌 휴스턴은 클러치 타임(잔여시간 5분, 5점 차 이내 상황)에만 평균 2.5개의 파울을 범하기도 했어. 디트로이트와 더불어 리그에서 가장 많은 숫자였지.
클러치 타임에는 보통 팀 파울에 걸려 있는 상황이 많고, 파울은 곧 자유투 시도 허용을 의미하잖아. 평소에 파울을 할 때와 하지 말아야 할 때의 요령을 더 갖춘다면 휴스턴은 접전에서 더 좋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을 거야. 이제 유망주들이 경험을 쌓고 있으니 이번 시즌에는 이 부분에서 얼마나 달라질 수 있을지 궁금해.
사진 = 로이터/뉴스1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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