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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좀 고민했다. 눈치도 보였다. 하지만…“

올해부터 V리그에 새롭게 도입된 그린카드. 도입 직후의 어색함일까. 코트 위 선수들과 벤치는 아직 고민이 많다.

그린카드는 한국배구연맹(KOVO)이 프로 출범 20주년을 맞이해 도입한 새로운 규정 중 하나다. 비디오판독시 주심의 판정에 앞서 선수가 먼저 반칙을 인정하고 손을 들 경우 주어진다.

비디오판독이 이뤄질 경우 손끝에 맞았나, 안 맞았나를 두고 양측 선수단과 팬들이 스크린을 주목한다. 대부분 영상에 터치아웃 여부가 명확히 드러나고, 해당 선수는 멋쩍어하며 웃기 마련이다. 이 같은 불필요한 시간 소비를 줄이고자 하는 취지다.

하지만 지난 통영도드람컵 당시 여자부에선 9번의 그린카드가 나온 반면, 남자부는 한번도 나오지 않았다. 정규시즌 시작 후에도 KB손해보험 최요한, 그리고 지난 3일 우리카드 이상현 등 매우 드물게 나온다.

이유가 뭘까. 이상현은 “그린카드가 좋은 제도이긴 한데, 판정이 안 나왔는데 맞았다고 먼저 손을 들기 좀 그렇다. 어렸을 때는 왜 그러냐고 감독님들께 혼난 경험도 있다“고 돌아봤다.

설령 맞았다 한들 혹시나 모를 '유리한' 오심의 가능성도 있고, 승부처에서 활용될 상대의 비디오 판독 기회를 한차례 소모시키는 효과도 있다. 맞은 입장에서 먼저 인정하고 나서는 건 좋은 매너지만, 냉혹한 승부의 세계에 어울리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이상현의 소신은 분명했다. 경기의 흐름을 고려한 냉정한 선택이라는 설명.

그는 “살짝도 아니고 많이 맞은 상황이었다. 또 한창 경기 감각이 좋았기 때문에(14득점 5블록, 공격성공률 81.8%) 지연되는 시간이 아깝게 느껴졌다. 우리가 치고 올라가는 타이밍인데, 굳이 상대에게 쉬는 시간, 수습할 시간을 줄 필요는 없다고 봤다“며 웃었다. 어느덧 프로 4년차, 2m 앳된 소년에서 어느덧 리그를 대표하는 미들블로커로 성장한 선수다운 묵직함이 있다.

이를 지켜본 사령탑의 생각은 어떨까. 마우리시오 파에스 우리카드 감독은 그린카드에 대한 물음에 '개인적인 의견'임을 전제한 뒤 “조금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신뢰의 문제다. 선수가 '안 맞았다'고 할 때 심판은 절대 믿지 않는다. 그런데 '맞았다'고 했을 때만 믿어준다는 건 불공평한 느낌“이라며 웃었다.

이어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과의 제도적 차이점도 지적했다. VNL의 경우 그린카드 횟수로 상금이 주어진다. 반면 V리그는 페어플레이상 점수에 일부(30%) 반영될 뿐이다.

파에스 감독은 “좀더 확실한 보상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렇다고 이상현의 행동이 잘못됐다는 건 아니다“라며 “우리 쪽에 유리한 흐름이었는데, 상대팀(삼성화재)의 거듭된 선수 교체로 인해 그 흐름이 흔들리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승리와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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