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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치자마자 타구가 아니라 동료들을 봤다.“

KT 위즈가 와일드카드 결정전 진출 티켓을 거머쥐었다. KT는 1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의 5위 결정전에서 4대3으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정규 시즌 144경기로는 승부를 가리지 못했던 두팀은 KT가 이날 성사된 단판 승부에서 이기면서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진출하게 됐다. KT는 휴식 없이 2일 잠실구장에서 두산 베어스와 와일드카드전 1차전을 치른다.

히어로는 단연 멜 로하스 주니어였다. 이날 KT 타선은 내내 답답한 흐름이었지만, 로하스가 혼자서 4타점 경기를 펼쳤다. 선취점도, 역전 점수도 전부 로하스의 몫이었다.

1회말 SSG 선발 투수 로에니스 엘리아스를 상대로 선제 솔로 홈런을 터뜨린 로하스는 마지막 타석에서 정점을 찍었다. KT가 1-3으로 뒤진 8회말. 1회 이후 단 1점도 내지 못한 KT는 SSG 투수들에게 가로막혀 패색이 짙은 상황이었다.

그러던 8회말 심우준과 대타 오재일의 연속 안타가 터지면서 마침내 빅찬스가 찾아왔다. 무사 1,3루에서 타석에 선 로하스는 SSG의 투수 김광현을 상대했다. 불펜으로 깜짝 투입된 김광현은 로하스를 상대로 초구, 2구 연속 볼이 들어갔다.

2B에서 김광현을 상대한 로하스는 3구째 129km 체인지업 실투를 놓치지 않고 받아쳤고, 좌중간 담장을 그대로 넘기는 역전 스리런 홈런으로 연결시켰다. KT의 패색이 단숨에 걷히고, 팀 분위기를 완벽하게 바꾸는 점수였다.

로하스의 홈런으로 4-3 뒤집기에 성공한 KT는 마지막 9회초 마무리 박영현이 2사 3루 위기를 막아내면서 1점의 리드를 지키고 와일드카드 결정전 진출을 확정했다.

경기 후 로하스는 홈런 상황에 대해 “타석에 들어서기 전에 코치님을 통해서 김광현이 등판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불펜에서 몸을 푸는 것도 보고 있었기 때문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심적으로 준비를 하고 들어갔다“면서 “팬들 함성이 하나도 안들렸고 타석에서 승부에만 집중했다. 원하는 구종이 들어왔을때 최대한 강하게 쳐야겠다는 생각만 가지고 있었다“고 돌아봤다.

김광현의 체인지업을 받아친 로하스는 “구종을 노리지는 않았었다. 평소에 김광현이 나를 상대로 볼배합을 잘 가져가서 상대하기 어려웠는데, 내가 노리던 코스보다 더 높게 들어와서 정타로 잘 맞았다“면서 “공이 맞자마자 넘어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타구가 날아가는 것을 보지 않고 더그아웃을 보고 있었는데, 동료들이 반신반의하는 것 같더라. '내가 로하스인데, 내 힘을 못믿나?'하는 마음이 있었다“며 웃었다.

조마조마하게 타구를 지켜보던 KT 더그아웃의 동료들은 역전 홈런이 되자 열광했다. 로하스는 “김광현의 실투였다. 놓치지 않아야한다고 생각했는데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며 밝게 웃었다.

마법의 가을이 다시 시작됐다.

수원=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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