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뉴스
[24-10-17 15:15:00]
[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잉글랜드 축구 암흑의 날.“
2025년부터 잉글랜드 축구대표팀을 이끌게 된 토마스 투헬 전 바이에른뮌헨 감독은 지도력과 성과 측면에선 높이 인정받는 지도자지만, 유독 잉글랜드에선 환영을 받지 못하는 분위기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영국축구협회(FA)가 투헬 감독 선임을 공식화한 뒤 “잉글랜드의 암흑의 날“이라는 자극적인 헤드라인을 걸었다.
'데일리메일'은 “잉글랜드는 독일인을 신뢰한다. 투헬은 18개월 안에 그가 이 일을 해낼 수 있다는 걸 증명해야 한다“고 적었다. 잉글랜드 대표팀 특유의 압박과 기대치를 감당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전했다.
계속해서 “우린 투헬과 같은 지도자가 필요하지 않는다. 우리에겐 이 나라를 첫번째, 두번째, 세번째로 여기는 애국자가 필요하다“며 사우스게이트 감독과 같은 자국 출신 감독이 맡길 바랐다는 국수주의적 견해도 밝혔다.
투헬 감독은 지난여름 유로2024를 끝으로 물러난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전 감독의 후임으로 2026년 북중미월드컵까지 계약했다. 연봉만 500만파운드(약 88억원)에 달하는 '메가 딜'이다.
영국 일간 '더 타임스'에 따르면 FA는 애초 펩 과르디올라 맨시티 감독을 1순위로 원했으나, 과르디올라 감독측으로부터 확답이 오지 않자 지난여름 뮌헨을 떠나 자유의 몸이 된 투헬 감독쪽으로 선회했다.
투헬 감독은 스웨덴 출신 스벤 고란 에릭손, 이탈리아 출신 파비오 카펠로에 이어 잉글랜드 축구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은 역대 3번째 지도자로 등극했다.
한데 '데일리메일'을 비롯해 일부 언론과 많은 축구팬은 투헬 감독의 능력보다는 국적에 주목하고 있다. '어떻게 독일인이 잉글랜드 감독을 맡을 수 있나?'라는 식으로 영국의 역사적인 라이벌인 독일 출신이 지휘봉을 잡는 것에 대한 불편함을 토로하고 있다.
이에 대해 투헬 감독은 정면 돌파를 택했다. 16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미안하지만 나는 독일 여권을 소지하고 있다“며 “모든 사람이 자신의 의견을 지니고, 누군가는 '나는 잉글랜드에 잉글랜드 감독을 원한다'고 말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우리는 결과와 경기 방식으로 그런 팬들을 설득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투헬 감독은 또 “나는 언제나 (내가 머무는)국가에 대한 존경심과 감동적인 애국가를 보여줄 것“이라며 2026년 월드컵에서 잉글랜드의 오랜 염원을 풀어줄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잉글랜드는 자국에서 열린 1966년 월드컵 이후 메이저대회 우승과 연을 맺지 못하고 있다. 지난 유로2024 결승에서 스페인에 패해 우승을 놓쳤다.
환영의 목소리 또한 존재한다. 투헬 감독이 지금까지 맡았던 팀에서 빠짐없이 성공의 길을 걸었다며, 잉글랜드에 꼭 필요한 지도자라는 주장이다. 투헬 감독은 2016~2017시즌 도르트문트에서 DFB포칼을 차지한 이후 파리생제르맹에서 리그앙 2연패, 첼시에서 유럽챔피언스리그와 FIFA 클럽월드컵, 뮌헨에서 분데스리가 우승을 각각 차지했다.
2021년 1월부터 2022년 9월까지 첼시를 맡아 잉글랜드 축구를 경험해본 점, 해리 케인, 에릭 다이어(이상 뮌헨)을 비롯해 잉글랜드 선수에 대해 자세히 파악하고 있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케인은 지난해 여름 토트넘을 떠나 투헬 감독이 이끌던 뮌헨으로 이적, 2023~2024시즌 독일분데스리가에서 36골(32경기)을 폭발하는 '역대급 퍼포먼스'를 발휘한 바 있다. 투헬 감독이 선임된 후 개인 SNS를 통해 “보스와 다시 뛰게 돼 기대된다!“고 들뜬 소감을 남겼다.
투헬 감독은 내년 1월부터 본격적인 업무에 돌입한다. 내년 3월 A매치를 통해 데뷔할 전망이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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