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0% 확률은 KT 위즈 마법 앞에서 소용 없었다. KT가 기적을 만들어냈다. 준플레이오프로 간다.

KT는 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에서 선발 벤자민의 7이닝 무실점 역투와 6회 터진 강백호의 천금 결승타에 힘입어 1대0 신승을 거뒀다.

하루 전 열린 1차전에서 4대0 승리를 하며 기적의 서막을 연 KT. KBO리그 역사를 다시 썼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은 4위팀에 엄청난 어드밴티지가 있다. 2경기가 모두 4위팀 홈에서 열리며, 4위팀은 2경기 중 1승만 하면 이기는 방식. 2015년 와일드카드 제도 도입 이후 9번의 시리즈 중 5위팀이 4위팀을 업셋한 사례는 단 한 번도 없었다. 1차전을 이긴 것도 그 중 두 번 뿐이었다. 그만큼 5위팀에는 압박감이 엄청난 단기전. 하지만 KT는 0%의 확률을 무너뜨렸다.

피가 말리는 접전이었다. 두 팀 모두 물러설 수 없는 외나무 다리 승부. 총력전이었다.

양팀 선발투수들이 엄청난 집중력을 보였다. 특히 두산 최승용의 호투가 눈부셨다. 정규시즌 12경기 2승 1홀드 평균자책점 6.00에 그쳤다. 그런데 그 2승이 정규시즌 막판 선발로 나와 2연승을 거뒀다는 게 중요했다. 이 2경기에서 뭔가 확실히 눈을 뜬 모습. 이승엽 감독은 와일드카드 결정전 상대가 누구든 2차전 선발은 최승용으로 일찌감치 못을 막았었다. 그만큼 최근 기세가 좋았다.

그리고 그 기대에 걸맞게 엄청난 투구를 펼쳐보였다. KT 강타선을 상대로 4회까지 안타 1개만을 허용하며 무실점 역투를 펼쳤다.

벤자민도 만만치 않았다. 전날 동료 쿠에바스의 역투에 영감을 받았는지, 경기 시작부터 완벽한 구위와 제구로 두산 타선을 압도했다.

점수는 나지 않았지만 인상적인 장면들이 많이 연출됐다. 1회초 KT 로하스가 내야안타를 친 뒤 상대 실책으로 2루까지 갔는데, 두산은 로하스가 1루수 양석환의 포구를 방해했다며 스리피트 위반 비디오 판독을 신청했다. 로하스의 몸이 양석환의 글러브를 때렸다. 판정은 아웃으로 번복됐고, KT 이강철 감독은 다음에 나설 타자 장성우를 타석에서 철수시키며 무언의 항의를 했다.

그리고 양팀 모두 5회 절체절명의 순간을 맞이했다. 두산은 잘던지던 최승용의 구위가 급격하게 저하되기 시작했다. 오윤석과 배정대에게 연속 안타를 맞았다. 초반부터 전력 투구를 해 손에서 공이 빠지는 모습이 보였다. 2사지만, 두산 벤치는 최승용을 내리는 결단을 내리고 이영하와 이병헌을 연속으로 올리며 위기를 넘겼다.

KT 역시 5회말 선제 실점을 할 뻔 했다. 양석환이 안타에 이어 2루까지 갔다. 여기서 허경민의 좌전안타가 터졌다. 두산 고토 3루베이스 코치는 양석환을 돌렸고, KT 좌익수 로하스는 홈으로 힘차게 공을 뿌렸다. 간발의 차로 아웃. 결정적인 장면이었다. KT는 전 이닝 문상철을 대타로 투입하며 김민혁을 대신해 로하스를 좌익수로 옮겼는데 그게 신의 한 수가 됐다.

그리고 균형은 6회초 무너졌다. 호수비로 신이 난 로하스가 선두로 등장하자마자 이병헌으로부터 좌월 2루타를 뽑아낸 것이다. 장성우가 센스 있게 우익수쪽으로 타구를 날려 로하스를 3루까지 보냈다. 그리고 여기서 강백호의 결승 적시타가 나왔다. 내야가 전진수비를 하고 있었다. 두산 포수 김기연은 유리한 카운트에서 바깥쪽으로 완전히 빠져 앉아 유인구를 유도했는데, 이병헌의 공이 존 안으로 들어오며 강백호의 방망이에 걸리고 말았다.

이후 계속된 투수전. 내일이 없는 두산은 7회초 다시 승부수를 던졌다. 2사 1, 2루 위기서 1점을 더 내주면 경기가 힘들다는 판단에 마무리 김택연을 조기 투입한 것. 김택연은 로하스를 삼진 처리하며 포효했고, 그렇게 경기 분위기가 바뀌나 했다.

하지만 벤자민이 7회말을 흔들림 없이 막아줬고, KT는 8회 고영표와 9회 박영현을 내세우며 귀중한 1점을 지켜냈다.

벤자민은 7이닝 3안타 6삼진 완벽한 투구로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강백호도 결승타 포함 멀티히트를 기록하며 4번타자로서의 자존심을 지켰다.

이렇게 준플레이오프에 올라가게 된 KT는 지난 시즌 한국시리즈에서 맞붙었던 LG와 만나게 됐다. 두산은 2년 연속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무릎을 꿇는 불운을 이어가게 됐다.

잠실=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