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뉴스
[24-10-10 12:11:00]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마지막 우승은 7년전, 명장의 부임은 3년전. 올해가 IBK기업은행 '반란'의 해가 될까.
정규리그 1위, 챔피언결정전 우승 3회. 기업은행이 한때 한국 배구코트를 호령하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빨라야 7년전 이야기다. 2016~2017년 챔피언결정전 우승 이후 박정아가 떠났고, 에이스 김희진이 포지션 이동의 부담과 부상에 시달린 뒤론 다시 그 기쁨을 안지 못했다.
김우재-서남원 전 감독 시절을 지나며 평지풍파도 겪었다. 마지막 봄배구 진출이었던 2020~2021년은 외국인 선수 라자레바의 헌신 덕분이었고, 이후 포스트시즌 무대도 밟지 못하고 있다.
만신창이가 된 구단을 수습한 건 레전드 김호철 감독이었다. 2021년 12월 구원투수로 기업은행에 합류한 이래 팀을 큰 폭으로 바꿔놓았고, 지난해 황민경, 올해 이소영-이주아를 FA 영입하는 등 대규모 투자가 더해졌다. 이제 부임 이래 첫 봄배구, 혹은 그 이상을 노릴 시점이다.
이를 이끌어야할 선수가 아시아쿼터 외국인 세터 천신통(30)이다. 지난해(폰푼 게드파르드)에 이어 올해도 아시아쿼터를 세터에 쓴 유일한 팀이다. 양쪽 윙스파이커에 외인을 배치한 '쌍포' 스타일이거나, 혹은 중앙에 장신 미들블로커를 세운 타팀들과는 명백하게 다른 행보다. 현역 시절 한국은 물론 이탈리아 세리에A까지 쥐고 흔들었던 세터 출신 김호철 감독의 배구관과 무관할리 없다.
중국 프로배구에서 코치까지 역임한 선수 출신 아버지의 피를 그대로 이어받았다. 언니와 함께 배구를 시작했지만, 배구에 한층 재미를 느낀 건 동생이었다. 고교 시절 전국대회 입상을 계기로 배구선수에 전념하게 됐다.
전임자 폰푼의 그림자가 만만찮다. 폰푼은 비록 지난해 좋은 성적으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반박자 빠른 패스와 창의성으로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반면 천신통은 보다 전통적인 스타일이다.
입단 초기에는 '너무 느리다'는 평을 받았다. 하지만 통영도드람컵(KOVO컵)을 거치면서 달라졌다. 한층 스피드를 끌어올리고, 공격수들과의 호흡도 맞아들어가고 있다. 기업은행이 흥국생명을 꺾고 대회 준결승에 오르는데 일익을 담당했다. 1m78의 큰 키가 장점인 만큼, 이주아-최정민과의 중앙 속공 호흡도 중요할 전망이다.
김호철 감독과의 케미는 어떨까. 천신통은 “감독님이 얼마나 대단한 분인지 이야기 많이 들었다. 매경기 레이저빔(시선)을 많이 맞고 있다. 많이 배우려고 노력중“이라며 웃었다. “폰푼은 대단한 선수지만, 내게도 많은 장점이 있다“는 다짐도 덧붙였다.
2012년 중국에서 프로선수로 데뷔한 이래 12년만에 첫 해외진출이다. 새로운 환경에서 뛰어보고 싶은 도전 욕구가 있었다. 평소 TV로 지켜본 한국의 배구 열기도 인상적이었고, SNS 등을 통한 구단의 적극적인 홍보에도 많이 놀랐다고.
천신통의 최대 강점은 소통능력이다. 세터라는 포지션에 걸맞는 부분. 일상생활 속 한국어를 60% 이상 통역 없이 이해할 수 있고, 인터뷰 중에도 상당량을 알아듣는다. 눈치도 빨라 김호철 감독의 지시를 통역해주기도 전에 이해하는 경우가 많을 정도다. 또 영어에도 능해 외국인 아포짓 빅토리아와의 의사소통에도 도움이 될 전망.
한국어의 비결을 물으니 “한국 드라마를 많이 봤다. 멜로물을 좋아한다“며 쑥스럽게 웃었다. 배우 박보검과 현빈의 열렬한 팬이라고. 재미있게 본 드라마를 묻자 '시크릿가든', '도깨비', '사랑의 불시착', '눈물의 여왕' 등이 줄줄이 쏟아져나왔다.
“이번 시즌에 대한 팬들의 기대를 잘 알고 있다. 그 마음에 감사드리고, 정규시즌에 더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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