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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파죽지세 같았던 4연승과 업셋의 마법, 실책으로 허무하게 깨졌다.

5위 결정전부터 와일드카드 결정전, 준플레이오프(이하 준PO) 1차전까지 이어져 오던 KT 위즈의 가을마법이 깨졌다. 원인은 실책이었다. 동점 상황이던 4회말, 2점차로 추격 불씨가 살아 있던 6회말 각각 치명적 실책이 나오면서 결국 승부의 추가 LG 트윈스 쪽으로 기울었다. 플레이오프행 티켓을 놓고 싸우는 두 팀의 승부는 안갯 속으로 빠져 들었다.

페넌트레이스 1위로 한국시리즈에 직행, V12에 도전하는 KIA 타이거즈. KT가 준PO 2차전에서 보여준 모습을 가볍게 넘길 수 없다.

KIA는 2024 KBO리그 페넌트레이스 144경기에서 146개의 실책을 기록했다. 경기당 1개가 넘는 숫자. 2위 롯데 자이언츠(123개)와 비교해도 훨씬 많은 숫자를 기록했다.

KBO리그가 10개 구단 체제로 재편된 2015시즌 이후 단일 시즌 팀 실책이 140개 이상인 팀은 KIA가 최초. 2022시즌 한화 이글스가 세운 단일 시즌 최다 실책 기록(134개)마저 넘어서며 얻은 결과물이다.

141경기에 출전한 3루수 김도영이 30개로 팀내 최다 실책을 기록했다. 134경기를 소화한 유격수 박찬호가 23개로 뒤를 이었고, 116경기에 나선 김선빈이 10개로 뒤를 이었다.

3명 모두 주전으로 많은 수비 이닝을 소화했고, 중심 타자(김도영)와 리드오프(박찬호), 하위 타순 연결고리(김선빈) 등 타선에서의 역할이 적지 않았기에 체력 부담, 피로 누적도 역시 다른 선수에 비해 높았다. 다만 이런 점을 고려해도 적잖은 실책 숫자는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라는 걸 부정할 순 없다.

V12에 도전하는 KIA, 압도적 우위가 예상되고 있다. 페넌트레이스 팀 타율(3할1리)과 팀 평균자책점(4.40) 모두 1위다. 특히 2위팀 상대 승률이 0.863에 달할 정도로 극강의 집중력을 선보였다. 잇단 선발 부상 악재 속에서도 피할 곳 없는 타선과 좌우 모든 유형을 활용 가능한 마운드 뎁스가 만들어낸 결과물. 그러나 수비는 이런 KIA가 한국시리즈에서 흔들릴 수 있는 유일한 변수로 지목되고 있다.

준PO 2차전 KT의 모습이 시사하는 바는 그래서 크다. 5위 결정전부터 준PO 1차전까지 놀라울 정도로 뛰어난 집중력을 선보였지만, 실책에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무엇보다 휴식 없이 4연승을 달리다 무너진 KT에겐 1패 이상의 중압감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결과물. 반면 LG에겐 V3를 일궜던 지난해 한국시리즈 1패 뒤 4연승의 추억을 되살렸다는 점에서 1승 이상의 가치가 있었다. KIA가 2위팀을 상대로 보여준 놀라운 응집력도 한국시리즈에선 실책 한방에 무너져 내릴 수 있다는 교훈을 주기에 충분하다.

KIA 이범호 감독은 광주에서 진행 중인 한국시리즈 대비 훈련에서 수비 강화에 많은 시간을 할애할 뜻을 일찌감치 내비친 바 있다. 준PO를 바라보면서 그 결심은 더욱 단단해졌을 것으로 보인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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