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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여름이 끝나고 드디어 가을이 왔어. 그건 곧 NBA 개막이 다가왔다는 걸 의미하지.


10월 23일이면 2024-2025 NBA 정규시즌이 막을 열어. 보스턴과 덴버가 조금 더 빨리 트레이닝 캠프를 시작했고 10월 1일부터는 나머지 28개 팀도 훈련을 소집했어.


시즌 개막이 다가왔으니, 30개 팀을 미리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봐야겠지?


20번째 시간의 주인공은 과감한 지출로 다시 우승에 도전하는 피닉스 선즈야.











23-24 피닉스 REVIEW
정규시즌 : 49승 33패, 서부 8위
플레이오프: 1라운드 탈락(vs 미네소타, 0승 4패)
공격효율지수: 116.8(10위)
수비효율지수: 113.7(13위)
공수효율마진: +3.1(8위)


지난 시즌을 앞두고 피닉스는 화제의 중심에 섰어. 3년 동안 팀을 이끌어온 베테랑 크리스 폴을 트레이드해버렸거든.


이유가 있었어. 브래들리 빌 영입을 위해서였지.


크리스 폴, 조던 굿윈, 랜드리 샤멋에 2라운드 픽 6장과 1라운드 픽 교환 권리 4장, 현금 350만 달러가 워싱턴으로 향했어. 그리고 브래들리 빌, 아이재아 토드가 피닉스 유니폼을 입었고.


2021년 파이널 준우승 이후 피닉스는 계속 우승을 노려왔어.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물이 들어오니 노 젓는 느낌으로 우승을 노려왔거든. 반드시 우승을 해야겠다는 절박함이 있었던 건 아니야.


그런데 2023년 2월, 맷 이시비아 구단주가 40억 달러에 피닉스 선즈와 WNBA의 피닉스 머큐리를 한 번에 매입하면서 분위기가 확 달라졌어.


사실 이시비아는 평범한 구단주가 아니야. NBA에서 정말 보기 힘든 '선출' 구단주야.


4년 동안 미시간 주립대 농구부의 멤버였여. 매직 존슨, 드레이먼드 그린 같은 선수들을 배출하고 명장 탐 이조가 이끌었던 명문 팀이지.


1999년부터 2003년까지 농구부 활동을 했는데, 이시비아는 2000년에 NCAA 토너먼트 우승까지 경험했어. 당시 1학년이었던 이시비아가 함께 생활했던 선수가 제이슨 리차드슨, 모리스 피터슨, 찰리 벨 같은 미래의 NBA 리거들이었지.


농구를 좋아하는 구단주가 들어오면서 피닉스의 스탠스도 달라졌어. 예전에는 적절한 전력을 유지하면서 사치세는 최소화하자는 입장이었다면, 이시비아가 온 이후에는 어떻게든 우승 한 번 해보겠다는 입장으로 바뀌었거든.


그 여파로 이뤄진 게 케빈 듀란트 영입이야. 2023년 2월 10일에 브루클린과 트레이드에 공식 합의했는데, 공교롭게도 이날은 이시비아가 피닉스의 구단주로 사무국의 승인을 받은지 딱 하루 되는 날이었어. 일각에서는 제임스 존스 단장이 케빈 듀란트 트레이드의 진행 상황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있었을 정도로 이시비아의 의지가 많이 반영된 트레이드였지.


여기서 끝이 아니었어. 2023년 6월에는 브래들리 빌을 영입하면서 빅3를 구축했지. 팀내 역할에 불만이 있었던 디안드레 에이튼은 트레이드해버렸고. 2021년 파이널 준우승 멤버 중 데빈 부커 빼고 사실상 다 바뀌었다고 봐도 될 정도였어.


선수단만큼 코칭스태프도 변화가 빨리 이뤄졌어. 4년 동안 팀을 이끌어온 '올해의 감독' 수상자 몬티 윌리엄스는 경질됐어. 그리고 프랭크 보겔이 지휘봉을 잡았지. 팀이 순식간에 확 바뀌어버린 거야.


데빈 부커-브래들리 빌-케빈 듀란트로 이어지는 빅3를 구축했으니 당연히 우승에 도전해야겠지?


하지만 애석하게도 지난 시즌의 피닉스는 우승의 문턱에도 가까이 못 갔어. 정규시즌엔 50승도 챙기지 못했고, 플레이오프에서는 미네소타에 4연패를 당하면서 1라운드에서 탈락했어.


선수단 연봉으로만 1억 9,133만 달러를 투자했는데 성과는 아쉬워도 너무 아쉬운 수준이었던 거야.











지난 시즌 피닉스의 경기력에 기대에 못 미친 이유는 크게 3가지야.


첫 번째는 포인트가드의 부재.


사실 부커-빌-듀란트 빅3가 만들어졌을 때부터 건실한 주전 포인트가드 1명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는 꾸준히 있었거든.


정통 포인트가드까지는 아니더라도, 볼을 운반하고 템포를 조절하며 빅3의 부담을 덜어줄 가드가 필요해보였어. 하지만 피닉스는 시즌 내내 제대로 된 포인트가드를 영입하지 않았어. 부커, 빌이 돌아가면서 포인트가드 역할을 맡았는데 이게 잘 될리가 없었지. 오히려 둘에게는 불필요한 부담만 있었고.


두 번째 이유는 브래들리 빌의 부진이야.


사실 슈퍼스타 3명이 모이면 적어도 1명 정도는 퍼포먼스가 줄어들 수밖에 없어. 그래서 근래 NBA의 빅3를 보면 항상 1명 정도는 엄청난 희생을 했었지.


하지만 브래들리 빌의 경기력은 그런 희생보다는 그냥 부진에 가까웠어. 심지어 29경기를 결정하면서 '인저리 프론' 성향까지 다시 드러났지. 듀란트와 부커가 70경기 안팎의 출전시간을 가져간 것과 크게 대비되는 모습이었어.


마지막 이유는 빅맨진의 수비력이야.


아까 피닉스가 디안드레 에이튼을 트레이드했다고 했었지? 에이튼 트레이드는 밀워키, 포틀랜드 간의 삼각 트레이드로 이뤄졌는데(데미안 릴라드 트레이드였어) 피닉스는 이 트레이드를 통해 유서프 너키치와 그레이슨 알렌을 데려왔어.


문제는 너키치는 약점이 뚜렷한 센터라는 거야. 바로 느린 발과 기동성이지. 너키치의 좁은 수비 범위와 떨어지는 반응 속도는 2대2 수비를 할 때마다 공략 대상이 됐어. 발이 느린 너키치가 페인트존 가까이 쳐져서 림을 보호하면 3점 라인이나 미드레인지가 확 열리면서 실점을 하는 식이었지.


사실 너키치 같은 발이 느린 빅맨으로 2대2 수비를 하려면 압박과 활동량이 좋은 앞선 수비수가 반드시 있어야 하거든? 마치 니콜라 요키치를 켄타비우스 칼드웰-포프나 브루스 브라운이 도와줬던 것처럼 말이야.


애석하게도 피닉스엔 그런 수비수가 없었어. 그러다 보니 너키치의 약점은 매경기 고스란히 노출됐고, 피닉스의 2대2 수비는 흔들렸고.


게다가 너키치는 요키치처럼 공격에서 수비를 몇 배 이상 만회할 수 있는 선수도 아니고, 루디 고베어처럼 페인트존을 철옹성처럼 지킬 수 있는 선수다 아니잖아. 코트에 있을 때 이득이라고 하기 힘들었지.


너키치에겐 미안한 얘기지만, 너키치가 주전 센터로 뛰는 이상 피닉스는 뼈아픈 약점 하나를 드러내고 경기를 치를 수밖에 없었던 셈이야.











2024 여름요약: 부덴홀저 매직을 기대하다
- 마이크 부덴홀저 감독 부임
- 드래프트: 라이언 던(28순위), 오소 이구다로(40순위)
- FA: 타이어스 존스(1년 300만 달러), 메이슨 플럼리(1년 330만 달러), 몬테 모리스(1년 280만 달러)
- 재계약: 로이스 오닐(4년 4,200만 달러), 조쉬 오코기(2년 1,600만 달러), 볼 볼(1년 243만 달러), 데미안 리(1년 280만 달러)
- 주요 이탈: 에릭 고든, 드류 이뱅크스, 데이비드 로디


충격적인 1라운드 스윕패 이후, 피닉스의 칼춤이 시작됐어. 그 칼이 가장 먼저 향한 곳은 코칭스태프였지.


프랭크 보겔 감독이 단 1년 만에 경질됐고, 그 자리를 야인으로 지내던 마이크 부덴홀저 감독이 대신하게 됐어.


알다시피 부덴홀저는 2021년 파이널에서 밀워키의 우승을 이끈 감독이야. 그렉 포포비치 감독 밑에서 오랫동안 코치 생활을 했고, 그렇게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애틀랜타, 밀워키에서 발휘하면서 파이널 우승까지 경험했지.


공교롭게도 2021년 파이널에서 밀워키에 패한 팀이 피닉스였어. 그래서 부덴홀저가 부임하고 나서 데빈 부커는 “나는 아직도 그때를 잊지 않고 있다“는 재밌는 말을 꺼내기도 했지.


부덴홀저는 밀워키에서 브룩 로페즈, 야니스 아데토쿤보를 중심으로 한 드랍백(2대2 수비에서 스크리너 수비수가 페인트존으로 처지는 것) 수비 시스템을 완벽하게 구축했던 지도자야. 부덴홀저의 지도 속에 로페즈는 NBA 최고의 드랍백 수비수로 거듭났고. 유서프 너키치를 보유한 피닉스 입장에선 최고의 선택일 수 있어.


부덴홀저는 야니스 아데토쿤보, 크리스 미들턴, 즈루 할러데이 3인방을 효율적으로 공존시켰던 지도자이기도 해. 빅3를 구축하고 있는 피닉스도 그 부분을 분명 기대하고 있겠지. 스페이싱과 공격 효율 강화에 일가견이 있는 지도자니까, 달라진 피닉스의 공격을 볼 수 있을지도 몰라.


피닉스의 올여름 또 다른 움직임은 다름 아닌 포인트가드 포지션 보강이었어. 타이어스 존스와 몬테 모리스를 동시에 영입했지.


타이어스 존스는 피닉스가 포인트가드에 바라왔던 것을 그대로 실행해줄 수 있는 가드야. 안정적인 볼 운반, 뛰어난 슈팅능력, 상황에 따른 적절한 패싱 게임 전개가 모두 가능하지.


특히 지난 시즌에는 경기당 어시스트가 7개가 넘었고, 어시스트 생산 빈도는 34.6%에 달했어. 최근 3년 간 3점슛 성공률은 무려 39.0%였고.


데빈 부커, 케빈 듀란트, 브래들리 빌에게 쏠리는 수비를 캐치앤슛은 물론 영리한 패싱 게임으로 공략할 수 있는 선수야. 타이어스 존스가 오면서 데빈 부커와 브래들리 빌은 진짜 강점인 스코어링에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아.











또 하나 주목할 포인트는 바로 신인 포워드 라이언 던이야.


이 친구 1라운드 전체 28순위 픽에 지명됐는데, 프리시즌부터 활약이 심상치 않아.


198cm의 신장에 윙스팬이 무려 215cm에 달하는 윙인데 드래프트 당시부터 수비 하나는 드래프트 동기 중에서도 최고라는 평가를 받았어.


문제는 대학 시절 3점슛 성공률이 2년 동안 23.5%에 머물 정도로 슛이 약하다는 거였는데, 프리시즌부터 확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더라고.


던은 이번 프리시즌 3점슛 성공률이 44.4%에 달해. 4경기에서 27개나 시도했는데, 12개가 림을 갈랐어. 볼륨과 효율이 모두 장난이 아닌 셈이지. 지난 14일 덴버 전에서는 11개를 던져서 6개를 넣기도 했어.


만약 라이언 던이 이 정도의 슈팅력을 정규시즌에도 보여줄 수 있다면, 피닉스는 엄청난 3&D 유망주를 로스터에 수급했다고 한 셈이 돼. 로이스 오닐, 그레이슨 알렌, 조쉬 오코기와 함께 윙에서 케빈 듀란트를 도와줄 자원이 하나 더 늘어난 거야.


한편 피닉스는 올여름에도 빅3 중심의 로스터를 유지하면서 팀 연봉이 2억 2,040만 달러까지 늘어났어. 리그 전체 1위에 해당하는 숫자야. 현재 로스터를 시즌 끝까지 가져갈 경우에 사치세만 1억 8,848만 달러를 내야 하는데, 연봉과 사치세로 한 시즌에 4억 달러 넘는 돈을 쓰는 셈이야.


관건은 이 투자에 걸맞은 성과를 낼 수 있을지야. 지난 시즌부터 NBA에 도입된 세컨드 어프론 제도 때문에 이제는 외부 전력 보강이 사실상 제한되기 때문에 성공하든 실패하든 이 로스터로 승부를 봐야 하는 상황이야.











24-25 주요 로스터
가드: 타이어스 존스, 브래들리 빌, 데빈 부커, 몬테 모리스, 데미안 리, 조쉬 오코기
포워드: 케빈 듀란트, 로이스 오닐, 그레이슨 알렌, 볼 볼, 라이언 던
빅: 유서프 너키치, 메이슨 플럼리, 프랭크 카민스키


피닉스의 KEY 넘버
- 15.9
: 지난 시즌 피닉스의 가장 아쉬운 부분은 속도였어. 트랜지션 공격으로 오펜스가 마무리되는 빈도가 15.9%로 고작 리그 23위였지.


평균 속공 득점도 13.3점으로 리그 전체 20위에 머물렀어. 한 마디로 속도전을 전혀 하지 못했던 느림보 팀이었다는 얘기야.


아무리 뛰어난 빅3를 가지고 었어도, 피닉스처럼 공격 전개가 느리면 공격력은 제한될 수밖에 없어. 결국 공격은 속공 같은 손쉬운 이지 득점을 어떻게 쌓느냐가 상당히 중요하거든. 지난 시즌 피닉스는 페인트존 득점이 46.9점으로 리그 28위에 머물기도 했어. 스피드가 떨어지고 림 어택도 안 되다 보니 나온 현상이야.


빅3를 중심으로 모든 득점을 만들어서 하기보다는, 경기 템포를 끌어올려서 손쉬운 속공 득점을 늘리는 게 빅3의 부담을 더는 최고의 방법이야.


이런 속공은 실책 유발 후 역습으로 전개할 수도 있고, 리바운드 이후의 빠른 공격 전개를 통해서 전개할 수도 있어. 방법은 다양한데, 과연 부덴홀저 감독이 어떤 선택을 할지 지켜보자고.


- 1,608
: 지난 시즌 피닉스는 총 1,608점의 풀업 점퍼 득점을 허용했어. 리그에서 7번째로 높은 수치였지.


이걸 다르게 말하면 볼을 가진 공격수에 대한 수비가 잘 이뤄지지 않았다고 할 수 있을 거야. 드리블 이후에 던지는 점프슛을 의미하는 풀업 점퍼에 많이 당했다는 이야기니까.


결국 앞선 수비가 문제라는 건데, 이 부분은 정말 각성이 필요해. 사실 데빈 부커, 브래들리 빌에게 수비에서 너무 많은 걸 요구하긴 힘들거든. 어쨌든 공격을 책임지는 선수들이니까. 결국 로이스 오닐, 조쉬 오코기, 그레이슨 알렌, 라이언 던 같은 롤 플레이어들이 수비를 잘해줘야 해. 새로 합류한 타이어스 존스도 수비에서 기여를 높여야 해고.


마이크 부덴홀저 감독 입장에서는 밀워키 시절 즈루 할러데이 같은 수비수가 없는 게 꽤 크게 느껴질 거야. 결국 또 다른 할러데이를 찾아야 하는 건데, 과연 그게 가능할지 궁금해.


사진 = 로이터/뉴스1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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