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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겼지만 마냥 개운하지는 않다. 과정이 완벽하지 못했던 탓이다.

현대건설이 31일 수원 실내체육관에서 치러진 도드람 2024-2025 V-리그 여자부 1라운드 경기에서 한국도로공사를 3-2(23-25, 25-20, 29-31, 25-23, 15-13)로 꺾고 3연승을 달렸다. 3세트의 듀스 혈투에서 패할 때까지만 해도 패색이 짙어지는 듯했지만, 4-5세트에 한 수 위의 집중력으로 간신히 승리를 따낼 수 있었다.

이날 승리의 일등공신은 단연 레티치아 모마 바소코(등록명 모마)였다. 블로킹 3개‧서브 득점 4개 포함 43점을 퍼부으며 가공할 화력을 발산했다. 공격 성공률도 45.57%로 높았다. 모마는 후위공격도 16개나 성공시키며 트리플 크라운까지 달성했다. 그야말로 모마가 견인한 승리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것이 현대건설과 강성형 감독이 이번 시즌에 지향하는 팀의 방향성에 역행하는 경기 내용이라는 점이 약간 우려스럽기도 하다. 강 감독은 왼쪽으로 향하는 연결과 반격 상황에서의 연결 속도를 끌어올리고, 리시브가 잘 이뤄졌을 때 다양한 옵션을 활용하는 배구를 하겠다는 이야기를 여러 차례 언급했다.

그러나 이날 경기의 내용은 그것과는 딴판이었다. 양효진-위파위 시통(등록명 위파위)-정지윤의 득점을 모두 합쳐도 모마 한 사람의 득점보다 적었다(총 38점). 경기에서는 이겼지만, 긍정적인 상황으로는 볼 수 없었다. 실제로 강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우리의 플레이는 좋지 않았다. 팀워크의 측면에서 마이너스에 가까운 날이었고, 반성해야 하는 경기라고 생각한다”며 선수들의 경기력에 날선 비판을 남겼다.

원인을 살펴보자면, 우선 김다인의 불안한 경기력이 있었다. 이날 김다인은 유독 반격 상황이나 템포를 끌어올리는 상황에서의 측면 연결이 부정확했다.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수없이 호흡을 맞춘 정지윤과의 호흡도 흔들렸고, 위파위 쪽의 활용도 여의치 않았다. 그렇다보니 강 감독이 추구하는 바와는 반대로 모마의 큰 공격과 양효진의 시간차성 공격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모마 + 양효진 공격 점유율 합계 67.24%).  


강 감독 역시 김다인의 경기력에 대해 “세터 싸움에서도 조금 밀린 경기였다고 생각한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강 감독은 “하지만 이건 (김)다인이만의 문제가 아니다. 모마 외에 다른 쪽에서의 공격이 안 풀리니까 다인이 입장에서는 힘든 경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며 이날의 불안한 경기 내용이 김다인의 문제만은 아니었음을 강조했다.

강 감독의 말대로 모마를 제외한 공격수들 역시 이날 그리 좋은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특히 시즌 내내 준수한 활약을 펼쳤던 위파위가 공격 효율 8.7%에 그친 것이 뼈아팠다. 정지윤 역시 공격 효율 13.64%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정지윤은 경기 내내 유효 블로킹도 1개를 잡는 데 그치며 전체적으로 경기에 잘 녹아들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유효 블로킹이 없으면 결국 수비가 어려워지고, 반격 상황에서 하이 볼 플레이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된다는 점에서 모마의 고군분투와 유효 블록의 부재는 연결되는 지점이 있었다.


정작 이날 수많은 공격을 때리며 힘든 경기를 펼쳤던 모마는 “첫 시즌에는 상대 팀들이 나를 잘 몰랐던 덕분에 조금 더 파워풀하게 경기를 풀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대 팀들이 나에 대해 보다 익숙해지면서 어려워진 부분이 있다. 이건 내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자신이 더 분발해야 한다는 의젓한 이야기를 남기기도 했다. 그러나 모마의 의젓함과는 별개로 해답은 명확하다. 이날 경기와 같은 상황이 다시 나오지 않고, 현대건설이 시즌 시작 전부터 원했던 방향성으로 나아가려면 모마 혼자가 아닌 팀원들 모두가 뭉쳐 해결책을 찾아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사진_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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