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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스틸러스의 어린 수비수 이규백(20)이 울산HD와의 경기에서 매우 위험한 태클을 시도했다. 즉각 레드카드를 받았다. 위험지역도 아니었다. 불필요한 파울이었다. 포항이 0-1로 끌려가는 상황에서 퇴장을 당했다. 팀에 치명타로 작용했다. 이규백은 경험이 적다. 의욕이 앞섰을 것이다. 여유롭게 수비해도 충분히 괜찮은 상황이었다. 상황에 쫓겨 서두르는 모습이 마치 포항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포항은 27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 2024' 파이널 2라운드에서 울산에 0대2로 무릎을 꿇었다. 포항은 이 패배로 5위로 내려앉으며 '우승 실패'가 확정됐다. 포항은 파이널라운드에 들어와 1무1패로 부진하다. 중간에 아시아챔피언스리그 부리람 원정에서도 0대1로 졌다. 9월 6연패를 끊고 상승세로 접어드는 듯하다가 다시 표류하는 모양새다. 파이널라운드가 아직 3경기나 남았고 코리아컵 결승도 앞둔 상황이라 분위기 전환이 시급하다.

사실 이번 시즌 포항은 이미 '성공'이라고 평가해도 무방하다. 전반기에 워낙 좋았던 성적과 비교해 후반기에 많이 떨어져 착시현상이 일어났을 뿐이다. 애초에 시즌을 앞두고 포항은 하위권으로 평가됐다. 4년 동안 포항을 잘 만들었던 김기동 감독이 FC서울로 떠났다. 포항 레전드 박태하 감독이 부임했지만 K리그 사령탑은 처음이었다. 4년 동안 K리그 기술위원장을 역임했다고는 하지만 현장 감각에 대한 물음표가 존재했다. 뿐만아니라 포항은 고영준(파르티잔) 제카(산둥) 김승대(대전) 하창래(나고야) 그랜트(톈진) 등 공수 핵심을 모두 이적시켰다. 많은 전문가들이 포항을 파이널 그룹B로 예상했다.

하지만 포항은 세간의 예측을 뒤엎었다. 시즌 초반 10경기 무패를 달리는 등 7월 한때 1위까지 올라갔다. 유난히 경기 막판 극장골이 쏟아지며 '태하드라마'라는 유행어를 낳았다. 포항 미드필더 김종우는 “다들 우리 팀이 올해는 위기라고 했다. 큰 기대 없이 시작한 것이 사실이다. 선수들 사이에서도 불안감이 있었다. 감독님도 바뀌고 주축들이 많이 나갔다“고 돌아봤다. 이들이 뭉친 원동력은 바로 박태하 감독에 대한 믿음이었다. 김종우는 “(신)광훈이 형 역할이 컸다. 분위기가 어수선했다. 광훈이 형이 일단 감독님이 원하시는 것을 믿자고 했다. 불만 같은 것이 아예 안 나올 수는 없다. 그런데 광훈이 형이 무조건 일단 따라가자고 했다. 그러면서 선수들도 다들 서로 하고자 하는 분위기가 잡혔다“고 밝혔다. 이어서 “그리고 감독님 전술이 상당히 트랜디하셔서 시너지효과가 잘 났다“고 덧붙였다.

물론 영화 같은 기적은 없었다. 여름이 지나면서 포항은 서서히 한계에 이르렀다. 주포 이호재와 주전 센터백 이동희가 부상으로 이탈했다. 듬직했던 골키퍼 황인재가 부진했다. 새 외국인선수 조르지의 파괴력은 기대만큼 강하지 않았다. 포항은 이규백을 비롯해 윤평국 어정원 안재준 이태석 등 새 얼굴을 발굴해 버텼다. 이규백은 올해 K리그에 데뷔한 신예다. 이동희가 다치면서 예기치 못하게 기회가 찾아왔다. 안정된 모습을 보여주며 입지를 넓혀갔다. 하지만 더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싶었는지 과욕이 묻은 태클을 범했다.

태하드라마는 결국 파이널A를 지켜냈다. 코리아컵에서는 '우승 엔딩'도 꿈꾸고 있다. 부담을 느낄 필요가 없다. 포항도 이규백도 초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동훈 기자 dh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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