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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모두가 울었고, 하늘마저 울었다. 케이시 켈리가 LG 트윈스 동료와 팬들에게 작별 인사를 건넸다.

LG는 2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켈리의 고별식을 준비했다. 대체 외국인 선수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를 영입하기로 결정하면서, 켈리와의 결별이 확정됐다.

하루 전인 19일 켈리에게 의사를 물었고, 켈리가 마지막 등판에 임하겠다는 각오를 전하면서 LG에서의 고별전이 성사됐다.

하지만 날씨가 도와주지 않았다. 켈리는 3회 2사까지 무실점으로 호투를 펼치고 있었다. 그런데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서 경기가 한시간 이상 중단됐고, 이후 그라운드 정비를 거쳐 재개를 준비했지만 다시 폭우가 쏟아지면서 끝내 노게임이 선언됐다. 1시간40분간의 대기를 하고도 다시 등판을 준비하던 켈리의 고별전 기록은 모두 빗물에 쓸려내려가고 말았다.

경기는 '노게임' 선언이 됐지만, 동료들 그리고 팬들과 함께 간단한 고별식 행사가 예정대로 진행됐다. 켈리는 동료들 한명 한명과 끌어안으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김현수, 박동원, 오지환, 박해민 등 LG 동료들도 흐르는 눈물을 감추지 못하고 연신 손등으로 눈을 훔쳤다.

켈리는 동료들과 함께 구단이 준비한 짧은 하이라이트 영상을 본 후 장내 마이크를 통해 가족들과 함께 LG에서 보낸 시간들에 감사하는 작별 인사를 남겼다. 그리고 팬들에게 큰 절을 올리며 아쉬움을 삼켰다.

한국에서 보낸 6번의 시즌. 그리고 지난해 감격적인 우승의 기억까지. 켈리는 KBO리그 통산 163경기 73승 46패 989⅓이닝 753탈삼진 평균자책점 3.25로 역대 최고의 외국인 투수이자 '에이스'로 이름을 남긴 채 LG 유니폼을 벗게 됐다.

켈리는 모든 행사를 마친 후 취재진과 기자 회견을 가졌다.

-며칠간 복잡한 기분이었을 것 같다.

▶지난 몇년간 부진할 때마다 교체설 루머가 있었다. 신경쓰지 않으려고 했다. 시즌초 교체설에 대해 들었고, 이번에도 들었었는데. 다른 것은 생각하지 않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 할 뿐이었다. 무엇보다 한국에서 보낸 5년반이라는 시간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 한국에 와서 한국팬들이 저 뿐만 아니라 저희 가족들도 잘 대해주고 친절하게 대해주셔서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한국을 떠나기 전에 한번 더 등판 기회를 가질 수 있어 좋았다.

-오늘 등판하지 않아도 됐었는데 결심한 이유는.

▶어제 아내랑 대화를 나눴는데, 마지막 경기를 던지는게 좋을 것 같다고 결정했다. 한화전 등판이 마지막이라는 것을 몰랐던 상태니까, 이렇게 된거 잠실 팬들 앞에서 한번 더 하자는 생각으로 결정했다. 우리 팀 동료들, 지난 5년반 동안 함께해서 너무 특별했고 감사했다. 우리 동료들과 한번 더 해보고 싶어서 그렇게 결정했다.

-비가 내리는 것을 보면서 싱숭생숭 했을 것 같다.

▶집중하려고 했다. 비가 그치고 재개될거라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끝내지 못한 이닝을 끝내고 싶었다. 두번째로 다시 비가 쏟아졌을 때는 이게 내 마지막이라는 것을 직감했었다. 그럼에도 2이닝은 잘 던져서 동료들과 함께 했다는 점을 감사하다고 생각한다.

-이례적인 고별식이었는데 기분이 어땠나.

▶굉장히 놀라웠다. 아마 KBO리그에서 뛰었던 선수 중에 이런 행사를 했던 경우를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5년반 동안 저에게는 특별한 시간이었다. 사실 고별식이 열리는 것은 전혀 생각 못하고 있었다. 울지 않으려고 잘 참았는데, 행사가 시작하니까 눈물이 그치지 않더라. 오늘 비가 많이 왔는데 팬 여러분들께서 계속 기다리고 남아주셔서 그 순간이 제 마음 한구석에 남을 것 같다. 행사를 기획해주신 프런트 여러분들께도 감사하다.

-동료들이 많이 울더라. LG 선수들에게 어떤 작별 인사 했는지 알려줄 수 있나.

▶사랑하고 감사한다. 웃길 수도 있지만, 팀 동료들이 저에게 음식 주문하는 법, 커피 주문하는 법, 맛집도 많이 알려줬었다. 그들과 보낸 시간이 가족과 다름 없었다. 선수들의 아이들과 저의 아이들이 친구 사이다. 그런 순간들이 특별할 것 같다. 앞으로도 영상 통화 자주 하고, 연락하고 싶다. LG 선수로 뛰는 순간은 마지막이지만 계속 연락하고 지낼 수 있으니 더 가까워진다고 생각한다.

-LG에서 뛴 시간 동안 어떤 경기가 가장 기억에 남나.

▶당연히 한국시리즈다. 나에게 가장 특별하다. 한국시리즈 5차전은 나에게, 팬들에게, 구단에게 너무 특별한 경기였다.

-아이들, 가족들은 이번 결정을 어떻게 받아들이나.

▶첫째딸 카미는 이해하는 것 같다. 우리 애리조나로 돌아간다고 하니까 비행기 탄다고 좋아하더라. 둘째 아들은 아직 어린 것 같다. 첫째가 한국에서 유치원을 다니고 있는데, 일주일 정도 시간 동안 다닌 후에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다. '애리조나에 돌아갈 시간이야.' 막상 돌아가면 한국을 떠났다는 사실에 슬퍼할 수 있을 것 같다.

-한국 팬들에게 어떤 선수로 남고 싶나.

▶야구선수이기 전에 인간 켈리로 기억을 더 많이 해주시면 좋겠다. LG와 처음 사인한 순간부터 많은 성원을 보내주셨다. 처음에는 팬 문화를 잘 이해 못했었는데, 경험을 해보니까 KBO리그 팬덤이 굉장히 놀라웠다. 팀을 위한 희생도 하려고 노력했다. 최고의 팀 플레이어로 기억됐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야구를 잘했던 선수로 기억해주시길.

-LG와는 작별이지만, 앞으로 KBO리그에 다시 돌아오고 싶은 생각이 있나.

▶오늘 만감이 교차했는데, 제가 행복한건 아직 건강하고 나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주, 다음주 동안 생각할 시간이 있을텐데 여러 옵션이 있을 것 같다. 미국, 대만 아직 정해진 것은 없지만 여러 선택지들을 검토해보고. 저는 아직 마운드에서 던지고 싶고, 야구를 하고 싶다. 앞으로도 어딘가에서 야구를 하지 않을까.

-마지막에 팬들에게 큰 절을 하던데.

▶사실 아무것도 준비 안한 상태였다. 그런데 팬 여러분들께서 끝까지 남아주셨고, 구단에서 이런 행사를 준비해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잠실=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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