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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태극마크에 대한 자부심과 국가대표에 대한 책임감으로 나선 A매치가 커리어 최대 위기를 초래하게 됐다. 누구도 예상치 못했고, 원하지도 않았던 상황. 황희찬(28·울버햄튼)은 과연 이 위기를 이겨낼 수 있을까.

황희찬이 A매치에서 발목을 크게 다치며 커리어 최대 위기를 맞이했다. 황희찬은 지난 10일 요르단 암만의 암만국제경기장에서 열린 요르단과의 2026년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B조 3차전에서 큰 부상을 입었다. 전반 20분 에산 하다드의 깊은 태클에 당해 왼쪽 발목이 꺾이며 쓰러졌다. 큰 통증을 호소한 황희찬은 그대로 교체됐고, 정밀검진 결과 15일 이라크전을 치를 수 없는 상태로 밝혀졌다. 결국 황희찬은 대표팀에서 소집해제됐다.

부상의 전조 상황이 있었기에 아쉬움이 더욱 크다. 황희찬은 이날 부상으로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한 손흥민(토트넘)을 대신해 왼쪽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전했다. 초반에 움직임이 좋았다. 그런데 전반 10분 쯤 나시브의 거친 태클에 왼쪽 발목이 꺾이며 쓰러졌다. 한동안 고통을 호소하다 털고 일어섰다. 이때 이미 왼쪽 발목에 적지 않은 데미지를 입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벤치는 '계속 뛰겠다'는 황희찬의 뜻을 받아들였고, 결국 큰 부상을 막지 못하고 말았다.

홍명보 대표팀 감독에게도 결코 원치 않던 결과였다. 홍 감독은 황희찬에게 새로운 활로를 만들어주기 위해 A대표팀에 발탁했다. 직접 “도와주고 싶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달 30일에 10월 A매치에 나설 대표팀 명단을 발표하며 “(유럽파 선수) 대부분이 소속팀에서 경기당 70분 이상 소화하고 있는데, 황희찬은 유일하게 많은 출전시간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며 “대표팀 발탁을 통해 도와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소속팀에서 어려움을 겪는 선수가 대표팀에서 활약해 힘을 얻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원칙적으로는 맞는 말이다. 황희찬에게는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다.

소속팀은 울버햄튼은 2024~2025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초반부터 부진의 늪에 빠진 끝에 현재 최하위로 추락했다. 그 와중에 황희찬은 폼이 제대로 나오지 않으며 팀내 주전자리도 잃었다. 지난 시즌 13골로 팀내 공동 최다득점을 기록하며 주전 최전방 공격수로 활약했지만, 이번 시즌에는 주전에서 완전히 밀려났다. 새로 합류한 스트란 라르센이 최전방 공격수 자리를 꿰찼고, 측면 공격수 자리도 마테우스 쿠냐와 곤살로 게데스, 카를로스 포브스에게 밀려났다.

이런 상황에서 A대표팀 합류는 황희찬에게는 새로운 활로를 만들기 위한 노림수였다. 홍명보 감독 뿐만 아니라 황희찬도 대표팀에서 좋은 모습을 통해 다시 팀내 입지를 회복하겠다는 의욕이 강했다. 때문에 전반 10분 태클로 쓰러진 상황에서도 다시 일어서 경기에 임했다. 하지만 부상이라는 변수를 감안하지 못한 게 치명적이었다.

황희찬의 부상은 영국 현지 언론에도 주요 화제로 다뤄지고 있다. 지난 시즌 울버햄튼 간판 공격수가 폼을 회복하려다 오히려 큰 부상을 입으며 결과적으로 선수 본인과 울버햄튼에 모두 큰 손실을 안겼기 때문이다.

영국 기브미스포트는 12일(한국시각) '스타 공격수 황희찬이 A매치 경기에서 심각한 발목 부상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 소속팀 울버햄튼 구단 역시 큰 고통을 받게 됐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익스프레스 앤 스타의 보도를 인용해 '한국 국가대표팀 경기에 나선 황희찬의 부상으로 울버햄튼이 진땀을 흘리고 있다. 황희찬은 요르단에서 열린 A매치 경기에서 전반 20분 만에 발목을 다쳐 교체됐다'면서 '울버햄튼 스타 공격수 황희찬은 서울 입국 때 휠체어를 타고 들어왔다. 울버햄튼은 이런 장면을 보며 매우 우려하고 있다. 피지오 스카우트는 SNS를 통해 부상 장면을 보면 상태가 심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고 상세히 설명했다.

피지오 스카우트는 축구 선수 부상 분석 전문채널이다. 이 채널은 12일 공식 SNS를 통해 “황희찬의 발목이 태클 이후 뒤로 젖혀지는 장면이 나왔다. 고도의 발목 염좌 또는 관절구 부상이 우려된다“며 “발목 주변을 고정하기 위해 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 수술을 받을 경우 8~10주 정도 회복기간이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최악의 경우 이대로 시즌 아웃 단계로 접어들 가능성이 있다. 가뜩이나 시즌 초반부터 강등 위기에 빠진 울버햄튼으로서는 치명적인 상황이다. 황희찬 또한 장기 부상에 따른 기량 저하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한 마디로 총체적인 난국이다. 과연 황희찬이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황소'의 뚝심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때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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