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뉴스
[24-10-15 06:30:00]
[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온갖 '수모'를 꿋꿋이 견딘 홍명보 축구 A대표팀 감독이다. 그는 10년 만에 대표팀 사령탑으로 돌아왔다. 2026년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이 시즌2의 첫 무대였다.
출발은 쉽지 않았다. 야유와 조롱의 혼돈 속에서 지난달 5일 팔레스티안과의 첫 경기에서 득점없이 비겼다. 마치 잘못되기라도 바란 듯 '비난'의 목소리는 더 커졌다. 다행히 그는 물론 태극전사들도 흔들리지 않았다. 곧바로 반등했다. 닷새 후 오만 원정에서 3대1로 완승했다. '캡틴' 손흥민(토트넘)이 1골-2도움을 기록했다. 그러나 시선은 곱지 않았다. 손흥민에게 의존한 '해줘 축구' 덕이라는 비아냥이 진동했다.
하지만 엄연히 말해 홍 감독의 전술이 주효했다. 1-1 흐름이 계속되자 그는 후반 중반 미드필더 박용우(알 아인)를 가운데 수비로 내리며 스리백으로 전환했고, 좌우 윙백의 공격 가담을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파상공세가 이어졌고, 결국 손흥민의 결승골로 이어졌다. '손흥민 등 선수들에게 전술적으로 너무 의존했다는 평가가 있다'는 질문에 홍 감독은 당당했다. 그는 “그건 완전히 나하고는 다른 생각이다“며 “우리는 경기 운영 중에 분수령이 됐던 시간에 전술적인 변화를 줬고, 그 전술이 맞았다는 생각이 든다. 그 부분에 있어서는 동의하기 어렵다. 그 생각도 바꾸고 싶지 않다. 전술적으로 우리 선수들이 후반 30분 남겨두고 완벽하게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거침없이 대답했다.
홍 감독은 매경기 '운명'을 걸 수밖에 없다. 10월 A매치를 앞두고는 '대형 악재'가 터졌다. 손흥민이 햄스트링(허벅지 뒷근육) 부상으로 합류가 불발됐다. 우려의 목소리가 컸지만 홍 감독은 “플랜B는 준비해놨다“며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홍명보호는 10일 원정에서 요르단의 돌풍을 잠재우며 2대0 승리했다. 여정은 쉽지 않았다.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황희찬(울버햄턴)이 경기 시작 20분 만에 쓰러졌다. 엄지성(스완지)이 긴급 투입됐다. 그는 이재성(마인츠)이 터트린 결승골의 기점 역할을 했다. 하지만 엄지성마저 후반 5분 '부상 덫'에 걸렸다. 홍 감독은 오현규(헹크)와 배준호(스토크시티)를 동시에 투입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용병술이 적중했다. 둘이 두 번째 골을 합작했다. 오현규는 후반 23분 배준호의 패스를 받아 오른발로 골네트를 찢었다.
요르단전 후 선수들은 '작심발언'을 토해냈다. “선수단 분위기가 안 좋다는 얘기가 나왔다고 하던데, 선수단 분위기는 좋다. 경기에서도 좋았다. 왜 그런 얘기가 나오는지 모르겠다.“ '임시 주장' 김민재(바이에른 뮌헨)의 이야기다. 수문장 조현우(울산)도 “유튜브에서 하는 얘기는 우리는 모른다. 대표팀 내부적으로 감독님을 굉장히 신뢰하고, 믿음이 있다. 카리스마가 있으신 분이기 때문에 선수들이 잘 따라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아직 웃기는 이르다. 다시 결전이다. 대한민국은 15일 오후 8시 경기도 용인의 미르스타디움에서 이라크와 B조 4차전을 치른다. 이라크는 요르단과 함께 B조에선 '호적수'로 꼽힌다. 2승1무(승점 7)를 기록한 홍명보호는 B조 1위로 올라섰지만 이라크가 바로 옆에 있다. 3차전에서 팔레스타인을 1대0으로 물리친 이라크도 2승1무다. 골득실차에서 홍명보호(+4)가 이라크(+2)에 앞서 있을 뿐이다.
3차예선에선 각조 1, 2위가 월드컵 본선에 직행한다. 이라크를 정복해야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의 '6부 능선'을 넘을 수 있다. 그 열쇠는 홍 감독이 쥐고 있다. 이라크전에선 '플랜 C'도 기다리고 있다. 황희찬과 엄지성이 끝내 부상으로 소집해제됐다. 이승우와 문선민(이상 전북)이 대체 발탁됐다. 이승우는 5년4개월 만에 태극마크를 다시 달았다.
홍 감독은 요르단전을 통해 세대교체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이라크전에선 공격에 2001년생 이강인(파리생제르맹)을 중심으로 1999년생인 오세훈(마치다) 카드까지 가동될 경우 더 젊어진다. 2003년생 배준호와 이강인의 동갑내기인 '특급 조커' 오현규도 제대로 탄력을 받았다. 중원과 수비라인에선 1996년생인 황인범(페예노르트)과 김민재가 이끌고 있다. '홍명보 축구'의 역습이 시작됐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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