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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국가대표 못뽑힐까봐 걱정했는데….“

'국대 미드필더' 백승호가 버밍엄시티와 재계약한 속내를 공개했다. 버밍엄은 7일(이하 한국시각)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백승호와 연장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계약기간은 2028년 6월까지다. 버밍엄은 '백승호가 올 시즌 단 2분만 경기에서 제외됐을 정도로 인상적인 출발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그는 재계약할 자격이 있다'고 했다. 백승호는 “버밍엄과 재계약을 맺어 정말 행복하다. 새 시즌이 시작한 이래 우리는 정말 큰 일을 할 수 있다는 느낌이 든다. 매일 우리가 하는 것, 우리가 매경기 플레이하는 방식을 보면, 사람들은 우리가 앞으로 나가고 있다고 한다. 나는 여기에 마무는 것이 내 축구 커리어에서 좋다고 느꼈다“고 했다.

백승호는 지난 1월 버밍엄시티 유니폼을 입었다. 유럽 재진출을 오매불망 원했던 백승호는 버밍엄의 손을 잡았다. 백승호는 단숨에 버밍엄의 주전 미드필더로 자리매김했다. 리그 18경기에 나서 1골을 넣었다.

백승호는 올 시즌을 잉글랜드 3부인 '리그원'에서 출발했다. 버밍엄은 지난 2023~2024시즌 챔피언십에서 두 차례에 걸친 '감독 리스크'를 이겨내지 못하고 24개팀 중 22위에 머무르며 결국 3부로 강등됐다. 시즌 초엔 수뇌부에서 갑작스럽게 감독을 교체했고, 지난 1월 백승호 영입에 적극적으로 관여했던 토니 모브레이 전 감독이 단 8경기를 이끌고 치료를 받기 위해 자리를 비웠다. 버밍엄은 임시 감독 체제에서 반등에 실패했다.

백승호는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변화를 모색했다. 평소 꿈꾸던 유럽의 더 큰 무대, 꾸준한 국가대표팀 발탁, 두 가지 목표를 위해선 3부리그를 벗어나야 한다고 판단했다. 지난 시즌 버밍엄에서 중앙 미드필더와 수비형 미드필더를 오가며 안정적인 볼 처리 능력을 보인 백승호는 리즈, 셰필드를 비롯해 헐시티, 스토크시티 등 챔피언십 구단 사이에선 '인기남'이었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도 러브콜을 날린 팀도 등장했다.

특히 프리미어리그 재승격을 노리는 리즈는 200만파운드(약 35억원) 이적료를 책정했다. 백승호와 개인 조건까지 미리 맞추는 등 영입에 상당히 적극적이었다. 리즈 감독은 노리치를 두 번이나 EPL로 승격시킨 다니엘 파르케였다. 리즈와 함께 EPL로 진출하는 그림이 이상적이었다. 버밍엄으로서도 '공짜'로 데려온 선수를 6개월 써먹고 '35억원'에 팔 수 있는 기회였다.

하지만 버밍엄은 200만파운드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았다. 버밍엄은 지난해 7월 미국 자본(셸비 컴패니스 리미티드)에 인수됐다. 미국 슈퍼볼 스타 톰 브래디가 지분을 일부 인수했다. 경영진은 팀이 3부로 강등된 이후 과감한 투자를 단행했다. EPL 클럽 풀럼 소속 공격수 제이 스탠스필드 영입에 무려 1500만파운드(추정)를 쏟아부었다. 2019년 선덜랜드가 위건에서 뛰던 윌 그릭을 영입할 때 들인 400만파운드를 훌쩍 뛰어넘는 잉글랜드 3부리그 이적료 신기록이었다.

버밍엄은 스탠스필드, 센터백 크리스토프 클레러, 미드필더 윌룸 토르 윌룸슨 등 선수 영입에만 3000만파운드 이상을 투자해 영국 축구계를 놀라게 했다. 스코틀랜드 명문 셀틱에서 뛰던 일본 미드필더 이와토 도모키도 품었다. 3부에서 EPL까지 '직진'한 입스위치 타운의 케이스대로 2년 뒤 EPL 승격을 목표로 잡은 버밍엄은 백승호에게 책정된 200만파운드는 큰 돈이 아니었다. 당장의 수익보다 백승호의 퍼포먼스가 필요했다.

지난 6월 새롭게 선임한 크리스 데이비스 감독도 백승호를 핵심 미드필더로 간주해 개막 후 모두 선발투입했다. 감독의 총애를 받는다는 건 고무적인 일이다. 백승호 영입에 실패한 리즈는 일본 출신 다나카 아오를 영입했다. 이 과정을 지켜본 텔레그래프의 마이크 맥그레스는 풋볼리그월드를 통해 “내가 이번 이적시장에서 가장 놀란 선수는 백승호였다“라며 “그가 지금까지 리그원에서 보여준 경기력은 이 수준을 훨씬 넘는다. 챔피언십 팀에도 쉽게 들어갈 수 있다. 솔직히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도 뛸 수 있다. 그래서 그의 잔류가 놀랍다“고 했다.

백승호는 잔류에 이어 재계약까지 맺으며, 버밍엄에서 향후 커리어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단순히 계약기간만 늘린 것은 아니다. 버밍엄은 구단 최고 수준의 연봉으로 상향 제시해 합의를 끌어낸 것으로 전해졌다. 잉글랜드 리그원(3부)에서 가장 재정이 탄탄한 것으로 알려진 버밍엄의 고액 연봉자는 리그 내 톱 수준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버밍엄이 백승호를 얼마나 높이 평가하는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 정해진 이적료를 제시하는 구단이 나올 경우 협상없이 이적할 수 있는 바이아웃도 설정했다.

백승호는 장기계약과 연봉과 같은 조건 때문에 장기계약을 체결한 것은 아니다. '2년 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승격'을 목표로 하는 구단의 야심찬 계획과 크리스 데이비스 버밍엄 감독의 전폭적인 신뢰가 백승호의 마음을 움직인 것으로 알려졌다. 백승호는 팀이 치른 9경기에 모두 선발출전해 팀이 선두를 질주하는데 기여했다.

이유가 한가지 더 있다. 백승호는 버밍엄의 '블루스 TV'에 출연해 “버밍엄 강등은 내 가족도 함께 슬퍼한 일이다. 3부리그 선수가 되면 국가대표팀에 차출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상황이 정말 걱정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려와 달리, 백승호는 10월 요르단, 이라크와의 2026년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3, 4차전에 나설 홍명보호 승선에 성공했다. 백승호는 “국가대표 차출은 클럽과 코칭 스태프, 팀 동료 덕분이다. 그들은 저를 더 나은 선수로 만들어준다. 더 쉬운 플레이를 위해 도움을 주더라. 국가대표 차출은 모두 버밍엄 덕“이라고 미소지었다.

백승호는 FC바르셀로나 유스 시절이던 2013년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3년간의 공식대회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고, 2021년 전북 입단 과정에선 불필요한 합의서 논란에 휘말리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중요 국제대회를 앞두고는 번번이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지난해 항저우아시안게임 금메달로 커리어 반등을 이뤄냈고 유럽 무대에도 재진출한 백승호는 천천히 과정을 밟겠다는 생각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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