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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지난 십여년간 한국축구의 중심은 '캡틴' 손흥민(32·토트넘)이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부터 에이스로 떠오른 손흥민은 이후 울리 슈틸리케, 신태용, 파울루 벤투,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등을 거치는 와중에도, 흔들림없는 '공격의 핵심'이었다. 모든 공격은 그를 통했다. 손흥민은 '찬스 메이커'이자 '해결사'였다. 돌고 돌아온 홍명보호 시즌2에서도 마찬가지다. 유럽에서 뛰는 스타들이 수두룩한 '황금세대'에서도 변함없이 에이스는 손흥민이다. 역대 최장수 대표팀 캡틴이라는 타이틀이 이를 증명한다.

나이 18세였던 2010년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단 손흥민도 어느덧 30줄을 넘어섰다. 여전히 최고의 기량을 자랑하는 손흥민이지만, 이제 한국축구도 '포스트 손흥민'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 배준호(21·스토크시티) 엄지성(22·스완지시티) 양민혁(18·강원) 등 황금 재능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후계자는 일찌감치 정해진 모습이다. 그 주인공은 '골든보이' 이강인(23·파리생제르맹)이다.

이강인은 의심할 여지없는 한국축구 최고의 '재능'이다. 한국축구가 그토록 원했던 '슈퍼 테크니션'이다. 손흥민이 폭발적인 스피드를 앞세우던 한국식 축구의 '정점'이라면, 이강인은 새롭게 꿈꾸는 한국식 기술 축구를 완성시켜줄 '메시아'다. 이강인은 유럽에서도 정상급으로 꼽히는 놀라운 기술을 지녔다. 볼을 정지한 상황에서도 수비수를 제칠 수 있고, 좁은 공간에서도 차이를 만들 수 있다. 아무도 보지 못한 패스길로 예상치 못한 기회를 만들고, 정교한 왼발킥을 앞세워 도움과 골을 모두 만들어낼 수 있다. 중앙과 측면, 미드필더와 스트라이커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다재다능함까지 지녔다.

2022년 카타르월드컵 이후 이강인이 대표팀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올랐지만, 여전히 전술의 키는 손흥민이 쥐고 있었다. 이강인이 주로 오른쪽에 배치된 이유 역시 손흥민과의 동선, 역할을 고려한 선택이었다. 물론 그 속에서도 이강인은 존재감을 과시했다. 이강인은 2차예선 6경기에서 4골-3도움 포함, 최근 5경기서 3골-2도움을 기록 중이다. 하지만 아직 우리는 이강인의 모든 걸 보지 못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A대표팀은 10일 오후 11시(한국시각) 요르단과 2026년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B조 3차전을 치른다. 손흥민이 부상으로 제외된 요르단전의 키플레이어는 이강인이다. 황희찬(울버햄튼) 이재성(마인츠)과 함께 2선의 중심에 설 이강인은 만만치 않은 요르단의 수비를 흔들어야 한다. 지금처럼 오른쪽 측면에 설지, 아니면 이강인이 가장 잘하는 '10번' 포지션에서 뛰게 될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하지만, 확실한 것은 모든 공격은 이강인을 통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강인은 손흥민이 지난 십여년간 그랬던 것처럼 공격을 풀고, 필요하면 마무리까지 해줘야 한다.

이강인은 지난해 6월 페루와의 친선경기(0대1 패)에서 '손없이왕(손흥민 없으면 이강인이 왕)'을 증명했다. 이강인은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손흥민의 공백을 메웠다. 하지만 팀을 패배로부터 구하지는 못했다. 지난 오만전에서 보였듯, 손흥민이 슈퍼에이스인 이유는 고비마다 놀라운 클러치 능력으로 팀을 승리로 이끌었기 때문이다. 절대 질 수 없는 요르단전, 이강인이 보여줘야 하는 부분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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