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만만한 게 'SON톱'인가.

지난 시즌 토트넘 홋스퍼의 주장이자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온몸을 내던져 헌신한 손흥민(32)이 새 시즌에도 좀처럼 쉴 수 없을 듯 하다.

토트넘의 이적시장 전력 개편 작업이 지지부진하면서 '공격수 대안찾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영국 현지에서는 토트넘이 또 다시 'SON 톱' 카드를 꺼내야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영국 축구전문매체 컷오프사이드는 9일(한국시각) '토트넘이 두 명의 스트라이커를 관찰하고 있지만,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여전히 손흥민을 최전방 공격수로 내세울 듯 하다'고 보도했다. 새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날려버리는 소식이다. 결론적으로는 토트넘의 새 전력 보강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바람에 지난 시즌과 거의 비슷한 전술을 가동할 수 밖에 없다는 뜻이다.

손흥민 역시 부담스러운 최전방 공격수 자리에서 계속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 체력은 물론 정신적으로도 상당히 부담스러운 위치다. 상대 수비수의 집중 마크에 시달려야 하고, 그만큼 부상 위험도 크다. 지난 시즌에도 후반으로 갈수록 힘겨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전망은 토트넘이 이적시장에서 확실한 임팩트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어서 나왔다.

원래 토트넘은 지난 시즌 막판 순위경쟁에서 밀리며 5위로 내려앉은 아쉬움을 털어내기 위해 여름 이적시장에서 대대적인 팀 전력 개편을 예고한 바 있다. 최우선적으로 노리는 타깃은 스트라이커였다. 해리 케인이 바이에른 뮌헨으로 떠난 이후 최전방 스트라이커를 맡아줄 선수가 절실해졌다.

원래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팀의 9번 스트라이커 역할을 히샬리송에게 맡기려 했었다. 그러나 히샬리송은 기대를 전혀 충족시켜주지 못했다. 결국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임시방편으로 윙포워드인 손흥민을 중앙 최전방으로 내세우는 변칙전략을 가동했다.

손흥민은 갑자기 새로운 역할을 맡게 됐지만, 팀의 주장답게 강한 책임감을 앞세워 주어진 임무를 성실하게 완수해냈다. 하지만 시즌 중반 이후로 갈수록 엄청난 압박에 시달려야 했다. 아시안컵 차출로 인해 체력적으로도 2배 이상 힘겨운 시즌이었다. 여기에 토트넘의 전술을 파악한 상대 팀 수비진의 집중 마크로 인해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고전을 면치 못했다.

결국 토트넘은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여름 이적시장에서 공격수 영입을 우선순위로 내세웠다. 하지만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재 토트넘이 관찰하고 있는 공격수는 페예노르트의 산티아고 히메네스와 브렌트포드의 이반 토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이상적인 9번 스트라이커'로 평가하는 선수들이다. 둘 중 하나를 영입해 최전방 자리를 맡기고, 손흥민을 원래의 위치로 돌리는 게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원래 의도였다.

하지만 토트넙의 영입시도가 모두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고 있다. 아직 결론이 난 건 아니지만, 자칫 두 선수를 모두 데려오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또 다시 '손흥민 최전방' 전술을 가동할 수 있다. 아예 손흥민을 최전방으로 고정하기 위해 원래 손흥민 역할을 맡아줄 윙포워드를 영입하는 방식을 동원할 수도 있다.

축구 전문 해외 매체인 풋볼 인사이더는 '토트넘은 2024~2025시즌 중반까지도 손흥민에게 최전방을 맡기고, 측면공격수를 영입해 손흥민의 자리를 대신 채울 수도 있다'면서 '울버햄튼의 페드로 네토와 크리스탈 팰리스의 에베레치 에제가 토트넘의 윙포워드 옵션'이라고 소개했다.

이런 방식은 토트넘 팬들이 원하는 이상적인 방향은 아니다. 가장 이상적인 건 확실한 최전방 스트라이커를 영입하고, 손흥민을 원래의 윙포워드로 돌린 뒤 이들을 보조할 수 있는 젊은 백업 자원을 비축해두는 것이다. 그러나 토트넘은 이적시장에서 확실한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계속 관찰만 진행하다 경쟁팀에 선수를 뺐기는 시나리오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토트넘 역시 이런 최악의 경우를 예상하는 분위기다. 그래서 가장 만만한 'SON 톱 카드'를 다시 꺼내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