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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캡틴' 손흥민(토트넘)도, '황소' 황희찬(울버햄튼)도 없었다. 언제나 든든히 중원과 수비를 지켜주던 정우영과 김영권(이상 울산)도 제외됐다. 지난 10여년간 한국축구를 지탱한 핵심 자원들의 이탈에도 홍명보호는 강했다. 오히려 더 많은 옵션을 손에 넣게 되며, 색다르면서도 다양한 축구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요르단(2대0), 이라크(3대2)와 2연전 최대 수확은 젊은 선수들의 가능성 확인, 이로 인한 스쿼드의 확장이었다. 홍명보 감독은 '절대자' 손흥민의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플랜B를 가동했다. 대안이었던 황희찬 마저 쓰러지며, 플랜C, D로 방향을 틀어야 했다. 흔들림은 없었다. 엄지성(스완지) 배준호(스토크시티) 등 새롭게 자리를 메운 선수들이 모두 제 몫을 해냈다. '에이스' 이강인(파리생제르맹)과 '언성히어로' 이재성(마인츠), '황태자' 황인범(페예노르트)을 축으로, 다양한 변화를 주는 가운데서도 일관성이 있는 경기력을 유지했다.

파울루 벤투,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은 주전 위주로 대표팀을 운영했다. '쓰는 선수만 쓴다'는 비판을 받았다. 특히 클린스만 감독은 해외파 위주의 운영으로, 내부 경쟁 구도가 약해지는 결과를 낳았다. 홍 감독은 기존 선수들에 힘을 실어줌과 동시에, 새로운 피를 수혈하며, 대표팀에 새 바람을 불러왔다. 효과는 빠르게 나타났다. 플랜B, C도 임팩트를 보였다. 요르단전은 '도미노 부상'이라는 불운 속에서도 상대를 압도했고, 이라크전에서도 다양한 교체카드를 통해 분위기를 바꿀 수 있었다.

단순히 쓸 수 있는 선수들의 숫자만 늘어난 것이 아니다. 전술적으로, 스타일적으로 다양한 변화를 펼칠 수 있게 됐다. 한국축구의 강점이었던 폭발적인 스피드를 앞세운 직선적인 플레이 뿐만 아니라, 이강인-배준호 같은 테크니션을 앞세운 정교한 플레이도 가능해졌다. 홍 감독 입장에서는 상대에 따라 맞춤형 전술을 구사할 수 있게 됐다.

물론 과제도 있다. '슈퍼 에이스' 손흥민에 기대지 않고도, 경쟁력 있는 플레이가 가능해진 공격과 달리, 수비에서는 여전히 '괴물'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의존도가 높다. 이번 2연전을 통해 조유민(샤르자)이라는 파트너를 발굴해냈지만, 대표팀 수비는 김민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크다. 이라크전 실점 장면을 보면, 김민재가 딱 한번 자리를 비운 순간이었다. 김민재를 대체할 자원을 찾기란 쉽지 않겠지만, 전술 변화 등을 통한 수비진의 플랜B를 준비하는게 홍 감독의 숙제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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