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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와신상담 끝에 결정한 변화, 최고의 결과를 만들었다.

5일 광주 한화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승리한 KIA. 무엇보다 큰 소득은 새 외국인 투수 에릭 라우어가 보여준 가능성이었다. 입단 후 8월 4경기에서 5이닝 투구가 최고였던 라우어는 이날 6⅓이닝 5안타 1볼넷 4탈삼진 3실점의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를 펼쳤다. 3-1로 앞선 7회초 1사 1, 2루에서 구원 등판한 곽도규가 동점을 내주면서 비록 노디시전으로 경기를 마무리했지만, 라우어의 역투가 KIA 승리의 발판이 됐음은 부정할 수 없는 승부였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라우어는 중대한 변화를 택했다.

라우어는 한화전에서 허리춤에 피치컴을 차고 포수 김태군과 호흡을 맞췄다. 3회까지 퍼펙트 투구를 기록한 라우어는 4회 안치홍 노시환에 연속 2루타를 맞고 실점했다. 하지만 이전까지 우타자 상대 피안타율 3할8푼에 달하던 모습과 달리, 이날은 19명의 우타자를 상대로 단 3안타를 내주는 반전을 선보였다. 투구 수 관리도 효율적으로 이뤄내며 6이닝 이상 투구 및 QS에 성공했다.

경기 후 만난 라우어도 흡족한 표정이었다. 라우어는 “비록 승리를 거두지 못해 아쉽지만, 결과적으로 팀이 이겨 만족한다. 경기 플랜이나 내 구종을 모두 활용할 수 있었던 점도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피치컴 활용에 대해선 “투구 템포를 내가 조절할 수 있었고,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며 “경기 전에 생각했던 우타자 대응법이 잘 통했다. 이 부분에서도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날 라우어는 92개의 공 중 41개를 최고 151㎞ 직구로 채웠다. 그동안 커터(25개)와 스위퍼(17개) 위주의 투구를 하던 모습과는 달랐다. 라우어는 “우타자 상대로 직구를 많이 던지려 했다. 변화구로 타이밍을 빼앗고자 했다. 타순이 한 바퀴 돈 이후엔 직구, 커터에 변화구를 좀 더 섞는 쪽을 택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전까진 타자들에 끌려가듯 투구를 했다. 오늘은 자신감을 갖고 내 공을 던지며 내가 원하는대로 경기를 끌고 가고자 했다“고 말했다.

제임스 네일의 부상 대체 선수로 합류한 에릭 스타우트와의 고민도 도움이 됐다고. 라우어는 “(이전보다) 투구판 가운데서 던지려 노력했다. 스타우트와 불펜에서 많은 정보를 주고 받았다. 가운데서 던질 때 변화구의 각이 좀 더 살아날 것이라는 정보를 공유했고, 그걸 활용해 던지고자 했다“고 소개했다.

라우어의 호투로 한숨을 돌린 KIA다. 시즌 전 구상했던 선발 자원 중 남은 선수는 양현종 뿐. 부상 회복 중인 네일의 한국시리즈 복귀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고, 황동하 김도현은 여전히 물음표가 남아 있다. 라우어가 제 몫을 해줘야 KIA의 V12 도전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 라우어는 “오늘 호투가 (가을야구에) 도움이 되리라 본다. 오늘 투구를 통해 내가 어떤 투수인지를 보여줄 수 있었다고 느낀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한 번의 승리라도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질 때가 있다. 어려운 승부를 잡은 KIA, 그 발판을 마련한 라우어 모두에게 의미 있는 한판이었다.

광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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