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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0-15 09:12:52]
2024-2025 V-리그 여자부 신인선수 드래프트가 9월 3일 서울 메이필드 호텔에서 진행됐다. 1순위의 영예는 세터 김다은이 차지한 가운데, 7개 팀은 각자의 필요에 따라 새 얼굴들을 지명했다. 그리고 이제는 남자부의 차례가 돌아왔다. 드래프트 일자는 10월 21일, 장소는 여자부와 마찬가지로 메이필드 호텔이다. V-리그 입성의 꿈을 안고 긴 시간을 달려온 선수들은 결실을 맺고 싶다는 간절함을 안고, 팀에 날개를 달아줄 새 얼굴을 원하는 구단은 알짜배기 선수를 뽑겠다는 목표의식을 갖고 드래프트를 기다린다. 영예의 1순위를 차지할 후보는 누구일까. 또 포지션별로 어떤 선수들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을까.
독보적 1인자 없는 리베로
리베로의 경우 숫자가 적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독보적으로 치고 나가는 선수는 없다. 당장 리베로 보강이 절실한 팀이 많지 않고, 수비형 아웃사이드 히터들 중 리베로를 겸할 수 있는 선수들도 있어서 이번 드래프트에서의 생존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는 포지션이기도 하다. 나혜성(성균관대)은 수비와 리시브에서 밸런스가 잘 잡혀 있는 리베로다. 팀의 주장으로서 수비 라인을 통솔하고 선수들의 에너지를 북돋는 역할도 수행한다. 수비가 조금 어려워 보이는 상황에서도 거침없이 몸을 던질 줄 아는 선수이기도 하다. 현대 배구에서 리베로에게 요구되는 중요한 툴인 콜 플레이와 적극적인 메이킹에도 능하다. 이처럼 워낙 장점이 다양하고 역할이 많은 선수다보니, 실제로 리그 막바지에 나혜성이 빠지는 세트에서 성균관대의 경기력이 크게 흔들리는 장면이 나오기도 했다.
민경준(경상국립대)은 경상국립대의 리시브와 수비 라인을 지휘하는 후방의 사령관이다. 빠른 발과 반응속도를 앞세운 플레이를 즐기며, 높이가 그리 높지 않은 경상국립대의 선수 구성 속에서 충분한 유효 블로킹을 지원받지 못했음에도 안정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인 점이 돋보인다. 특히 단양에서 치러진 1차 연맹전에서는 전 선수 통틀어 유일하게 3개 이상의 세트당 디그를 기록하며 맹활약을 펼쳤다. 그를 현 대학 최고의 리베로라고 평가하는 프로 관계자도 있다.
얼리 드래프티인 박규환(인하대)은 서현일-이재현 아웃사이드 히터 듀오와 함께 인하대의 리시브-수비 라인을 단단하게 지킨 주인공이다. 동기 배해찬솔과 함께 남성고 시절부터 합을 맞추며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우승 청부사’이기도 하다. 리시브와 수비는 물론, 현대 배구에서 리베로들에게 요구되는 추가 요소인 2단 연결 능력도 준수한 육각형 플레이어다. 이외에도 대한항공 강승일의 친형이자 디그에 강점이 있다고 평가받는 얼리 드래프티 강선규(중부대), 올해 리베로로 포지션을 변경해 연착륙에 성공한 김광현(한양대), 일부 프로 관계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자원인 김현서(홍익대) 등도 눈여겨볼 선수들이다.
쏟아져 나오는 세터들, 누구의 강점이 돋보일까
세터 자원은 지난해에 비해 비교적 풍년이다. 전체 1순위 후보인 김관우와 최원빈을 필두로 조승연(성균관대), 박준서(경희대), 배해찬솔(인하대), 김효민(충남대), 조두빈(목포대), 이유빈(홍익대) , 배준솔(순천제일고)등이 드래프트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먼저 1순위 후보인 김관우와 최원빈은 스타일과 강점이 다른 선수들이라 흥미를 유발한다.
김관우는 195cm의 압도적인 피지컬이 최대 무기다. 높은 타점에서 빠르게 뿌리는 패스를 갖췄고, 이로 인해 신장이 좋은 공격수들과 상당히 좋은 호흡을 맞춘다. 스피드를 기반으로 상대 블로커를 따돌리는 능력도 빼어나다. 블로킹과 서브에서의 강점은 덤이다. 다만 패스 시 팔을 들어 올리는 자세가 정석적이지는 않은데, 이 부분에서는 교정이 필요하다고 보는 관계자들도 있다. 또한 수술 이력이 있는 무릎의 경우에는 섬세한 모니터링이 필요할 전망이다. 김관우가 당장 프로 무대에서 통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그러나 엄청난 고점을 보유한 유망주라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최원빈의 경우 피지컬에는 큰 강점이 없다. 대신 구질의 안정성과 유려한 경기 운영 능력을 갖췄다. 지난해에 이미 프로팀의 관심을 끌었을 정도로 기본적인 완성도 자체가 잘 갖춰진 선수다. 중앙 활용 능력 역시 뛰어나고, 폼 역시 부드럽다. 김관우 이상의 폭발적인 서브와 유사시 아포짓 롤까지 소화할 정도의 공격력도 그의 특별한 무기다. 2023시즌에는 경기대의 리그 우승을 이끌었고, 이윤수·양수현(이상 삼성화재) 등이 빠져나가며 고비를 맞은 2024시즌에도 악전고투하며 어떻게든 팀을 리그 플레이오프와 연맹전 3위까지 이끈 점 역시 고평가할만하다.
김관우와 최원빈을 제외하면 가장 눈에 띄는 세터 자원은 얼리 드래프티 배해찬솔이다. 그는 현 대학부 세터 중 가장 화려한 경기 운영 능력을 갖춘 선수다. 순간적인 손목과 팔꿈치 컨트롤을 활용해 볼을 뿌리는 위치를 바꾸고, 이를 통해 상대 블로커들의 타이밍을 뺏는다. 볼이 나가는 속도도 빠르고, 구질도 좋아서 공격수와의 합이 맞는 날에는 그야말로 막을 수가 없는 경기 운영을 선보인다. 마치 지난 2023-24시즌 V-리그 여자부에서 활약한 폰푼 게드파르드를 연상케 하는 선수다. 공교롭게도 팀 내에서의 별명 역시 둥글둥글하고 귀여운 인상 덕에 ‘배푼’이라고 전해진다. 프로팀 관계자들 역시 배해찬솔의 트리키한 플레이에 대해 좋은 평가를 내렸다. 신장이 크지 않은 만큼 전위에서 약점을 노출하긴 하지만, 자신의 플레이스타일을 맞춰줄 수 있는 팀을 만나면 그걸 메우고도 남는 세터로서의 기술을 보여줄 수 있는 선수다.
조승연은 다부진 피지컬을 갖춘 왼손잡이 세터다. 공격적인 부분에서는 최원빈과 함께 대학 무대 최고를 다투는 세터로, 과감한 2단 공격과 패스 페인트로 쏠쏠한 득점을 올린다. 강타와 연타를 적절히 섞는 하이브리드 서브로 경기 분위기를 주도하기도 한다. 사이드 블로킹 역시 위력적이다. 높이가 워낙 좋아 사이드 높이가 낮은 팀들에게는 부담스러운 블로커다. 경기 운영 측면에서는 과감한 중앙 활용 능력이 돋보인다. 프로 무대에서도 보기 힘든 옵션인 백B와 개인 시간차까지 적극적으로 쓰며 상대 블로커들을 흔든다. 아직은 안정감과 볼 컨트롤 능력을 더 가다듬어야 하는 선수지만, 잠재력은 분명 있는 선수다.
얼리 드래프티 박준서 역시 185cm의 준수한 신체조건을 갖춘 세터로, 안정적인 볼 컨트롤 능력을 갖췄다. 1학년 때부터 많은 출전시간을 소화하면서 팀의 중심을 잡아왔고, 동료들의 능력을 최대한 끌어내는 역할을 수행했다. 1, 2학년 때에 비해 20점대 이후의 집중력이 좋아졌고, 클러치 상황에서의 과감한 속공 활용 빈도도 올라갔다. 2024시즌 U-리그 서브 1위를 차지한 대학부 최상급 서버이기도 하다. 날카로운 서브가 연속 득점으로 이어지는 장면들이 자주 나온다. 자신감과 열정도 큰 선수라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자원이다. 김효민은 여러모로 속도전에 강점이 있는 선수다. 볼을 손에서 빼는 속도도 빠르고, 첫 터치가 이뤄진 볼의 밑을 찾아가는 발놀림도 빠르다. 이를 통해 크지 않은 신장이라는 약점을 극복하고 있다. 앞서 소개한 선수들에 비해 임팩트가 크진 않았지만, 분명 충남대에서 제몫을 다한 세터다.
216cm의 재수생부터 V-리그 스타의 친동생까지 포진한 MB
미들블로커 역시 풀이 나쁘지 않다. 단연 최대어는 최준혁이다. 205cm의 확실한 피지컬에, 성인 대표팀 경력까지 갖춘 인재다. 리딩이 상당히 빠르고, 블로킹 시의 손모양도 좋다. 속공에서는 A속공의 위력이 돋보인다. 아직 B속공의 타이밍에는 불안함이 있고 서브도 조금 평범하지만, 나이와 성장세를 고려했을 때 얼마든지 좋아질 여지가 있다. 실제로 성인 대표팀에 다녀온 뒤 대학 무대에서 최준혁의 경기력이 훨씬 올라온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웬만한 팀에서는 뽑히는 즉시 주전 경쟁이 가능한 선수기 때문에 유력한 1순위 후보 중 한 명이다.
최준혁을 제외한 미들블로커 자원 중 가장 기대를 모을 선수는 손찬홍(중부대)이다. 198cm의 준수한 신장에 묵직한 속공 능력을 갖춘 자원이다. 한 프로 관계자는 “2024년 미들블로커 드래프티 중에서는 최고라고 본다. 길을 보고 속공을 때릴 줄 아는 선수고, 블로킹 능력도 준수하다”며 손찬홍을 고평가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프로에서 활약하려면 일단 자기 몸을 완벽하게 컨트롤 할 수 있어야 한다. 또 스피드-파워-점프를 고루 갖춰야 한다. 그런 부분에서 손찬홍이 가장 좋은 미들블로커 자원이라고 본다”는 코멘트를 남겼다.
최준혁과 손찬홍 외에도 주목받는 미들블로커 자원들은 존재한다. 우선 높이에 초점을 맞출 경우 216cm라는 괴물 같은 피지컬을 갖춘 ‘드래프트 재수생’ 조진석(경희대)과 202cm의 신장에도 나름 날렵함을 갖춘 자원 전우준(충남대)이 있다. 지난해 얼리 도전에 실패한 조진석은 마지막 4학년 시즌에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의 단점을 꾸준히 보완해가는 모습을 보였다. 출전 시간도 조금씩 늘려갔고, 압박감을 이겨내는 마인드 컨트롤 능력도 키웠다. 양쪽 날개 공격을 막는 리딩 블로킹 능력 보완에도 집중했다. 원래도 속공과 파이프를 견제하는 데는 강점이 있었던 만큼, 지금의 성장세에 속공 능력 향상까지 이어진다면 축복받은 신체조건을 극대화할 수 있는 미들블로커로 거듭날 수 있다. 다만 프로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는 스피드와 VQ는 분명한 약점이다. 만약 프로로 향하게 된다 해도, 꽤 긴 시간 담금질을 해야 하는 자원이다.
전우준의 경우 키에 비해 운동능력이 괜찮은 선수다. 날렵한 움직임을 취할 줄 알고, 그렇다보니 빠른 스텝으로 높은 블록을 세우며 반격 상황에서 위력을 발휘하곤 했다. 속공의 경우 블로킹에 비해 아직 공격에서는 가진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고 있다고 보긴 어렵지만, 짧은 구력을 감안하면 나아질 가능성은 충분하다. 무엇보다 배구에 대한 진지한 태도가 전우준의 미래를 가장 기대케 하는 요소다.
이준영(한양대)과 서원진(인하대) 역시 눈여겨봐야 할 미들블로커 자원들이다. 현대건설 이다현의 친동생으로 이전부터 이름을 날린 이준영은 3학년이지만 얼리 드래프티로 이번 드래프트에 나선다. 누나와 마찬가지로 전반적인 기본기가 좋고, 배구 센스 역시 갖췄다는 평가다. 준수한 공격력을 갖춘데다 197cm로 신장 역시 나쁘지 않다. 다만 스텝이 조금 둔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고, 수성고 시절의 엄청난 기대감을 고려하면 3학년까지의 성장세는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가도 있다.
서원진은 얼리 드래프티가 넘쳐나는 인하대에서 유일한 4학년 참가자다. 서원진의 신장은 197cm지만, 그는 2m대 선수들 이상으로 긴 팔다리와 탄탄한 신체 밸런스를 갖추고 있다. 이런 서원진을 보고 한 프로 팀 관계자는 “피지컬만큼은 압도적 레벨”이라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2024시즌을 인하대의 유일한 4학년이자 주장으로 치른 서원진의 리더십에 대해서도 동료들은 좋은 평가를 남긴 바 있다. 기술적으로 봤을 때는 스핀 서브와 블로킹을 장점으로 꼽을 만하다. 구력이 길지 않은 선수인 만큼 기술적 완성도가 아직 엄청나진 않지만, 피지컬을 기반으로 발전 가능성이 충분하다.
사진_더스파이크DB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10월호에 실린 기사를 시기에 맞게 각색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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