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공 대신 마이크를 드는 박철우의 두 번째 V-리그 데뷔가 임박했다.

V-리그 중계 방송사인 KBSN의 해설위원들이 8일 상암에 위치한 KBSN 스튜디오에서 프로필 촬영을 진행했다. 해설위원들의 프로필 촬영이 진행된다는 것은 곧 V-리그의 개막이 코앞으로 다가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다가오는 시즌을 팬들에게 친절하게 설명해줄 해설위원들은 오전부터 진행된 긴 프로필 촬영에 성실하게 임했다.

V-리그 원년 멤버에서 새내기 해설위원으로 변신한 박철우 역시 이날 프로필 촬영장을 찾았다. 20여년 만에 유니폼이 아닌 정장을 입고 프로필 촬영을 진행한 박철우는 촬영 종료 후 <더스파이크>와 만나 “정장을 입고 촬영을 하려니 어색해 죽겠다(웃음). 전날에 잠도 잘 못 잤다. 그래서 촬영 도중 시간이 빌 때마다 쪽잠을 잤다. 이제 시즌이 진짜 시작하는 게 실감이 좀 난다. 예전에는 연습경기를 치르면서 그걸 실감했는데, 이제는 방송국에서 시즌 시작을 알아차린다”며 촬영을 마친 소감을 유쾌하게 전했다.

박철우는 처음으로 선수가 아닌 다른 역할로 V-리그 팬들을 만난다. 사실상 두 번째 V-리그 데뷔나 다름이 없다. 그는 우선 시즌 이전에 치러진 이벤트들인 2024 제천 코리아컵‧2024 파리올림픽‧2024 통영‧도드람컵을 통해 팬들에게 목소리를 전했다.

박철우는 “너무 어렵고 공부가 필요한 해설보다는, 듣는 분들이 보다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고 부담이 없는 해설을 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그러다보니 시청자 여러분들께서 조금은 쉽고 편안하게 해설을 즐기실 수 있지 않으셨을까 생각한다”며 앞선 세 대회에서의 해설에서 스스로가 느낀 자신의 해설 속 장점을 짚었다. 

물론 박철우는 단점이 될 수 있는 부분도 스스로 꼬집었다. 그는 “다만 반대로 저보다 여러모로 경험이 풍부한 위원님들이 많이 계시다보니, 해설의 깊이에서는 조금 더 보완이 필요하다고 느끼신 분들도 계시다. 물론 쉽고 편안한 해설을 추구하는 내 방향성에서는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피드백은 잘 새겨들으려고 한다. 단점은 언제든 장점이 될 수도 있고, 장점은 언제든 단점이 될 수도 있는 법이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더 좋은 해설을 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며 보완을 통해 계속 발전할 것임을 강조했다.

박철우에게 지금까지 호흡을 맞춰본 캐스터들에 대한 질문도 던졌다. 그는 “모두와 잘 맞았다. (이)호근이와 함께할 때는 너무 재밌었고, (이)동근 캐스터님은 옆에서 나를 정말 잘 풀어주셨다. 편안한 걸로는 (오)효주 캐스터와 했을 때가 최고였다. 보다 유쾌하고 가벼운 이야기들을 많이 꺼낼 수 있었다. 강준형 캐스터님과의 중계는 배움이 정말 많았다. 해설을 대하는 자세 같은 것들을 처음부터 세세히 익힐 수 있었다. 일종의 스승님 같은 분이라고 생각한다”며 함께 한 캐스터들 모두에게 존중을 표했다.

앞선 세 대회에 비해, V-리그는 박철우가 선수 시절 원년부터 맹활약을 이어간 그의 안방 같은 현장인 만큼 해설도 보다 편안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박철우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오히려 앞선 세 대회를 할 때도 가장 익숙한 컵대회가 생각보다 어렵게 다가왔다. 모든 것을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 예컨대 한국 대표팀의 경기에서는 한국 위주로 해설을 풀어가도 문제가 없는데, V-리그에서는 양 팀의 밸런스를 잘 맞춰야 하는 것이 더 어려울 것이다. 오히려 준비를 더 철저히 해야 할 것 같다”며 단단히 준비를 할 것임을 힘줘 말했다.

인터뷰의 말미에 박철우는 중계를 맡고 싶은 경기 하나를 언급했다. 현재 V-리그 남자부 역대통산 누적 득점 랭킹 1위(6,623점)를 지키고 있는 박철우지만, 레오나르도 레이바 마르티네스(등록명 레오)가 2위(5,979점)로 뒤를 바짝 쫓고 있는 상황이다. 만약 레오가 이번 시즌에도 건재한 기량으로 풀 시즌을 소화한다면, 옛 동료 레오가 박철우의 기록을 깰 수도 있다.

박철우는 “레오의 기량과 팀의 플레이스타일에 따라 다르겠지만, 레오가 이번 시즌에 내 기록을 깰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레오도 내가 현역일 때 나한테 ‘은퇴는 언제 하는 거냐, 네가 은퇴하면 너의 기록은 내가 깨겠다’는 이야기를 했었다”며 조금은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하지만 그 순간이 온다면, 차라리 그 경기는 내가 중계를 하고 싶다. 재밌을 것 같다”며 자신의 희망사항을 드러냈다. 자신의 기록이 깨지는 경기와 순간일지라도, 그것이 재밌는 경기와 순간이라면 팬들에게 전할 날을 기다리는 박철우의 모습은 영락없는 해설위원의 그것이었다.

사진_더스파이크DB(박상혁 기자), KBSN, KOV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