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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본인이 던지고 싶은대로 하고 싶다고 하더라.“

5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

한화 이글스전을 앞두고 만난 KIA 타이거즈 이범호 감독은 이날 선발 예고한 에릭 라우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 감독은 “어제 전력 분석 미팅에서 라우어가 본인이 던지고 싶은 구종, 코스를 선택하며 던져보고 싶다고 하더라“며 “원하는 대로 던질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라우어에겐 돌파구가 절실했다.

부상한 윌 크로우와 그의 대체 선수인 캠 알드레드를 제치고 KIA 새 외국인 투수로 발탁된 라우어. 8월 한 달간 4경기 등판 성적은 18⅓이닝 1승2패, 평균자책점 6.87. 8월 11일 삼성과의 데뷔전(3⅓이닝) 이후 3경기 연속 5이닝 투구를 했으나, 결과는 점점 나빠졌다. 특히 좌타자 상대로는 피안타율 1할9푼2리로 강했으나, 우타자 상대로 무려 피안타율이 3할8푼까지 치솟는 '편식'이 문제였다.

페넌트레이스 1위를 넘어 V12를 노리는 KIA. 그러나 선발진 고민이 깊다. 계산이 서는 투수는 사실상 양현종 뿐. 턱골절 수술을 한 제임스 네일의 가을야구 복귀 여부가 불투명하고, 그의 대체 외인인 에릭 스타우트는 포스트시즌에 출전할 수 없다. 결국 라우어가 어떻게든 반등하지 못한다면 KIA의 V12 목표도 물거품이 될 수 있다.

이 감독은 “라우어가 빅리그 경험도 하고 온 투수인데 KBO리그에서 안 좋은 결과가 이어졌다. 본인 스스로 화가 많이 났을 것이다. 잘 던지고 싶은 마음도 그만큼 클 것“이라며 “그동안 구위는 괜찮았는데, 국내 우타자 성향과 상대법에 좀 미숙하지 않았나 싶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제 국내 타자들의 성향을 어느 정도 파악했고, 오늘은 포수 리드보다 머리를 좀 비우고 주도적으로 던지겠다고 했다“며 “경기를 치르며 적응을 어느 정도 했다. 어떻게 풀어가는 지 지켜볼 생각이다. 오늘도 안 좋다면 타이밍을 봐서 바꿔줘야 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이날 라우어는 허리춤에 구종-코스를 선택할 수 있는 피치컴을 차고 나왔다. 투구 전 피치컴으로 직접 구종과 코스를 선택하고, 포수 김태군에게 전달하는 방식으로 경기를 풀어갔다. 이날 한화는 김태연을 1번 타순에 배치하고 페라자 안치홍 노시환 채은성까지 이어지는 우타 라인업을 구성했다. 다분히 라우어의 편식 성향을 파고들고자 하는 전략이었다.

결과는 대성공.

라우어는 3이닝까지 퍼펙트 피칭을 펼쳤다. 4회초 2사후 안치홍 노시환에 연속 2루타를 내주며 첫 실점했으나, 채은성을 뜬공 처리하며 추가 실점을 막았다. 5회 장진혁 이도윤에 안타를 내주며 1사 1, 2루 위기를 맞았으나, 유로결에게 땅볼을 유도해 병살타로 아웃카운트 두 개를 쌓으며 실점 없이 이닝을 마무리 했다. 다시 우타 상위 타순으로 돌아온 6회초는 깔끔한 삼자 범퇴 이닝으로 마무리 하면서 KBO리그 첫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를 완성했다. 4회 페라자의 홈런성 타구를 걷어낸 우익수 박정우의 호수비, 5회 김도영의 병살 플레이, 6회 불규칙 바운드를 잘 처리한 2루수 서건창 등 야수들의 수비 도움도 돋보였다.

팀이 3-1로 앞선 7회 다시 마운드에 오른 라우어는 노시환을 뜬공 처리하며 첫 아웃카운트를 잡았으나, 채은성에 3루 강습 안타에 이어 장진혁에 볼넷을 내줬다. 결국 정재훈 투수 코치가 마운드에 올랐고, 라우어는 마운드를 내려갔다. 6⅓이닝 5안타 1볼넷 4탈삼진 2실점, 총 투구수 92개. 구원 등판한 곽도규가 2실점해 동점이 되면서 노디시전에 그쳤으나, 충분히 박수 받을 만한 투구였다.

라우어는 이날 한화 우타자와의 19타석 승부에서 단 3안타를 내준 게 전부였다. 피치컴을 활용한 '자기주도형 피칭'으로 좌타 편식증을 해결한 날이었다.

광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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