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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승원아, 잘 잤냐?“ “잘 못잤습니다.“

세이브 상황에서 마무리 투수를 끝까지 던지게하지 못했다. 그게 감독의 마음에도 걸렸다.

지난 11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 SSG는 5-2로 앞선 상황에서 마지막 9회초 수비를 맞았다. 세이브 상황인만큼 정석대로 마무리 투수 문승원이 등판했다.

하지만 첫 타자 승부부터 꼬였다. 선두타자 전준우와의 승부에서 149km 직구를 통타당해 좌중월 솔로 홈런을 허용한 문승원은 레이예스에게 안타, 나승엽에게 볼넷을 허용하며 고전했다. 자신감이 다소 떨어진 모습이었다.

윤동희가 2B에서 건드린 타구가 내야 플라이가 되면서 1아웃을 잡았지만, 다음 타자 노진혁과의 승부에서 다시 초구 볼 이후 2구째 좌전 적시타를 허용했다. 2루주자 레이예스의 득점.

2실점을 허용한 문승원. 결국 벤치가 움직였다. 이숭용 감독은 문승원을 내리고, 조병현을 올렸다. 조병현은 삼진과 외야 플라이로 위기를 탈출했다.

세이브 요건에 등판했던 문승원은 강판되며 복잡한 심경으로 마운드를 내려왔고, 구원 등판한 조병현이 데뷔 첫 세이브를 챙겼다. SSG도 5대4로 진땀승을 거두고 광주 원정길에 올랐다.

튿날인 12일 광주 KIA전을 앞둔 시간. 훈련을 마친 문승원이 라커로 돌아가다가 이숭용 감독과 마주쳤다. 문승원이 먼저 웃으며 꾸벅 인사를 하며 감독에게 다가갔다. 이숭용 감독도 웃으며 “어제는 아무 일이 없지 않았냐“며 농담을 건넸다.

이숭용 감독은 문승원과 어떤 대화를 했냐는 질문에 “어제는 별 이야기 안했고, 오늘 얼굴 보이면 대화를 할까 했는데 먼저 인사하며 오더라. 승원이가 많이 부담스러워하더라. 자기가 마무리 투수인데, 계속 안좋은 모습을 보이니 자기 때문에 팀 자체가 약해보인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더라“며 안쓰러워했다.

이어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말라고 했다. 니가 전반기때 했던 퍼포먼스를 생각해봐라. 전만기 막판에 버거워하고 힘들어하는 모습이 후반기에 이어지는 것 같은데, 사람이 계속 잘할 수는 없다. 사이클이 있다. 어느 누구도 그렇게 생각 안한다. 프런트, 코칭스태프, 나도 너를 마무리로 생각하고 그건 지금도 변함이 없는데 왜 자신을 못믿냐. 당분간 이기적으로 생각해보라고 이야기 했다“며 미소지었다.

과거에도 짧은 마무리 투수 경험이 있지만, 올해 데뷔 후 처음으로 풀타임 마무리 투수로서 보내는 시간. 전반기에만 17세이브를 거두며 맹활약을 펼쳤던 문승원이지만, 최근 고전하면서 투구에도 조심스러움이 묻어나는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숭용 감독은 확고하게 마무리 문승원을 믿고 지지하고 있다. 이 감독은 “어제는 (교체를)정말 결정하기 힘들더라. 그래도 빨리 털고 잊어버리라고 했다. 문승원이라면 스스로 잘 이겨낼거라고 생각한다“며 힘을 실어줬다.

광주=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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