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뉴스
[24-08-27 06:00:33]
올림픽 금메달을 거머쥔 명장이 한국 팬들에게 배구를 즐기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다.
일본 SV.리그 소속팀 오사카 블루테온은 대한항공의 일본 전지훈련 전반부 일정을 돕고 있다. 훈련장과 웨이트 훈련장, 구내식당 등을 제공하고, 두 차례의 연습경기도 함께 치른다. 그 중 첫 번째 연습경기가 26일에 열렸다. 결과는 블루테온의 0-4(17-25, 21-25, 20-25, 23-25) 패배였다. 2024 파리올림픽을 치르고 온 주전 선수들이 휴식을 취한 가운데, 미겔 로페즈를 비롯한 몇몇 1군 선수들이 코트를 밟았지만 팀적인 완성도에서 격차가 드러났다.
경기를 마친 뒤, 블루테온을 이끄는 감독 로랑 틸리를 만날 수 있었다. 그는 2012년부터 2021년까지 9년간 프랑스 남자 대표팀을 이끌었고, 2020 도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명장이다. 2021년부터는 블루테온을 이끌고 있고, 두 차례의 리그 준우승과 한 차례의 컵대회 우승을 일구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구미에서 열린 한국배구연맹(KOVO) 컵대회에 참가하며 한국 팬들을 만난 바 있다.
틸리 감독은 “일단 서브에서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범실이 너무 많았고, 그러다보니 대한항공이 사이드아웃을 너무 쉽게 돌릴 수 있었다. 리시브에서도 기복이 심했고, 공격적으로도 잘 풀린 경기가 아니었다”며 첫 번째 연습경기를 총평했다.
아쉬웠던 경기 결과에도 불구하고 틸리 감독은 경험의 측면에서는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대한항공과의 경기는 우리 선수들에게 ‘Good Volleyball Lesson’이었다. 선수들에게도 경기가 끝나자마자 좋은 교훈을 얻었을 거라는 이야기를 했다. 대한항공은 스마트하고 다채로운 플레이를 하는 팀이다. 좋은 서브, 좋은 세터도 가졌다. 이런 팀과의 경기를 통해 선수들이 많은 것들을 보고 배웠을 거라고 믿는다”며 미소를 지었다.
연습경기 이야기를 짧게 마친 뒤, 틸리 감독과 다가오는 SV.리그에 대한 이야기도 잠시 나눴다. 먼저 다가오는 시즌의 외국인 선수 조합인 미겔 로페즈-토마스 제쉬키 아웃사이드 히터 듀오에 대해 틸리 감독은 “두 선수는 좋은 피지컬을 갖췄다. 그걸 최대한 잘 활용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그러면서 그는 “역시 관건은 리시브다. 로페즈가 이번 경기를 통해 날카로운 서브를 구사하는 팀을 상대하는 방법을 깨달았길 바란다”는 이야기를 덧붙였다.
로페즈와 제쉬키는 각각 쿠바와 미국 대표팀에서 활약하는 정상급 아웃사이드 히터들이다. 다른 팀들의 외인도 면면이 화려하다. 히카르도 루카렐리(브라질)‧알렉산더 슬리브카(폴란드)‧토리 데팔코(미국)‧니미르 압델-아지즈(네덜란드) 등 세계 최고의 외인들이 모두 일본에 입성했다. 외국인 선수에 대한 문호를 대폭 개방한 SV.리그의 변화 덕분이다.
틸리 감독은 이와 같은 문호 개방에 대해 “전체적인 리그의 수준이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제이텍트 스팅스나 산토리 선버즈, 나고야 울프독스 같은 팀은 좋은 외국인 선수를 중심으로 강력한 배구를 할 줄 아는 팀이다. 이제 우리도 그런 팀이 될 수 있길 바라고 있다. 분명한 것은 이와 같은 외국인 선수들의 수준 향상으로 리그가 더 강해질 거라는 것”이라며 긍정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그런 틸리 감독에게 외국인 선수 문호 개방이 국내 선수 육성 능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물었다. 잠시 고민하던 그는 “어려운 문제다. 다만 프랑스의 경우 자국 리그에서 한 팀에 외국인 선수만 열 명이고, 국내 선수는 두 명에 불과한 팀들도 있다. 그런데 그런 프랑스가 올림픽 2연패를 해냈다. 이런 걸 보면 무조건 국내 선수를 보호하는 방향성이 옳은지도 잘 모르겠다”며 자국 프랑스의 예시를 들었다.
틸리 감독은 “국내 선수를 무조건 보호하는 방향으로 가면, 국내 선수들이 나태해지면서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외국인 선수 두 명을 보유하는 현행 제도에 만족한다. 이를 통해 더 강력한 배구를 할 수 있다”며 외국인 선수 문호 개방에 대해 긍정적인 의견을 추가로 제시하기도 했다.
올림픽 이야기가 나온 김에, 2020 도쿄올림픽 금메달의 지휘자였던 틸리 감독에게 이번 올림픽을 어떻게 봤는지 물었다. 그는 밝은 표정으로 “자랑스러웠다. 이번 프랑스 대표팀의 선수 12명 중 10명이 이전에 나와 함께 했던 선수들이다. 이제 프랑스 선수들은 누군가를 따라하는 것이 아닌, 그들만의 배구를 해낸다. 나와 함께했을 때 조금 기복이 있었던 젊은 선수들은 노련해지고 성숙해졌다. 그들을 지켜보는 것은 즐거웠다”며 또 한 번의 금빛 성과를 만든 제자들을 치켜세웠다.
끝으로 틸리 감독에게 그를 응원하는 한국 팬들을 향한 인사를 부탁했다. 그러자 “정말 한국에도 내 팬들이 있나?”라며 활짝 웃은 그는 “응원해줘서 고맙다. 한국의 배구 팬들이 다들 배구를 재밌게 즐겨줬으면 한다. 특히 다양한 방면으로 배구를 즐겨보길 바란다. 배구는 피지컬은 물론 기술과 멘탈까지 다양한 요소들이 모두 중요한, 정말 스마트한 스포츠다. 이걸 인지하면서 배구를 즐긴다면 더 재밌을 것”이라며 팬들에게 배구를 즐기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
로페즈와 대각에서 맹활약을 펼칠 제쉬키는 9월 1일자로 팀에 합류한다. 일본 대표팀 멤버인 야마우치 아키히로‧니시다 유지‧토미타 쇼마 등도 아직 본격적으로 팀과 함께하고 있지 않다. 대한항공과의 소중한 연습시간을 통해 팀을 더 성장시킬 방법을 찾아가고 있는 금빛 명장 틸리 감독은 과연 곧 완전체가 될 블루테온을 이끌고 다가오는 SV.리그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사진_오사카/김희수 기자, 대한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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