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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인천/홍성한 기자] "책임감 때문에 오래 버티려고 하셨던 것 같은데 이제는 잠시 신경 쓰지 않으셨으면 해요."

단순한 1승이 아니었다. 경기 종료 버저가 울리고, 코트는 눈물바다가 됐다. 선수들은 물론이고 감독대행으로 나선 이시준 코치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날 경기를 중계한 김일두 MBC 스포츠 플러스 해설위원은 "모두가 웃으면서 다시 만났으면 좋겠습니다"라며 승리 속 아쉬운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일은 모두 7일 인천도원체육관에서 열린 하나은행 2024~2025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인천 신한은행과 용인 삼성생명의 경기에서 나왔다. 나란히 개막 3연패를 기록하고 있었던 두 팀의 맞대결이기에 보통 '외나무다리' 등과 같은 단어들로 가득해야 했지만, 차마 쓰지 못했다.

경기를 앞두고 구나단 감독이 건강상의 이유로 자리를 비우게 되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지난 5월에 실시한 건강검진에서 문제가 있다는 진단을 받으셨다. 관찰을 계속하시다가 시즌 끝나고 수술하실 예정이었는데, 최근 들어 자각 증상이 나타나셨다. 우리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치료부터 해야 할 것 같다고 말씀해 주셔서 우리도 최대한 돕겠다고 전했다. 건강이 먼저지 않나"라고 설명했다. 즉, 구나단 감독은 농구에 대한 열정 하나로 지금까지 버텨온 셈이다. 


제일 놀랐을 이들은 단연 오프시즌 내내 시즌 개막만 보고 구나단 감독과 함께 달려온 선수들과 코치들이었다.

급하게 감독대행을 맡게 된 이시준 감독대행은 경기 전 "감독님이 박신자컵 때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시면서 여러 증상이 나오기 시작했다. 분위기를 추스르는 게 정말 힘들었다. 나도 10년 이래 이렇게 많이 울었나 싶을 정도로 울었다"라며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선수들끼리도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무엇보다 감독님이 편하게 우리 경기를 보며 웃을 수 있도록 하자고 했다"고 덧붙였다. 이런 간절한 바람들이 모였을까. 신한은행은 신이슬(12점 3점슛 2개 2스틸)과 김지영(11점 4리바운드 5어시스트 2스틸), 김진영(10점 9리바운드 3어시스트) 등이 활약하며 감격의 시즌 첫 승리(66-58)를 맛봤다.

경기가 끝난 후 코트 위 선수들은 이제야 한시름 놓은 듯 이 순간을 만끽했다. 웃음 대신 눈물로 말이다. 특히 주장 이경은의 마음가짐 역시 남다를 수밖에 없을 터였다.

 


경기 종료 후 만난 이경은은 "사실 선수들 분위기가 너무 가라앉아서 집중하지 못할 것 같은 걱정이 들었다. 코치님들이 잘 잡아주신 것 같다. 감독님이 웃으며 다시 돌아올 수 있게끔 우리가 좋은 에너지로 후회 없이 뛰어보자고 했다"며 상황을 되돌아봤다.

또한 "그리고 감독님이 안 계신다고 더 뛰는 건 말이 안 된다. 선수로서 당연한 일이다. 단지, 더 독기를 품고 했으면 했다. 이시준 코치님 역시 좋지 않은 상황에서 갑자기 팀을 맡았기에 우리가 도와줘야 했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주장으로서, 또 오래 함께한 베테랑으로서 선수단을 대표해 구나단 감독을 향한 메시지도 빼놓지 않았다.

"책임감 때문에 오래 버티려고 하셨던 것 같은데 이제는 잠시 신경 쓰지 않으셨으면 해요. 물론 농구를 너무 좋아하셔서 이런 말을 해도 당연히 신경을 쓰시겠지만요(웃음). 그래도 건강해지셔야 다시 하실 수 있으니, 이제는 몸을 더 신경 쓰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건강하게 다시 코트로 돌아오시길, 응원하겠습니다.



#사진_점프볼 DB(김소희 인터넷기자), W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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